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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27일부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학살을 시작하자 다른 때와는 달리 많은 한국 언론들이 가자 학살에 대한 보도를 연일 쏟아냈습니다. 긍정적인 보도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전한 것은 독자들에게 진실을 전해야할 언론이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막판 대공세가 전개되는 최근까지 휴전협상에 느긋한 입장을 보이면서 시간을 끌어왔다……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 시간을 끌면서 취한 또 하나의 전략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를 최대한 악화시키면서 국제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하는 것이었다. 하마스는 이런 전략을 채택하면서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하마스 휴전으로 선회한 이유는’, 연합뉴스, 2009/01/15    
    
위의 기사대로 하자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던 시점인데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일부러 휴전에 나서지 않은 것이 됩니다.

먼저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가 악화된 것은 일방적으로 폭격을 퍼부으면서 가자 지구 주민들을 학살했기 때문이지 하마스가 휴전 협상에서 시간을 끌거나 안 끌거나 하는 것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또 연합뉴스의 얘기대로 하자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기 위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것처럼 되는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생존에 관심도 없는 하마스를 총선에서 집권당으로 만들었고 지금도 지지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연합뉴스의 잘못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인들의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거나 그들의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만이 아니라 인민전선,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이슬람 지하드 등이 여러 조직이 연합해서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조직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떨어진 외부 세계에 존재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가자지구로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지금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바로 이 조직들의 활동가이거나 그런 활동가들의 가족 또는 이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조직들이 자기 가족과 이웃의 생명은 외면한 채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휴전을 받아들지 않았을까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인들이 유엔의 휴전 제안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팔레스타인인의 생존 기반을 철저하게 무너뜨렸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봉쇄가 풀리지 않은 채 휴전이 된다면 가자지구의 상황은 수천 명의 사상자만 남긴 채 2008년 12월26일의 상황으로 그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당장에 휴전을 해서 학살을 멈추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휴전의 조건에는 반드시 봉쇄 해제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요구였던 것입니다.

강경과 온건이라는 시각

이번 사태로 하마스는 더욱 강경해질 것이고, 압바스를 비롯한 온건파들은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중동평화협상에도 암운이 드리워진다. 그렇다고 하마스를 배제한 채 중동평화협상을 하면 두고두고 정당성 논란에 부딪칠 것이 뻔하다. – ‘이 ‘하마스 무력화’ 미지수’, 경향닷컴, 2009/12/31

  

정전협정의 주체도 논란거리다. 교전 당사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였으나, 팔레스타인 쪽을 대표해서 온건파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파타당)이 나설 경우 대표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이-팔 ‘정전협정’ 체결까지는 산 넘어 산’, 인터넷 한겨레, 200/01/08

    
    
(무장)강경정파 하마스라는 왜곡된 시선과 함께 한국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것이 하마스=강경, 파타=온건이라는 시각입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집권하였습니다. 하지만 파타 출신의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하마스 정부를 해산시킨 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정부를 구성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마스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과 파타 상층부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해서 하마스와 전투를 벌이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팔레스타인 내전의 배경입니다. 그에 비해 그동안 하마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 사업에 적극적이었으며, 이스라엘이 살해한 사람의 가족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파타의 상층부가 부정·부패로 부와 권력을 쌓아오는 동안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중들 속에서 지지를 받았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강경하고, 온건하다고 해야 할까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총을 들고 뒤엎으려고 했던 마흐무드 압바스와 파타를 과연 온건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분할해서 지배하려고 합니다. 정치적으로는 파타와 손을 잡고 하마스를 배제하려고 하고, 지역적으로는 하마스를 생존 기반이 무너진 가자지구에 몰아넣고 파타를 중심으로 서안지구에서 점령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07년 말 미국에서 있었던 아나폴리스 중동평화회담도 하마스를 빼고 진행한 것입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집단은 협상 파트너로,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세력은 ‘테러리스트’ ‘강경’ 등의 이름을 붙여 배제하려는 것입니다.

경향과 한겨레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에 동조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다만, 팔레스타인의 정치를 설명할 때 앞의 사례와 같이 강경과 온건이라는 틀 속에 갇힌다면 여전히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됩니다. 특히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과 파타가 그동안 진행해 온 협상 노선에 많은 팔레스타인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에게 붙여진 ‘온건한 협상파’라는 수식어는 마치 압바스가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의견을 대변해서 평화협상에 나서고 있는데 강경한 하마스가 문제라는 식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 한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틀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래도 스스로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의 연합뉴스의 사례처럼 소설 쓰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앞의 경향이나 한겨레의 사례에서 보듯 ‘강경 대 온건’이라는 구도는 정치 상황을 쉽게 설명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구도를 가지고 정치 상황을 설명하려면 누가 어떤 의미에서 강경하고 온건한지, 혹시 많은 언론이 쉽게 사용하고 있는 ‘강경 대 온건 = 하마스 대 파타’라는 구도가 누군가에 의해 일부러 만들어진 이미지는 아닌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 글 : 미니
- 출처 : 미디어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37
* 뎡야핑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7-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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