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에서 화요일마다 ‘광화문 동아일보사 옆 갑을빌딩’ 앞에서 시온주의자들의 침략을 규탄하는 켐페인을 벌이겠다는 글을 읽었죠. 그래서 ‘이번엔 꼭 가고 말겠어!’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왔어요.
우리 동네의 ‘초록마을’이라는 매장에서 여러분에게 나눠 드릴 매실쥬스를 한 병 산 다음, 역으로 부리나케 뛰어갔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전 11시 40분에 나와서 역까지 걸어가는 데에 10 분,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데에 2~3분을 썼지 뭡니까.
아찔했지만 이미 내친 걸음이고 올해 5월 7일에 미니님과 다다혜경 님, 그리고 이스마일 님한테 “제가 그린 만화를 보여 드릴게요.”라고 약속했으며, 5월 25일에 켐페인이 벌어지는 곳에 가려고 했다가 가지 못했던 기억이 되살아 나서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죠.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오후 1 시까지 가서 만화를 전해 드리고, 쥬스를 나눠 드린 다음 돌아오면 돼. 아예 안 가는 것보다는 낫겠지.’라고 마음먹은 뒤 열차를 탔어요.
… 광화문 역까지는 제대로 왔는데, ‘광화문우체국 방향 출구’ 가 어디 있는지를 몰라 엉뚱한 곳으로 나왔습니다(동아일보사로 가는 출구가 따로 있고, 광화문우체국으로 가는 출구가 따로 있었는데, 둘 다 ‘5번 출구’여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를 몰랐죠. 게다가 마침 역 출구를 고치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후자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동아일보사로 가는 출구를 골랐습니다).
아, 서울은 ‘광화문 우체국’이 어디 있는지, 도봉구로 가는 길이 어딘지도 모르는 저에게 너무나 매정하게 굴더군요. ‘동아일보사 옆 갑을빌딩’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동아일보사 건물 옆이라길래 고개를 쳐든 채 ‘갑을빌딩’이라는 간판을 찾으려고 했건만 빌딩은커녕 점포 이름에도 ‘갑을’은 안 보이고, 동아일보 미디어기념관 건물에서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광화문 우체국’을 겨우겨우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갑을빌딩’이 안 보이고, 혹시나 해서 교보생명 빌딩이 있는 곳에도 가 보고, 조흥은행의 본사가 있는 곳에도 가 보고, 영풍문고로도 가 보고, 무교동의 끝까지 가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가 찾는 ‘약속장소’는 찾을 수 없었고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갔죠.
(땡볕 아래서 보도블럭 위를 걷다 보니 목이 마르고 발이 아팠음)
두세 시간동안 그런 헛고생을 한 뒤, 결국 지친 나머지 갑을빌딩 찾는 일을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 이미 뜨뜻미지근해진지 오래인 매실쥬스를 마셔버리고 광화문 역으로 돌아갔어요.
저는 교보문고에서 더위를 식히고 책 두 권(하나는 무굴 제국의 재상을 다룬 우화집이고 다른 하나는 북미[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격언을 모은 책임)을 산 다음, 마음 속으로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와 보자. 기회는 꼭 다시 올 거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분들(미니님, 다다혜경님)을 만나뵙고, 내 만화를 전해드려야 해.’라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탔죠. 일이 그렇게 된 거예요.
다음 주에 뵐 때에는 꼭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제 때 도착해서 여러분에게 시원한 쥬스와 제 만화를 전해드리고 싶다는 뜻임). 그러니 만약 제가 오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제 전자우편(이 메일) 주소로 약속장소를 찾아오는 정확한 길을 가르쳐주십시오. 그럼 꼭 찾아가겠습니다.
― 5월 25일에 가지 못한 나머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준(準) 회원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