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Ich
(*.109.227.187) 조회 수 105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P110207.jpg

지금 이집트에서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고 계시지요? 한국에서도 지난 월요일 이집트의 민중투쟁에 연대하는 집회가 열렸으니 [*1],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있거나, 연대 행동에 나설 생각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그런데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은 역시 지금 이 상황이 팔레스타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집트 무바라크(Mubārak) 정권(1981~)은 민중의 목소리를 30년 가까이 압살해 왔는데, 그 정책의 중심은 아시다시피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협조였습니다. 이집트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서 이스라엘에게 점령당한 시나이(Sinai) 반도를 탈환하기 위해 벌어진 1973년의 제4차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구체적으로 시나이 반도의 반환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내린 선택이 이스라엘과의 단독 평화협정과 미국에서의 군사 원조였습니다. 이러한 정책 변화 때문에 팔레스타인을 해방해야 한다는 아랍국가로서의 정의는 유명무실화 되었습니다. 
 
이 정책을 진행한 당시의 사다트(Sādāt) 이집트 대통령은 친-이스라엘, 친-미국 정책과 국내적인 빈부격차의 확대, 부패의 횡행 등에 대한 민중의 분노 가운데 암살당합니다. 그 빈자리를 이어 대통령이 된 사람이 바로 무바라크 현 이집트 대통령입니다. 무바라크는 사다트의 친-이스라엘, 친-미국 정책을 유지하면서, 민중의 요구에 대해서는 미국의 원조로 강화 된 군사/치안 기구를 동원하여 탄압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30년 동안 지속된 독재의 바탕을 마련했습니다.
 
무바라크의 독재는 이집트라는 아랍 최대 강국을 친-이스라엘 친-미국 정권으로서 유지하는 것이고, 일부 계층이 그 혜택을 받으며 부패되면서, 민중은 강력한 감시체제 가운데 고통을 겪어야하는 시대임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그러한 이집트의 변화는 이스라엘,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집트에서의 위협이 줄어서 군사비도 절약할 수 있게 된 이스라엘은 그렇게 생긴 군사적 여유를 이용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력과 지배를 강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1967년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점령이 유지되어 왔으며, 뿐만 아니라 1982년 레바논 전쟁 때 사브라-샤티라 학살을 비롯하여 이스라엘에 의한 가혹한 만행이 그대로 방치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PLO가 레바논에서 추방당하고 투쟁의 주체를 잃었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로부터 가혹한 압정과 착취를 당했지만, 그에 대한 저항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항쟁인 제1차 인티파다(1987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집트의 그러한 상황이 역사적으로 40년이 넘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점령이 고착화 되는 배경이 됐다는 것과 더불어, 이스라엘에 의한 점령을 물리적으로 지지해 왔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2006년 팔레스타인 평의회 선거에서의 하마스(Hamas) 승리를 이유로 이스라엘이 시작했던 가자(Gaza)지구 봉쇄는 단지 이스라엘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미 여기저기서 논해 온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빼고 유일하게 가자(Gaza)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집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집트는 가자(Gaza) 민중을 돕기 위해 나서기는커녕 미국-이스라엘과 협조 체제를 갖추고, 이집트-가자(Gaza)의 라파(Raffa) 국경 지하에 강철제의 장벽을 건설하며 [*2] 완전한 가자(Gaza) 봉쇄를 자행해 왔습니다.
 
이집트를 둘러싼 정세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무바라크에 대한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음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마치 이집트 민중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러한 '액션'은 팔레스타인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해 봤을 때, 결코 환영 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이미 무바라크도 후계자로 지명한바 있고, 오바마 정권이 지원하고 있는 오마르 술레이만(Omar Sulaiman) 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는 1991년부터 약20년 동안 이집트의 종합정보국 장관을 맡아온 인물로서, 완전히 무바라크의 친-이스라엘 친미 정책을 치안의 측면에서 지탱해 온 사람입니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는 무바라크 정권의 친-이스라엘 정책의 책임자로서 팔레스타인 정책을 감독해 왔다고 합니다 [*3]. 이러한 경력을 살펴보면 라파(Raffa) 국경의 지하 장벽 건설도 그의 개입 없이 진행한 것이 아닐 겁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집트 민중들의 피어린 저항에 대해  ‘실천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실용파 [*4]’인 술레이만을 기용함으로서 넘어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목적은 40년 점령을 거치며 점령촌 건설 강행을 통해 야금 야금 팔레스타인 병합을 시도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최대의 아랍국가로서의 이집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어서 매년 13억의 군사 원조를 포함한 협력 취소을 통해서 그리고 이스라엘은 79년 평화협정 유지의 어려움을 이유로한 군사력 확대를 통해서, 이집트에 ‘기대 할’ 만한 체재가 들어서도록 ‘노력’해 있습니다.
 
민중들의 민주화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 드릴 수 밖에 없을 이집트의 새로운 정부에서는 하마스에 대한 영향력이 큰 무슬림형제단도 중요한 지위를 얻게 될 겁니다. 그러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원래 무슬림형제단과는 적대적인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건을 하마스에 대한 ‘대책’에 이용하려고 할 것입니다. 즉 이스라엘은 지난 2005년 8월 가자(Gaza)지구에서 점령촌을 철수하며 가자(Gaza)의 ‘일방적 분리’를 선언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분리•봉쇄한 가자(Gaza) 지구의 관리를 이집트가 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는 그 동안 이스라엘 당국과 상상도 못할 정도의 ‘협조’가 폭로된 파타(Fatah) 정부를 파트너로 삼아, 점령촌을 중심으로 한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병합’을 더욱 진행시킬 겁니다. 그간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응을 보며, 이러한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의 팔레스타인 지배의 청사진이 보입니다.
 
각자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미 오마르 술레이만과의 접촉을 시작했고, 이미 가자(Gaza)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5]. 그리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수상은 가자(Gaza) 지구의 생활 경제 수준 향상 위한 물품 반입을 인정할 생각을 비추면서도, 가자 앞바다 가스논 개발에 대해서는 파타(Fatah) 정부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가운데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도할 지도 모른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지금 아랍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민중 투쟁의 소식은 팔레스타인에도 전달되고 있고, 특히 서안 지구에서는 파타(Fatah) 정부의 철저한 이스라엘 협조라는‘폭탄’까지 있기때문에 팔레스타인에서도 투쟁이 시작할 조건은 충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압도적인 이스라엘의 군사력, 경찰력과 민주화 투쟁을 철저하게 막을 생각인 파타(Fatah) 정부 가운데,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투쟁에 일어서기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아랍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민중 투쟁의 동향에 주목하면서, 이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을 더욱 깊이 지배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행동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것 입니다. 

이번 기회에 중동에서 사라져야 하는 최대의 부정의는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지배이라는 목소리를 팔레스타인인에 연대하며 높여야 할 것입니다.

 
[각주]
*1:   2011년1월31일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무바라크 퇴진과 이집트의 자유를 위한 집회’가 벌였습니다.  http://pal.or.kr/xe/144352
*2:   2009년12월 이집트 정부는 가자의 지하터널에서의 밀수 방지와 국경 관리권을 이유로 이집트-가자(Gaza)의 라파(Raffa) 국경 지하에 차단벽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http://pal.or.kr/xe/126247
*3:  http://en.wikipedia.org/wiki/Omar_Suleiman
*4:  이스라엘군 첩보부 AMAN에 의한 술래이만의 평가.
*5:  http://www.maannews.net/eng/ViewDetails.aspx?ID=355741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글쓴이 조회 수
50 팔레스타인, 오랜 파도가 바위를 부수듯 - 1 3 file 2010.06.06 미니 8188
49 동아일보에 실린 [허락받지 못한 메카의 순례자]를 읽고 1 file 2010.03.17 미니 8267
48 나의 요즘 관심사에 대한 설명, Cross generational & Transactional sex in Uganda file 2009.12.21 올리브 8279
47 이스라엘의 조직적 폭력, ‘불법 정착촌’의 비극 1 2014.07.14 뎡야핑 8398
46 팔레스타인, 오랜 파도가 바위를 부수듯 - 2 file 2010.06.06 미니 8612
45 가자의 잠 못 이루는 밤-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이스라엘의 드론 전쟁[1] 2 file 2014.05.29 냐옹 8837
44 영국의 지배 그리고 그들의 언어 - 우간다에 대한 첫번째 이야기 3 file 2009.10.14 뎡야핑 8888
43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의 인종청소'를 읽고 1 file 2010.01.10 미니 9078
42 팔레스타인의 ‘땅의 날’(Land Day)을 아십니까? 1 file 2010.03.19 알리아 9225
41 "장벽 너머에 있는 우리 땅은 빼앗길 염려가 없어" 2 file 2010.01.11 반다 9320
40 영화 <거품 the bubble> 2 file 2010.06.25 반다 9629
39 개발 도상국, 그리고 그 곳의 시골에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 첫 번째, 행복감 4 file 2009.11.03 올리브 9837
38 이스라엘의, 이스라엘에 의한, 이스라엘을 위한‛평화’ 라는 춤 file 2011.03.25 Ich 9898
37 알 아라킵, 나카브-네게브 사막의 유대화 프로젝트 file 2011.04.02 뎡야핑 10064
36 이스라엘은 왜 민간인 구호선을 공격했을까? 4 2010.06.09 뎡야핑 10182
35 check point for women - 이스라엘 점령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file 2009.08.21 뎡야핑 10405
» 이집트의 상황이 팔레스타인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을 file 2011.02.07 Ich 10552
33 [미완의 서평]팔레스타인 여성들 2014.01.06 냐옹 10555
32 당신의 투쟁과 우리의 사소한 일상 file 2010.12.14 반다 10632
31 요르단 계곡─삶에 대한 모독과 싸우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file 2011.03.27 Ich 1090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