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온라인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가 최근 도덕적 논란에 휘말렸다. 요르단강 서안에 사는 이스라엘 주민이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자신의 집을 임대로 내놓은 것이 문제였다.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불법으로 빼앗은 땅에 집을 짓고 숙박 장사를 해 돈을 버는 것을 에어비앤비가 묵인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세계 최대의 탄산수 제조기 업체인 소다스트림은 서안에 공장을 운영하다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2014년 공장을 이전해야 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주 펴낸 조사보고서에 ‘정착촌 주식회사’라고 제목을 붙였다. 이스라엘은 서안 불법점령을 ‘굳히기’ 위해 이스라엘인을 서안으로 대거 이주시키는 동시에 고의적인 ‘정착촌 산업’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경제적으로 설 자리마저도 뺏고 있다. 세계은행은 서안 내 이스라엘이 치안권을 가진 ‘C구역’에서 이스라엘의 차별적 규제가 팔레스타인 경제를 한해 34억 달러(약 4조원) 규모씩 무너뜨리고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으로부터 강제로 땅을 몰수해 집을 짓고 도로를 만들고 산업시설을 만든다. 몰수된 토지에서는 건설, 임대, 대출, 매매 등 여러 관련산업이 파생된다. 이는 모두 이스라엘인의 몫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민에 낮은 임대료와 세금혜택, 보조금, 은행대출로 특혜를 준다.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건축허가도 영업허가도 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팔레스타인인이 신청한 건설허가 신청의 94%를 불허했다. 채석장은 1994년 이후 팔레스타인인에게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이들이 뺏긴 시장은 이스라엘 회사와 다국적 기업이 차지했다. 소비와 서비스에서도 팔레스타인은 철저히 고립된다. 채굴된 석재는 팔레스타인에게 제공되지 않고 이스라엘이나 정착촌 시장에만 유통된다. 쓰레기 매립지 사업을 독점한 이스라엘 회사는 이스라엘인들의 쓰레기만 치워간다.
보수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역사상 억압받는 민족들은 점령에 맞서왔고 이는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스라엘은 증오와 극단주의를 낳는 정착촌 산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정착촌에 150채의 주택을 더 짓는 것을 허가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8일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정착촌을 늘리는 것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EU는 앞서 이스라엘 업자가 서안 등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만든 제품에는 ‘이스라엘 생산(made in israel)’이 아닌 ‘정착촌 생산(made in settlement)’라고 원산지 표기를 하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도 가세했다. 대니얼 샤피로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도 “너무 많은 정착촌이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다”며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서안에 237개의 이스라엘 정착촌이 만들어져 50만명이 넘는 이스라엘인들이 살고 있다. 서안 정착촌 인구는 2009년에서 2015년 23% 포인트나 늘었다. 국제법상 불법점령한 영토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후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던 요르단강 서안을 불법 점령한 뒤 적극적인 이주정책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