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아랍피 이스라엘"

by 반다 posted Dec 0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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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나미 아오에의 책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2014, 현암사)>는 일본인 저자가 이스라엘에 몇 년간 체류하며, 이스라엘 아랍사회라는 주제로 기록한 르뽀 형식의 글이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몇 가지 생각을 두 차례에 걸쳐 올린다.


이스라엘에는 누가 살지?

   

내가 처음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2009년 한 청년 캠프에 참여했을 때다. 이 청년 캠프는 나블루스 근처에서 열렸고, 사회주의 계열 청년 단체 주관으로 10대부터 20대 중반의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모여 강의와 토론을 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온 팔레스타인 10대 후반 여자 친구들 10여명과 숙소를 함께 썼는데, 어느 날 그 친구들이 화가 났달까 심각하달까 한 표정으로 히브리어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얘길 들어보니, 서안 출신의 어떤 남성 참가자가 자신들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쾌한 언행을 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 친구는 18살이 넘으면 히잡을 쓸 꺼 라며 억울한 표정이었고, 다른 친구는 히잡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며 화를 냈다. 이 친구들이 히잡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나 위생이나 문화에 대한 차이로 그 일주일을 힘들어 하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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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 남성 참가자들 / 이스라엘에서 온 팔레스타인 여성 참가자들과 함께


 

부끄러운 자각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그 때 처음 자각했다.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이스라엘에서 2등 시민인 그들이 서안지구에 와서도 문화적 차이로 힘들어 하며 섞이기 힘들어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대화를 누군가가 듣고 또 다른 이야기에 휘말리는 게 싫어서 아랍어가 아닌 (이스라엘 언어)히브리어로 말하고 있는 아이러니. 그리고 그런 현실 지켜보며 내가 느꼈던 복잡한 감정. 이스라엘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삶과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삶이 만났고, 닮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중첩된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조용히 깊은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각자 삶의 통증을 안고서.

어쩌다보니 연락이 끊겼지만, 이제 20살이 넘었을 그 친구들의 현재가 궁금하다.

 

타나미 아오에의 책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에 비춰 상상해 본다.

책의「부엌에서 보는 이스라엘」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기독교 아랍인인 하우스 메이트처럼, “결혼 따위는 내게 묻지마, 지금 남친 과의 섹스가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고 있을까. 혹은 「이스라엘의 이슬람운동」에 나오는 라이라처럼 “한때는 나도 어깨나 다리를 노출한 옷을 입었지만, 이슬람 운동을 만나서 히잡을 쓰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스라엘의 부재자와 우리」부분에서 최근 남성과 관계를 맺은 미혼 여성이 남성 가족에 의해 살해된 ‘명예살인’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조직 중이던 한 페미니즘 단체의 활동가처럼,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이 잔인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랍 사회 자체가 젊은 여성들을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면 차라리 서아시아 전체가 이스라엘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을까?

 

팔레스타인 대신 오리엔탈

 

이 책의 주된 관심사는 이스라엘의 아랍인(아랍어로 아랍피 이스라엘)이다.

일본인인 저자 타나미 아오에는 시리아와 이스라엘등에서 다년간 공부한 경험을 토대로 ‘아랍인의 눈’으로 이스라엘에 바짝 다가가 다양한 주제로 관찰을 시도한다. 책의 「관광지에서 드러나는 이스라엘다움」을 보면 성경에도 아카(히브리어 표기 아코)라는 도시는 고대 이스라엘 백성도 점령하지 못한 아랍도시였는데, 현재는 이스라엘에 점유되어 관광지로 개발되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 관광지 설명 글엔 아랍이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대신 ‘오리엔탈’이라는 말이 사용된다며, 이스라엘은 아랍인의 역사를 빼앗고 그것을 관광지에서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타자’로 종속시키려는 힘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주된 수입원이 관광 산업일 만큼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하는데, 그 세계인들이 얼마나 왜곡된 역사를 만나고 가는지 가늠해 보는 것 조차 싫은 느낌이다. 이스라엘 관광객 상당수가 한국인 기독교인임을 생각하면 한국은 이스라엘 역사왜곡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유대인 사회와 아랍 사회 내부의 차별

 

책은 이외에도 유대인 사회보다 아랍사회 안에서 받아온 차별이 훨씬 노골적이고 가혹했다는 베두인 아랍인의 증언도 담고 있다. 또한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 운동이 인구는 적어도 문화적 사회적으로 아랍사회를 견인해온 기독교도를 무시 할 수는 없다며, 이스라엘이 무슬림과 기독교도를 단절시키기 위해 이슬람 운동을 조종하고 있다는 아랍계 공산주의 계열 단체 활동가의 주장도 실려 있다. 이스라엘 아랍 사회 내부의 차별과 차이에 대해서도 조망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이스라엘 페미니즘이 오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온주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그것이 넓은 의미에서 이스라엘 좌파의 혼란을 상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 책이 굉장히 광범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주제마다 주도면밀한 관찰과 해석을 놓치지 않고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들이다.

 

저자는 연구자임에도 객관을 가정하지 않고,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점령 정책을 비판하는 자세로 관찰과 기록을 했다고 밝힌다. 지금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현실에서 중립은 차별과 억압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말이다. 심지어 아무리 사람 좋은 유대인을 만나도 아랍을 멸시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면 마음을 열수 없었고,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의 아랍인 중 스스로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아랍 여러 나라에 대한 경제적 우월감을 풍기는 이야기를 듣건 괴로운 일이었다는 자기 분열적 고백도 덧붙인다. 어설픈 중립의 자세을 취하며, 주관을 객관으로 포장하는 태도를 만날 일이 없다는 건 이 책의 큰 미덕중 하나다. 저자가 연구자임과 동시에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연대 운동에 몸 담아 온 활동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 책의 저자 다나미 아오에 선생이 12월 4일부터 12월 10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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