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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48년 이스라엘 건국 전에는 나카브 사막을 포함해서 이스라엘 전역이 그냥 팔레스타인이였죠. 그리고 건국과 동시에 나카브 사막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땅이 되고, 거기에 살던 베두인족은 졸지에 불법적인  거주민들이 됩니다. 이미 51년도에 이스라엘은 나카브 사막에 거주하는 베두인들에게 나갈 것을 종용하고, 곧 돌아올 수 있다고 구슬려서 강제이주 시키는 등 사람들을 내쫓았어요. 군사 훈련 지역을 만든다며 6개월 뒤에 돌아오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사람들을 못 돌아오게 한 거지요. 60년대에는 보안과 유대인 마을을 짓는다며 이 사람들의 토지를 강제몰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81년에 ‘침략자들을 내쫓는다’며 이스라엘이 “공공토지법”이라는 걸 제정하고, 법원은 그 법률에 근거하여 사막의 베두인족들의 건물을 포함한 일체의 재산권을 부정하며 마을에서 나가라고 판결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건물을 지을 때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당국이 마을을 ‘불법’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죠.

한국에 있을 때, 네게브 사막(이건 히브리어고), 아랍어로는 나카브 사막의 베두인 거주 지역이 불도저로 파괴되고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래서 팔레스타인까지 왔는데, 사막에 꼭 가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힘을 빌려, 무리하게 사막에 갔습니다. 소위 ‘불법적인’ 마을인 만큼 지도에도 표시가 없구요. 당연한 거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마을로 바로 갈 수 없습니다. 사막에 가기 전에, 저희는 헤브론에 있었는데, 그 헤브론에서 사막까지 아주 가깝거든요. 그런데도, 거꾸로 위로 쭉 올라가서 이스라엘이 장악하고 있는 서예루살렘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걸려 비르셰바라는 사막의 교통 요지까지 가야했습니다. 대구에서 부산에 가고 싶은데, 서울로 와야 부산에 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랄까요. 말도 안 돼죠.

암튼 도착했을 때 알 아라킵 마을사람 아지즈님이랑 사막의 아랍인과 유대인의 공존을 위한 단체의 활동가 하야님 두 사람이 마중나와줬습니다. 둘은 막 재판에 가는 길이었다며 함께 재판을 보러 가겠느냐고 했습니다. 재판은 마을에서 자행된 불법 철거 중 저항했다는 이유로 억류된 베두인 사람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엄청난 새삥의 좋은 법원에서 히브리어로 진행되는 재판을 참고 보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를 안내해 준 이 하야라는 활동가도 이미 마을 파괴에 저항하다가 10일 정도 붙들려갔다 나왔더라구요. 이 분과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런던에 이 문제를 알리러 가야 한다고 해서 아쉽게 헤어졌어요.

그리고 왠 석유 부자같이 생긴 아저씨에게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의 차는 벤츠 중에서도 엄청 좋은 차였습니다. 그는 영어를 잘 못 하며, 자기는 비지니스맨이라고 말했어요. 이스라엘의 중심도시인 텔아비브에서 사업을 한다더군요. 그의 승차감 좋은 차를 타고 가면서 우리를 비싼 호텔에 가서 자라고 하는 게 아닐까 마구 걱정이 들었는데요.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유턴하더니, 길도 표지판도 없는 곳에서 우회전을 했어요. 길이 안 깔려 있으니 우당탕탕, 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펼쳐진 신세계에 깜짝 놀라고, 당나귀랑 말이 가끔 보여서 너무 신기했는데요.

그렇게 도착한 그의 마을은 철저하게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습니다.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어요.
이미 6차례나 마을이 파괴되었다고 하니 뭐...

첫번째 파괴


2010년 7월 27일 새벽,  헬리콥더, 불도저 등으로 중무장한 1500명의 이스라엘 군인들은 알아킵 마을을 둘러쌌고, 3시간 내에 여성들과 아이들을 포함한 300명의 주민들을 어떠한 대피소나 물이 없는 사막에서 나가라고 했으며, 30가구를 완전히 파괴시켰다. 1000그루가 넘는 올리브, 레몬, 포도 등의 나무를 무참히 베어버리고, 유목민들이 기르던 많은 가축들도 죽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심하게 폭행당하고, 연행되었다. 이번 파괴는 비르쉐바 법원에서 베두인들의 땅에 대한 소유권 소송이 진행중인데도 자행되었다.

이후 11월 25일까지 총 7번에 걸쳐 그들의 집과 터전을 파괴했습니. 한국에 와서 자료를 받았을 땐 6번째가 마지막 파괴였는데, 얼마전 7번으로 늘어난 겁니. 마지막 파괴는 이전과 달리 미국과 영국에서 온 기독교 선교단의 집까지 포함되었구.

그뒤로 일부의 사람들이 그들의 땅을 떠났구요. 몇 가구는 무너진 집 바로 옆에서, 간이 천막을 세우고 그 안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7번이나 파괴했다고 했죠, 간이 천막을 세우면 또 다시 파괴하고, 짓고, 파괴하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거기서 만난 아지즈가 그러더라구요. 새벽에 언제 파괴하러 들어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일하러 가겠냐고. 집에다 가족과 아이들을 놔두고 일하러 갈 수가 없어서, 직업을 잃은 사람이 너무 많다고.

이렇게 마을을 부수고 이스라엘은 그 땅에 뭔 짓을 할 생각일까? 바로 숲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멀쩡하게 자라고 있는 올리브 나무 다 뽑아놓고 숲이라고???? 숲???? 말같지도 않죠. 최근 서초구 산청마을에 불이 나서, 거주민들이 모두 길에 나앉게 되었는데, 구청에서는 거기가 원래 공원 자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시 집을 짓고 살아선 안 된답니다. 정말 엄동설한에... 사막에도 겨울이 있습니다. 제가 있던 10월 말에도, 이미 밤에는 너무너무 추웠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노숙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겨울을 나게 생겼습니다. 그것도, 8차, 9차 침탈을 두려워하면서...

여타까지 저희 단체는 팔레스타인이라고 ‘구역된’ 지역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사람을 죽이는 문제에 집중해 왔는데요, 가급적이면 이스라엘 내에서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렇지만 역시 억압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도 연대하고 싶습니다. 현재 나카브 사막의 45개의 다른 베두인 마을에서는, 이러한 알 아라킵 마을에 대한 공격이 전체 베두인 마을을 파괴하려는 시작일 뿐이라며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한국의 용산, 두리반, 수원의 권선지구, 서초구의 산청마을 등등 사람들을 내쫓고 공포에 떨게 하는 수작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는 짓거리와 너무나 같습니다. 원하는 것은 우리가 살던대로 그대로 살게 그냥 놔두라는 것입니다. 더 많이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베두인들이 어차피 도시에서 돈 버니까, 도시에 가서 살아라,라고 하지 말고 사막에서 여전히 양과 말과 당나귀를 키우며 올리브 나무를 수확하며 살 수 있게, 양과 말과 올리브 나무를 사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살게 놔두라고. 이것이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한국 내 철거 문제에 깊이 결합해야 하고, 또 한국의 철거 운동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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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Ich

2011-02-09 00:52:26

이제 12쩨라는 소식...

Bedouin village bulldozed by Israel for the 12th time
http://p.tl/V4QY

Ich

2011-02-18 23:30:55

아래는 지난 2월10일, 16번째의 파괴의 모양을 전한 You-Tube의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