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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아랍
2006.03.12 22:51

우리의 돈과 석유는 다 어디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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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인 알라딘씨와의 만남

알라딘씨는 이라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번에도 일 때문에 암만으로 왔다가 저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자기 이름을 소개하면서 두 손으로 무언가를 부비는 모습을 했었는데 잠시 뒤에 생각해 보니 알리딘의 요술램프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 보던 TV 만화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백만 명을 잃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대량 살상무기와 화학무기를 찾는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백 만 명의 사람을 잃었습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91년 미국이 쿠웨이트 해방을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뒤 UN과 미국은 10여 년 동안 경제봉쇄라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들이 쓰러져 감에도 볼펜 하나, 약품 하나까지 무기로 바뀔 수 있다며 억지 주장을 펴서 수십만의 목숨을 앗아갔던 끔찍한 봉쇄 정책이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미국을 위한 이라크 정부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라크 정부의 한 장관을 만나고 있는데 거기 직원이 장관님 오신다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지금 장관을 만나고 있는 또 장관이 온다니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그랬죠. 그런데 가만 보니 저기서 미국인 관리가 오고 있는 거에요. 장관이 이라크인이기는 하지만 재정 지출이나 정부 고용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이 권한을 전부 가지고 있어요. 이라크 정부는 아무런 권한이 없어요."

일제시대나 미군정 시기에 조선(한국)인 관리에게 아무런 힘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지금도 겉은 이라크인들의 정부이지만 속은 미국 정부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25만 달러가 들어가는 학교 재건 사업이 있으면 핼리버튼등 미국 회사가 이 사업을 받아서 이라크 회사에게 2만5천 달러에 하청을 주고 나머지는 그냥 먹는 거죠.”

흔히들 전쟁이 이윤을 크게 남기는 장사라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 이라크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석유도 마찬가지에요. 예를 들어 이라크가 하루에 1백5십만 배럴을 수출하고 50만 배럴 정도를 국내에서 소비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라크인들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하루에 1백만 또는 2백만 배럴을 미국 회사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빼내어 간다구요. 사실 아무도 얼마나 빼내어가고 있는지는 몰라요. 미국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으니깐요. 도둑질이에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목적은 여러 가지입니다. 전쟁 무기 소비를 위해 전쟁 자체가 필요했을 수도 있고, 부시가 정치적 위기를 만회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유럽, 러시아,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뻔히 잘 아는 사실이 석유입니다. 미국이 바그다드를 폭격해서 거의 모든 것을 파괴할 때도 석유 관련 정부 부서(Ministry of Oil)의 건물은 폭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콜라에 빨대를 꽂아 빨아 먹듯이 이라크의 석유를 뽑아 먹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의 돈과 석유는 다 어디로 갔나요

“바그다드 시내에는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물어요. 우리의 돈과 석유가 다 어디로 갔냐구요.”

싸담 시절에는 그나마 교육이나 의료, 식량, 사회간접시설 등의 분야에 정부가 상당한 지출을 해서 중동지역에서 복지 수준이 높은 편으로 평가되던 이라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지출의 대부분이 미국 회사와 이라크 관리들의 손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번은 이라크 국방부가 폴란드 회사와 20억 달러짜리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이 계약에 쓴 돈은 3억 달러이고 나머지 17억 달러는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그리고 그 돈을 훔쳐갔던 전 국방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어요. 하지만 정부든 누구든 돈을 어떻게 훔쳤는지 묻지 않아요. 왜냐하면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도둑질을 하고 있으니깐요.”  
일부에서는 현 이라크 정부가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으니 점령도 점령이지만 그래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구성되지 않았냐는 듯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과 박정희, 싸담 후세인과 조지 부시 등은 모두 선거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 갔었습니다. 그리고 위의 무기 계약 건은 그저 하나의 예일 뿐이고 이라크 정부의 부정부패 사례는 이루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친구가 이렇게 부정부패가 만연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왜 부정부패가 심하냐구요? 미국과 부시, 이라크 정치 지도자들한테 물어보세요. 평범한 이라크인들에게 물어봐야 아무도 몰라요.”

대량살상무기를 없애고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겠다고 시작한 전쟁입니다. 싸담 후세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라크인들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주겠다고 시작한 전쟁입니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억울한 주검들과 부정부패입니다. 살라딘씨는 언론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라크에서 중요 인물들이 살해당했다고 나오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부정부패를 저질렀는지 나오지는 않아요.”

피의 전쟁과 어린이들

“6개월 아니면 10개월 전만 해도 저는 미군이 언젠가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미군이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라딘씨는 얘기 과정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표현할 때면 언제나 ‘피의 전쟁’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이라크인들을 향해 벌이고 있는 짓도 싫지만 이라크인들끼리 싸우는 것도 증오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우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국인이 이라크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라크로 돌아가면 가족과 이웃들에게 자신이 한국인들을 만나서 겪었던 것을 꼭 얘기해 줄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이라크의 어린이들, 특히 장애인들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을 요청 했습니다.

“팔, 다리, 눈 등을 잃은 장애인이 수 십 만 명이에요. 어린이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꼭 필요해요. 말로만 하는 것은 필요 없어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해요.”  
한국인이든 누구든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기 위해서는 지원을 할 사람들이 직접 현장으로 가서 상황도 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외국인이 이라크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몸값 보태주는 꼴 밖에 안 됩니다.

살람이 저에게 외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능성 없는 방법을 하나 얘기해 주었습니다. 이라크로 가서 흔히 저항세력이라고 불리는 투쟁 조직들과만 움직이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외국인들을 오히려 보호하면서 이라크의 상황을 전하려고 하고, 얘기를 하려고 할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역시 결론은 이라크에는 강도들도 많아서 외국인은 몸값의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겁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미국과 이라크 권력자들이 살인과 노략질을 일삼는 동안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지키려는 어른들은 싸우고 있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은 팔과 다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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