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아이다호)을 축하하며 팔레스타인 퀴어단체에서 3년 전 쓴 글을 번역했습니다.

 

Al-Qaws(팔레스타인 퀴어단체)에서 활동하는 우리 같은 팔레스타인 퀴어 활동가들의 주요 활동 목적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성적/젠더 위계를 해체한다, 라는 외견상 끝없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우리의 강연과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받았던 질문이나 미디어 및 해외 단체들에서 받았던 문의로 미뤄볼 때 다르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런 건 완전히 끝내려고 합니다. 당신이 가진 특권에 대해 당신을 교육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런 일에서 정식으로 은퇴한다고 선언하기 전에, 우리가 제일 자주 받은 8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을 적어놓겠습니다.

1.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퀴어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나요?

물론 제공하죠! 인종차별 장벽에는 번쩍이는 분홍색 문이 있어서, 기막히게 멋진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받아주거든요. 사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호모포비아들을 격리하고, 피난처를 찾는 팔레스타인 퀴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지었답니다 ^^

아니, 진지하게 말이죠, “이스라엘”이 피난민을 만드는 거지, 난민을 위한 피난처인 게 아닙니다. 강제이주당하고, 학살당하고, 혐의 없이 구금당한 이들의 후손인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 살아있는 역사의 유산을 마법처럼 초월해, 이런 잔악행위를 자행한 바로 그 국가인 “이스라엘”로부터 망명을 허가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누군가 장벽을 넘어 텔아비브에 당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불법”이라 간주됩니다. 그리고는 체포를 피하려 애쓰며 끔찍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살게 될 겁니다.

2.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 호모포비아 아닌가요?

미국 사람들은 다 호모포비아인가요? 물론 아닙니다. 유감스럽게도 서양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대표한다는 자들, 특히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퀴어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 사회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수십 년간 군사 점령 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점령은 모든 사회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형태의 억압을 증폭시킵니다.

하지만 호모포비아는 우리가 우리의 투쟁을 맥락화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호모포비아는 1세계의 특정한 유형의 운동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여성과 젠더 비순응(Gender Non-conforming:선천적이든 선택에 의한 것이든, 젠더에 기반한 사회적 기대에 따르지 않는 사람)인을 억압하는 복잡한 억압 시스템(가부장제) 중에서 어떻게 호모포비아 하나만 뽑아낼 수 있겠습니까?

3. 당신들의 주적, 이슬람에 어떻게 대응하나요?

오, 우리한테 주적이 있다구요? 주적을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건 점령이지 종교가 아닙니다. 이슬람이든 뭐든지 간에요.

많은 서구 사회를 비롯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종교 근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를 우리에게 주요한 예외적 도전요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어떤 종교든 증대하는 종교적 감성(sentiment)은 젠더와 성적 다양성 존중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거의 항상 장애물을 만들어 냅니다.

팔레스타인 민족주의는 세속주의 존중에 대한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 역사는 LGBTQ 팔레스타인인들을 옹호하는 운동에 유용한 문화적 가치군을 제공합니다.

게다가 종교는 LGBTQ 팔레스타인인 정체성의 주요한 부분일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모든 정체성들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위한 공간을 만듭니다.

4. 팔레스타인 사람 중에 커밍아웃한 사람이 있나요?

이 질문을 해 주셔서 기쁘네요. 팔레스타인엔 퀴어를 위한 엄청난 벽장을 만드는 훌륭한 게이 목수들이 있답니다. 당신이 꿈꿀 수 있는 모든 서구적 안락함을 가진, 우리가 절대 떠나고 싶지 않은 벽장 말예요. (in the closet이 성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에 착안한 언어유희)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커밍아웃, 혹은 가시성의 정치라는 개념은 특정한 사정에 따라 일부 1세계 LGBTQ 활동가들이 채택한 전략입니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이 전략을 나머지 전 세계에 부과하는 것은 식민주의 프로젝트이고요.

어떤 사회 변화 전략이 우리 맥락에 적용되는지, 커밍아웃이란 개념이 타당하기는 한 건지, 이런 것들을 좀 물어 주세요.

5. Al-Qaws에는 왜 이스라엘인이 없나요?

식민주의는 나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쁘게 구는 것이 아닙니다. “나쁜” 이스라엘인이 팔레스타인 퀴어의 점심 값을 훔치는 게 아니에요. 엄청 “착하게” 구는 것이 마법처럼 억압의 시스템을 해결하지 않습니다.

우리 단체는 점령이 만들어낸 국경선을 넘나들며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활동합니다. 이스라엘 LGBTQ가 마주한 도전은 팔레스타인 LGBTQ가 마주한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우린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두 개의 다른 사회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현재 우리 땅을 점령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우리를 하나의 사회로 만드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더라도, 퀴어라는 게 식민지배받는 자와 식민자 사이 권력 역학을 제거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지구촌의, 분홍빛, 행복한, 게이 가족” 정서(sentiment)에 반대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만 조직화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사회를 탈식민화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6. 게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영화(Invisible Men/Bubble/Out In The Dark 등)를 보고 당신들 투쟁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아, 그 특권을 가진 이스라엘인 혹은 유대인 영화제작자가 백인 이스라엘인을 구출자로, 팔레스타인인을 구출이 필요한 피해자로 그린 그 영화들 말씀이세요?

이 영화들은 팔레스타인 퀴어를 자신들 고유한 사회에서의 구출이 필요한 피해자로 그리며, 팔레스타인 퀴어의 목소리와 행위 역량(agency)을 박탈합니다.

게다가 이 영화들은 아랍 남자를 변덕스럽고 위험하게 그리는 인종주의적 비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고, 피억압자와 억압자의 가슴 아픈 사랑을 끼얹은, 그야말로 분홍세탁(pinkwashing) 프로파간다입니다.

우리 공동체와 우리 싸움의 현실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Al-QawsBDS를 위한 팔레스타인 퀴어들 같은 사이트에서 팔레스타인 퀴어들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

7. 분홍세탁(pinkwashing)보다 게이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게 더 시급한 과제 아닌가요?

1세계 주류 LGBT 그룹들은 퀴어가 분리된 세계에 살며, 사회에는 호모포비아의 피해자로서만 연관된다고 믿게 만들려 합니다.

하지만 인종차별체제, 가부장제, 자본주의와 다른 억압들이 존재하는 한 퀴어 해방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억압 세력들의 관계를 타깃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다가 분홍세탁은 ‘브랜드 이스라엘’ 캠페인에서 다른 나라 퀴어들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사용되는 전략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퀴어들이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시도인 것입니다.

이것은 식민지배 받는 자 스스로는 스스로에게 제공할 수 없는 뭔가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을 식민자가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친숙하며 유독한 식민주의 판타지의 또 다른 반복입니다.

분홍세탁은 우리 목소리, 역사와 행위 역량을 제거하고, 세계를 향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위해 뭐가 최선인지 안다고 얘기합니다. 분홍세탁을 타깃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행위 역량과 역사, 목소리와 신체를 되찾고 세계를 향해 우리가 뭘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지를 얘기합니다.

8. 당신들 투쟁을 설명할 때 왜 LGBT나 퀴어 같은 “서구”에서 온 용어를 사용하나요? 이런 비판에 어떻게 답변하나요?

우리가 진정성 없고, 이스라엘과 공모하고 있고, 나이브하고 서구화되었다고(바로 그 서구에 기반을 둔 이들에 의해서) 때로 낙인 찍혀 왔음에도, 우리 활동가들은 수십 년간 문화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경험과 현장 연구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많은 떠돌이 학자들(itinerant academic)에게 원 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상아탑에 속한 이들의 작업은 잘 있지도 않았지만 있을 때도 현장에서 연구하는 자들에게 책임 있는 일은 매우 드물었고, 혹은 활동가들에게 미치는 자기네의 힘(똑같은 식민주의 경제에서 비롯한)을 인지하지도 않은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년간의 조직화를 통해 개발된 가치와 우리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 있습니다.

언어는 전략이지만,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가, 하는 전체를 퇴색시키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LGBTQ라는 단어는 우리의 풀뿌리 운동에서 주의를 기울여 사용됩니다.

그런 단어들이 특정한 맥락과 정치적 순간에 출현했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맥락에 배치됐을 때 처음 출현했을 때의 정치적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 활동을 통해 항상 다시 논의되고 확장됩니다. 언어는 토론을 촉진시키고 우리가 더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만들지만, 영어든 아랍어든 어떤 단어가 결실을 낳는 게 아닙니다. 오직 운동만이 결실을 낳을 수 있습니다.

 

2013.11.27, Ghaith Hilal

원문: Eight questions Palestinian queers are tired of he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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