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 샤하다(Raja Shehadeh·사진)는 1951년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태어났다. 라말라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딴 뒤 라말라로 돌아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 산책’으로 뛰어난 정치 저작에게 수여하는 ‘조지 오웰 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현재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팔레스타인 작가로 꼽힌다.
‘점령을 살다’는 라자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쓴 일기를 엮은 책이다. 책에 실린 몇몇 글은 미국 뉴욕타임스에도 게재됐다. 작가는 자신이 살던 라말라가 이스라엘 점령 하에 놓이게 된 1967년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한다.
이 일기집이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실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인들과 검문소, 콘크리트 장벽, 철조망, 그리고 그보다 더 날카로운 적대감과 일상적인 전쟁 위기 속에서 포위된 채 50여년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선명하게 전해준다.
첫 페이지에는 서안지구의 협곡에 나들이 갔던 얘기가 나온다. 자유주의적인 태도를 가진 작가 일행은 거기서 근본주의 성향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 서로 다투게 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자그마한 팔레스타인 땅덩어리는 이러한 대립으로 찢긴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끼리도 적대하는 현실을 점령체제의 비극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그곳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우리 땅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곳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고, 이스라엘 군인들의 거만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경계하지 않을 수 있으며, 독선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전쟁을 불사하면서 점령지를 넓혀나갔다. 그 땅에서 수 천 년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극렬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와 서안지구를 팔레스타인에 반환하기로 약속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함으로써 갈등과 분쟁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는 온천에서 엿들은 유대인 여성들의 대화를 전해주면서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감정을 알려준다. “우린 단 한 뼘이라도 우리 땅을 포기해서는 안 돼. 신이 우리에게 약속하신 땅이니까. 우리나라는 작아.”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감정은 이런 것이다. “그들은 수백만 명의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총에만 의지해 생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직 무력을 내세우고 힘과 폭력의 언어만을 사용할 뿐이다.”
일기는 가장 개인적이고 소박한 글쓰기 형식이다. 그러나 어떤 일기는 한 시대를 증언하면서 고전으로 남는다. 라자의 일기도 그만한 자격이 있다.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고발하는 치열한 저널리즘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의 품위와 정의에 대한 추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드라마이며, 무엇보다 우아하고 낭만적인 에세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점령을 산다’를 ‘분단을 산다’는 말로 살짝 바꿔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분단국가에서의 일상을 극대화해본다면 라자가 묘사한 팔레스타인의 일상과 겹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자의 책이 국내 번역되는 것은 ‘내 집을 차지한 이방인’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 작가 한 명을 발견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점령을 살다’는 라자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쓴 일기를 엮은 책이다. 책에 실린 몇몇 글은 미국 뉴욕타임스에도 게재됐다. 작가는 자신이 살던 라말라가 이스라엘 점령 하에 놓이게 된 1967년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한다.
이 일기집이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실감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인들과 검문소, 콘크리트 장벽, 철조망, 그리고 그보다 더 날카로운 적대감과 일상적인 전쟁 위기 속에서 포위된 채 50여년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선명하게 전해준다.
첫 페이지에는 서안지구의 협곡에 나들이 갔던 얘기가 나온다. 자유주의적인 태도를 가진 작가 일행은 거기서 근본주의 성향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 서로 다투게 된다. 작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자그마한 팔레스타인 땅덩어리는 이러한 대립으로 찢긴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끼리도 적대하는 현실을 점령체제의 비극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그곳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우리 땅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곳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고, 이스라엘 군인들의 거만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경계하지 않을 수 있으며, 독선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전쟁을 불사하면서 점령지를 넓혀나갔다. 그 땅에서 수 천 년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극렬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와 서안지구를 팔레스타인에 반환하기로 약속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함으로써 갈등과 분쟁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는 온천에서 엿들은 유대인 여성들의 대화를 전해주면서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감정을 알려준다. “우린 단 한 뼘이라도 우리 땅을 포기해서는 안 돼. 신이 우리에게 약속하신 땅이니까. 우리나라는 작아.”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감정은 이런 것이다. “그들은 수백만 명의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총에만 의지해 생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직 무력을 내세우고 힘과 폭력의 언어만을 사용할 뿐이다.”
일기는 가장 개인적이고 소박한 글쓰기 형식이다. 그러나 어떤 일기는 한 시대를 증언하면서 고전으로 남는다. 라자의 일기도 그만한 자격이 있다.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고발하는 치열한 저널리즘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의 품위와 정의에 대한 추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드라마이며, 무엇보다 우아하고 낭만적인 에세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점령을 산다’를 ‘분단을 산다’는 말로 살짝 바꿔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는 분단국가에서의 일상을 극대화해본다면 라자가 묘사한 팔레스타인의 일상과 겹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자의 책이 국내 번역되는 것은 ‘내 집을 차지한 이방인’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 작가 한 명을 발견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