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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아랍
2005.11.21 15:57

팔루자 학살은 과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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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워진 바람사이로 11월의 끝자락이 벌써 가까워진 듯하다.
작년 이라크 팔루자 학살이 일어났던 즈음이 지나가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 편하게 한가로운 가을을 보낼 수 없는 무거움이 짓눌러 온다. 저항과 학살 사이에는 그 어떤 서정적인 것도 들어설 수 없다는 김남주님의 시 한 구절마저도 어지러이 괴롭히는 달, 11월이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발발, 그 해 5월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전쟁종료를 선언한 이후의 이라크는 어떠한가. 절대적 빈곤과 기아, 질병과 높은 실업률, 끊이지 않는 폭력과 점령 속 혼란으로 얼룩져 파괴된 사회 그 자체이다.  전쟁과 점령은 이라크를 재앙의 땅으로 만들어 버렸다. 살아남은 이라크 인들의 삶이 처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팔루자는 점령군의 대학살을 두 번이나 겪어야 했다.

당시 팔루자의 주민 500,000명은 죽기 싫으면 당장 떠나라는 일방적 통고를 받았다. 그들은 허둥지둥 짐을 싸고 아이들을 거느리며 집을 나서야 했다. 그런 사이 미군은 갑자기 “지금!”이라는 명령과 함께 살아있는 모든 것에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팔루자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백기를 든 가족들에게도, 집에 남아있던 노인에게도, 총에 맞아 숨진 가족 시신들과 함께 숨어서 지냈던 어린소녀에게 까지도, 미군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 총을 쏘아댔다.

팔루자 학살이 있고 난 후 그곳을 드나들었던 사람들이 말하는 증언들이나 영상자료들을 보면, 죽은 시신들은 형체도 알 수 없이 뭉개져 있었다. 대량파괴무기인 화학가스들이 팔루자를 뒤덮었던 것이다. 희망의 풀 한 포기마저도 앗아갔던, 이 끔찍한 팔루자 학살은 수 천명의 사망자를 냈고, 수 만명이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전쟁의 상처는 고스란히 몇 세대를 이어가며 팔루자 사람들의 증오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점령군의 무자비한 군사공격은 팔루자 뿐만이 아니라 이라크 수니인이 집중된 지역에서 계속 벌어졌다. 그간 팔루자 학살 이후 언론에 보도된 모니터만 보더라도,

2004년 11월 19일 미군은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에서 미군의 팔루자 공격에 반대했던 성직자 등 3명 사살하고, 같은 날 모술의 병원을 공격.

2005년 5월 7일, 팔루자 학살 이후 최대 규모 병력으로 시리아 국경지대인 카임 지역 공격, 인근 오베이디까지 확장시켜 갔음.

이어 6월 30일 히트, 알 안바르 지역을 공격, 살인적 더위로 인해 콜레라까지 번진 상태에서 카라빌라흐 주민 7000여명이 집을 떠나야 했음.

2005년 9월초, 탈 아파르에 수니인이면 무조건 사살하거나 체포하는 대학살 벌어졌음, 이어서 카임, 라와, 사마라, 라마디 등 북서부지역 계속 공격해 나감.

최근까지도 점령군은 시리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수니 거주 지역에 엄청난 규모의 군사작전을 펼쳐 왔다. 이젠 누구나 알다시피 이러한 소식은 단순한 교전수준을 넘어서서, 살아있는 만물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이 될 ‘학살’이라는 것을 팔루자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에 등골이 오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운데 이라크 국민투표가 성사되었다는 기쁜(!)소식은 결국 세계 민주주의 이면에 존재하는 이라크의 절망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을 통해 보았던 더 큰 비극 중 하나는 바로 한국에서 발견되는 모습들이다.

3위 파병국이 될 정도로 이라크 전쟁에 깊숙이 개입한 당사자들이면서, 또한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이라크 점령상황을 들으면서도, 더 이상 ‘이라크’는 우리의 시선을 잡지 못하는 인식의 수준으로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차라리 부시는 미국 내에서의 거대한 반전물결로 인해 올해 어려운 정치적 고비에 휩싸이기라도 했지만,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감을 한 번이라도 맞아본 적이 없었다. 김선일의 주검이 왔을 때조차 그는 파병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도 자이툰은 너무나 떳떳하게 이라크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작년 김선일은 내 아들의 죽음이나 마찬가지라며 울었던 수많은 인파들을 비롯한 우리는,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점령군의 군사공격 아래 소리없이 죽어간 얼굴도 이름도 모를 그 이라크 친구들을 위해서, “이라크 전쟁반대” 구호를 상투적이지 않고, 살아있는 민중의 요구로 만들어 나가야 함이 절실하다.

이라크에서 팔루자 학살 기간 동안에 죽은 어린 아이들에게 비춰진 세상의 가장 잔혹함이란, 바로 그러한 죽음조차 사람들의 내면에 아무런 작용을 일으키지 못하는 오늘날의 우리들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사회에서 구체화된 현실이기도 했다.

작년 11월, 팔루자 학살이 일어났을 때 광화문에서 몇몇이 모여 피스몹을 했었던 시린 밤이 떠오른다. 그 때 함께 했던 철수와 명수가 보고프다.

:: 글 - 지은 http://blog.ifis.or.kr/oversm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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