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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79383


생각해보라. 만약 당신의 집 앞에 어느 날 8미터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들어서서 장을 보러 마트에 가거나 애인을 만나 데이트를 하거나 학교에 가거나 이 모든 것들이 불가능하거나 아주 힘들게 돌아가야만 한다면? 당신이 가꾸던 농장이 장벽으로 두 동강이 나서 장벽 반대편의 농장으로 가려면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간신히 얻은 허가증을 들고 긴 줄을 기다려야만 한다면? 당신의 마을이 장벽 밖에 위치하게 되어 곧 태어날 아이의 시민권이 날아가게 된다면?

 

영화 오마르에서 주인공은 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스라엘이 쏘는 총탄을 피해 목숨을 걸고 장벽을 넘는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장벽을 넘고 싶은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그들을 옥죄는 원인은 똑같다. 바로 이스라엘의 점령이다. 그리고 오마르가 넘은 그 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감수하며 살아가야 할 점령의 아주 일부분의 이야기이다.


01.jpg


영화의 도입에서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는 분리장벽은 일부의 지역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의 경계선(그린라인)을 가르며 굽이굽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파고들어 만들어지고 있다. 분리장벽은 2002 6월에 이스라엘이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보안장벽이라 칭하며 건설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그 길이는 440km에 이르며,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도 계속 건설 진행중인 인종차별 장벽이다.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장벽이 불법이라는 권고안을 내며 장벽 해체를 요구하였으나 이스라엘은 안보를 빌미로 지금까지 무시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벽과 일련의 차별정책들은 비단 지형적으로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혹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팔레스타인 내 커뮤니티를 파괴한다. 1948년 이스라엘의 침략으로 지금까지 점령을 겪고 있는 이곳은 이른바 근대화 혹은 서구화되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친족중심, 마을중심의 유대가 강한 편인데 오랜 기간 점령의 후유증으로 영화에서 그려지는 오마르와 타렉, 암자드처럼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기도, 이스라엘의 끄나풀이 되기도 한다.

 

식민과 분단을 경험한 한국의 역사만 보더라도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일면 이해할 수 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여 죽이고, 가족을 떨어뜨려놓고, 대치하는 긴장감을 이용해 국가적으로 개인에게 애국심을 종용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자들을 낙인찍는 것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인해 피식민지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왜곡된 다양한 정서가 스며들어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점령으로 미래를 포기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년들, 점령을 피해 해외로 가려는 사람들, 목숨을 걸고 투쟁을 준비하는 한 줌의 사람들, 구금되어 있는 자식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부모들, 분노를 못 이겨 이스라엘 전차로 돌진하는 사람들 이 모든 이들이 얽히고 설켜 뒤틀리고 복잡하고 지쳐가는 오마르, 나디아, 타렉, 암자드와 같은 삶들을 만들어 낸다.

 

뉴스에서만 보던 지구 반대편 작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점령과 전쟁이 한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 앞에서 쉽게 상상하기란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픽션이기는 하지만 영화라는 툴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들을 이해하는데 좋은 매체임에 분명하다. 사실 영화 오마르에서 그려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이 픽션이라 하기엔 리얼리티에 가깝긴 하지만


*2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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