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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었던 책인데 서평을 쓰다가 말다가 쓰다가 말다가 하다보니 뒷부분엔 내용이 기억도 잘 안나고(영어라서 다시 읽어보기도 싫네여..ㅜ) 사실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닥 흥미롭진 않아서;; ㅋ 미완인데 앞으로도 마무리를 안할 것 같지만 쓴게 아까워서 그냥 올립니다..죄송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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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파트마 카셈(Fatma Kassem)의 논문을 바탕으로 집필되었으며, 1948년 나크바(대재앙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스라엘의 건국일)를 경험했으며, 현재 이스라엘 내의 도시 Lyd, Ramley에서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구술 인터뷰를 토대로 크게 말(Language), 몸(The Body), 집(Home)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드러나지 못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여느 책처럼 팔레스타인인으로써 느끼는 이스라엘의 억압과 폭력을 고발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부장적인 팔레스타인 사회 속에서 남성으로부터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구술 인터뷰라는 특성상 이 책을 끌고가는 주체 역시 작가만이 아니라 인터뷰이들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인터뷰 과정 자체를 통해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역사적 주체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잊혀지거나 무시되었던 구술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그들 자신을 팔레스타인 생활 영역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주로 인터뷰이들이 처음 하는 말은 '나 같은 늙은 할머니 얘기를 들어서 뭐하냐?'라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와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48년에는 대략 75만~78만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데 이들에게 48년은 집단적인 국가폭력이자 개인적으로는 생존, 저항, 인내인 이 두가지 주체로서 상흔을 안고 있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여성들, 주로 할머니들과 소통함에 있어 정치적이거나 민족주의적 슬로건을 배제한채 주변화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나는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줄곧 625전쟁을 겪은 나의 할머니, 외할머니의 옛이야기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이처럼 저자는 팔레스타인 여성에 대해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비단 팔레스타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과거이기도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점령을 통해 살인, 고문, 자원수탈, 늘어선 검문소 등과 같이 우리와 다른 폭력적인 상황을 더 한 번 각인시키기 보다는 일상의 언어, 행동, 복장 등을 통해 점령이 어떻게 그들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1. 말 Language

 

팔레스타인 Palestine이라는 말의 기원은 Palaestina 로 로마가 그 지방을 부르던 라틴어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성경에서 팔레스타인 Palestine을 필리스틴 Philistines이라고 주로 쓰여져 있는데 이스라엘은  공공문서, 뉴스(하레츠에도) 등에서도 종종  히브리어로 필리스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또한 가장 잘 알려진 성경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서 다윗은 용감한 이스라엘인으로 골리앗은 잔혹한 팔레스타인인으로 묘사되어 있고 다윗이 골리앗을 죽임으로써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이러한 성경의 내용을 어필하면서 이스라엘은 근저에 팔레스타인은 선주민이 아닌 침략자임을 담고 있으며 결국 유대민족의 안보에 위험이 되는 잔인한 적이며 팔레스타인은 집단적으로 패배당하고 강출되어야 하며 함께 공존해서는 안된다는 시오니즘의 뿌리가 담겨져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공문서에는 팔레스타인이라는 선택지가 아닌 비유대인(Non-Jewish)/소수인(Minorities)/아랍계 이스라엘인(Arab Israeli) 으로  선택하게끔 주로 쓰여져 있다.

 

언어의 선택은 물려받은 정치적 선택이기도 하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구어를 통해 역사적 사건들을 그들의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주로 개인적, 집단적 경험에 대한 그들만의 특정한 용어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나는 원래 이 지역 출신이 아니다.'라는 것인데 이는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새로운 장소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은 이질감을 보여주는 말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내 표지판에는 히브리어, 아랍어, 영어 크게 세가지를 병기해서 사용하는데 사실 아랍어는 실제로 사용하는 아랍어가 아니라 히브리어를 발음하는대로 그대로 적어놓은 것 뿐이다.
 

-또한 나크바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이스라엘이 우리를 빼앗았을 때, 들어왔을 때[when Israel took us / when Jews came in]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여성들의 몸을 상징화하는 이중적인 의미로 쓰이며, 특히 처녀성으로 빗대는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팔레스타인뿐만이 아니라 식민지로 전락한 많은 곳에서 비유적으로 쓰이는 표현이고 시, 소설 등에서도 자주 등장한다.한편으로는 나크바의 트라우마에서 끝없이 벗어나고 극복하려는 모습도 보여지는데 흔히 자신들의 가족들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을 길러 집을 세우게 했다(establish a home)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존재함으로써 저항하는 것을 표현한다.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내러티브로서 젠더적 불균형 패턴은 시오니즘의 민족 담론과 함께 가기도 한다. 유대인 혹은 야곱(Jacob)을 이스라엘 땅의 선조(forefather)이라고 부르며 여성조상(foremothers)의 땅의 권리를 부정하는 한편 한편 팔레스타인은 그들의 땅을  축복받은 여성의 대지였지만 나크바로 인해 강간당한 땅이라고 부른다. 이런 언어화를 통해 여성들의 자격을 박탈시키고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두가지 내러티브를 통해 팔/이 간 영토 건설에 있어 여성(women)을 연약하게 (feminine) 만들고 보호자가 필요한 나약한 존재로 만든다.  이렇듯 여성들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조국이 해방되건 그렇지 않건 보호와 소유를 필요로 하는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젠더의 불균형을 조장할 뿐아니라 여성들을 계속되는 갈등으로 밀어 넣는다.

 

-이주(migrant)라는 용어는 그들에게 부정적인 단어이며, 나아가서 난민(엄밀히 말해서 internal refugees/internally displaced persons;국내 실향민)라는 자기규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주라는 단어는 스스로의 결정이 뒷받침되어야하는데 그래서 보통 우리가 나가있었을 때, 우리가 쫓겨났을 때,(we went out/expell us/we fled/took us) 등 말을 사용한다. 난민이라고 부르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모멸감이 담겨 있으며 지금의 상황이 영구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2. 몸(Body)
48년의 힘겨움을 경험한 팔레스타인 할머니들에게 역사적, 문화적 사건들은 주로 몸으로 기억된다. 임신, 출산, 수유, 배고픔, 목마름, 걸쳤던 옷 등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특히 자신 혹은 여성의 몸은 생존과 관련한 기억이 많으며 강인하고 저항적인 모습으로 이야기 한다. 반면 남성의 몸에 대한 기억은 죽음, 보았던 남성의 시체, 혁명가 등 이스라엘에 의한 직접적 희생자, 트라우마, 죄책감이 동반되어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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