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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의 초등학생들


2009년 10월 13일, 우간다에 온지 222일이 지났다. 이제 약 140여 일을 남겨 두고 있다.

온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7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과연 이 곳에 대해서 이해는 하고 있는 걸까?


처음 이 곳에 대해 접했을 땐 모든 중심이 에이즈에 관련 되어 있었다. 이유는 내가 여기 온 목적이 에이즈와 관련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전공이 생명과학, 특히 면역학 실험실에서 일을 했던 터라 더욱 더 한 곳에만 관심이 집중되었었다. 지금도 물론 나의 대부분의 관심은 에이즈에 연관된 것들이다. 그렇지만 조금씩 조금 씩 다른 것들도 보이고 있다. 왜냐면 난 우간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10월 9일은 우간다 독립기념일이었다. 요즘 난 새롭게 만난 멕시코 계 신부님에게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는데 첫 날 수업이 바로 그 날에 있었다. 그래서 우리 동네인 부시아란 곳에서 신부님이 계시는 수도원 및 신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있는 진자란 곳으로 향했다. 도착을 하고 보니 몇몇 학생들과 몇몇 신부님께서 저녁 준비를 하고 계셨다. 항상 소박하게 식사를 하시는데 그 날은 음식의 가짓수도 많고 풍성해 보였다. 그래서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준비하냐고 물었더니 오늘이 독립기념일이기 때문이란다. 그 날 나도 첫 날 수업을 기념으로 하여 김치햄당면야채볶음(아 너무 복잡하다) 준비해갔었는데 아주 적절한 준비가 되었다.


IMG_4987.JPG


저녁 기도가 끝나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됐다. 식사 전에 항상 전체 기도를 하는데 그 날 손님으로 오신 우간다인 신부님께서 기도를 주관하셨다. 기도가 끝나고 우간다 국가 제창을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학생들과 국가를 알고 계시는 신부님들은 우간다 국가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날 스페셜 음식들을 맛 볼 수 있었고, 사람들은 나의 김치햄당면야채볶음을 아주 좋아 했다.


우간다는 1894년 영국의 소위 약소국 보호 정책이란 보기 좋은 허울 아래 지배를 받다가 1962년 10월 9일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였다. (아마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도 같은 형식으로 각각 유럽 국가들에 의해 지배를 받았으리라. )


그래서인지 이 곳의 영어는 영국식이다. 서점에 가도 영국에서 온 책들이 미국에서 온 책보다 훨씬 더 많다. 영국문화원은 시내 중심부에 떡 하니 사무실을 가지고 있으나 미국문화원은 미국 대사관 내에 존재하고 있다. 토플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면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야 한다. 모든 검문을 다 거치고.


이곳 영어가 영국식이다 보니 처음 내가 이곳에 도착하여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미국식 (그러나 한국식 ^^) 발음을 여기서 사용했을 때 그 사람들은 알아듣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내가 만난 한 미국인은 여기 발음을 알아 듣기 어렵고 오히려 내 미국식이 첨가된 한국 발음이 알아듣기 쉽다고 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배를 받아서인지 우간다 인들은 영어를 아주 잘한다. 어떤 네이티브 외국인이 말하길 올드패션의 영어지만 그들의 영어는 아주 훌륭하다고 한다. 물론 발음은 우리가 콩글리쉬 발음을 하듯 그들도 자신들의 언어의 냄새가 풍기는 영어 발음을 구사한다. 그리고 그 발음은 시골로 내려 갈수록 심해져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언어를 쓰듯 영어를 구사하더라도 우리들이 듣기엔 이게 영어인지 현지어인지 한 동안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영어는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한 우리들 보다 백 배, 천 배 더 잘한다.


IMG_5029.JPG


이렇게 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된 데는 학교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우간다 인들은 학교를 들어가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사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진다. 즉슨 모든 선생님들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를 더 많이 다닐수록 그들의 영어는 완벽해진다. 그러나 초등학교만 나와도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활영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학교 시스템 때문에 스와힐리어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케냐로부터 학생들이 이 곳으로 유학을 오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부시아란 지역으로 케냐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경도시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비해서 케냐에서 유학을 온 secondary school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시스템 탓에 대학까지 나오면 그들의 영어가 네이티브에 가까워 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문서를 보면서도 어떤 문법적인 오류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게 마치 우리가 한국어를 읽으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과 같이 한다. 그래서 영어를 잘 할수록 그들의 고학력의 척도가 된다. 그렇다 보니 많이 배운 사람들일수록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영어만 사용하려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간다의 언어는 몇 개나 될까? 여기 사람들에 말에 의하면 약 스무 가지는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어는 다른 많은 아프리카 국가처럼 첫 번째는 영어, 그리고 두 번째는 스와힐리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스와힐리어를 다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공공기관에서 스와힐리어를 쓰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이들의 공식어는 오직 영어다. 그리고 다수가 사용하는 언어인 루간다어가 내가 보기엔 더 공식어에 가까운 것 같다. 사실 공식어라기 보단 일반 사람들의 언어이겠지.


우간다는 지역마다, 그리고 부족이 다르면 각각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다. 여기 내가 살고 있는 부시아 지역만 해도 여러 가지 언어가 있다. 여기에서 주를 이루는 싸미아부족이 쓰는 언어인 싸미아어, 그 외에 다수 언어인 루간다어, 상인들은 스와힐리어를 사용할 줄 알고, 공식어인 영어, 그 외에 부기소, 루소가 등등…


처음에 이 곳의 대표언어인 싸미아어를 배우기 위해서 개인선생님까지 두었는데 타운만 나가도 사람들은 싸미아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루간다어나 오히려 스와힐리어를 사용했다. 이유는 상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와힐리어는 이곳 동 아프리카 상인들의 공용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IMG_5032.JPG


집 밖에만 나가면 아이들이 나에게 다양한 언어로 인사를 한다. 어떤 아이는 싸미아어, 어떤 아이는 루간다어, 어떤 아이는 스와힐리어 그리고 어떤 아이는 영어. 복잡하다. 시장을 가도 마찬가지다. 얼마냐 물어보면 어떤 아주머니는 싸미아어로 얼마라 대답을 하시고 어떤 아주머니는 루간다어로 대답을 하신다. 내가 모든 숫자를 다 익히고 있는 게 아니라서 내가 못 알아 들으면 영어로 얼마인지 대답을 해주신다. 그래서 난 배우기를 포기하고 그냥 영어를 사용한다. 영어는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90%이상이 통한다.


이런 환경 때문에 우간다 인들은 최소 2~3가지 동시에 할 수 있다. 자신들의 부족어, 학교를 나왔으면 영어, 대부분이 알고 있는 루간다어, 그리고 주변 이웃들이 사용하는 다른 부족어… 등등


내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 중 한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메이드조차 몇 가지 언어를 구사한다. 영어, 루간다, 싸미아, 스와힐리, 루소가. 주인집 아주머니는 이사를 많이 다녀서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거의 열 개나 된다. 비록 비슷한 계열의 언어인 반투(Bantu)계 언어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그렇게 각각의 언어를 익히는 것을 보면 과히 놀랍다. 그것을 볼 때마다 난 아프리카 인들이 특히 언어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처럼 오직 한 언어만 사용하는 국민들에겐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겐 우리나라처럼 한 나라에서 오직 한 언어만 사용한다고 하는 것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 곳 사무실의 여직원과 언어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당연히 한국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야, 우리는 학교에서 한국어만 써. 책도 다 한국어고 티비에서도 한국어만 나오고 다 한국어야. 그래서 우리가 영어 잘 못하는 거야.”


“뭐? 한 언어밖에 없어? 신기하다!”


이런 게 신기할 줄은 나도 미쳐 예상 못했다. 난 이들이 신기한데….





글쓴이 : 함영선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회원 함영선님은 KOICA가 후원해주는 NGO봉사단으로 우간다에서 활동 중이며 소속은 한국 어린이 재단(CHILDFUND KOREA)입니다. 지금 있는 곳은 CHILDFUND Alliances 중 하나인 CHILDFUND INTERNATIONAL인 미국에서 후원하는 CHILDFUND INTERNATIONAL UGANDA이라고 하십니다 :D

내년 2월까지 우간다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실 거에요. 너무 새롭다 와~!
  • ?
    미니 2009.10.15 19:40 (*.6.222.5)
    팔레스타인에서 가끔 사람들이 한국은 무슨 말을 쓰느냐고 묻습니다. 한국 사람으로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사용해 왔던 저에게 무슨 말을 쓰냐는 것은 약간 뜻밖의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
  • ?
    누리 2009.10.26 15:50 (*.249.5.2)

    고학력의 척도가 영어라...좀 슬프군요...

    갑자기 한국에서 태어난게  다행스럽게 느껴진다는...

    우리나라도 일본의 강점기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지금 일본어와 한국어의 자리가 바뀌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한세대와 두세대간 차이 밖에 없는데, 영어의 힘이 대단한건지..

    국가란 것이 생겨나면서 여러 인종과 언어가 하나의 국경으로 묶이다보니 이렇게

    한 국가 안에서 수십개의 언어가 공존하는것이겠지요...

    한국 사람의 정서로는 불편하겠다 싶지만,

    소수인종의 언어가 살아서 유지되고, 공존하고 있는게

    생동감있고 아름답게 보이네요

    영선씨! 글 재미나게 보았어요^^*

  • ?
    영선 2009.11.03 16:10 (*.88.118.179)

    감사합니다! 제가 이제야 확인을 했네요 ^^

    맞아요 저도 한국에서 태어난것을 다행으로 여겼었죠 저렇게 복잡한 인생을 안살아도 된다라는 사실탓에 ㅎ

    영어의 힘도 대단한거지만 그들도 그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언어가 필요 했기 때문였겠죠.

    그리고 스와힐리어란게 동아프리카에만 쓰이지만 영어란건 그렇지도 않고 그래서 부족간의 뭣도 없을 것이고.

    그들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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