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메드 라시드의 '혼돈 속으로의 추락'을 읽고

by 미니 posted Dec 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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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이란, 이라크 따위는 21세기 들어 미국과 함께 정치 뉴스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2001년부터 미국이 침공을 하고 있고, 지난 12월초에 오바마가 미군 병력을 늘이겠다고 하자 파키스탄의 친탈리반 조직들도 더 많은 군인들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내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0년이 되면 한국군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갔다는 얘기와 누군가 한국군과 한국인들을 공격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겠지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나토군(앞으로는 한국군도 포함), 하미드 카르자이가 중심이 된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한편으로 하고 다른 편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리반, 파키스탄 탈리반, 알 카에다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등 각 지역에서 온 이슬람 조직이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직접 군대를 동원하든 아니든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등도 이 전쟁에 개입하고 있구요. 아프가니스탄이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만큼 많은 국가와 조직들이 얽혀서 소련 침공 이후 30여 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흐메드 라시드Ahmed Rashid의 [혼돈 속으로의 추락Descent into Chaos]는 9·11을 명분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부터 최근까지의 상황, 그리고 여러 세력들이 얽혀 있는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한국군 파병을 계기로 그나마 조금씩 한국인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말에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말을 섞어 놓으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리까리할 테니깐 말입니다.

 

미국을 빼면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국제 관계의 핵심에는 파키스탄이 있습니다. 과거 팔레스타인 문제까지 개입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던 파키스탄 정부는 소위 ‘대테러전쟁’이 시작되자 역시 미국을 지원하고 나섰지요. 하지만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친파키스탄 정부를 세우기 위해 이슬람 조직을 지원해 왔던 정보부를 중심으로 한 친탈리반 진영은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탈리반을 지원합니다. 파키스탄은 카슈미르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인도에 대항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군인들을 키워왔었구요. 반대로 지금 인도는 인도대로 아프가니스탄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수를 쓰고 있구요.

 

파키스탄의 군부뿐만 아니라 여러 정당과 사회단체, 종교단체들의 탈리반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지요.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단숨에 카불을 내어 줬던 탈리반이 다시 세력을 모아 반격을 가할 수 있었던 것도 파키스탄까지 넘어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파키스탄 에 있는 친탈리반 세력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여러 가지 얘기가 있겠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코를 맞대고 있는 중국의 입장은 어떨까요? 일단 중국은 대규모 미군 병력이 아프가니스탄에 장기 주둔한다면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이겠지요. 그런데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리반이나 이슬람 조직들이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위구르와 같은 중국내 이슬람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겠지요.

 

국제정세가 복잡한 만큼 아프가니스탄 내부도 복잡하지요. 소련에 맞서 싸우던 이슬람 조직들이 소련이 물러간 뒤에 카불을 장악 했고, 1996년에 탈리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나머지 조직들이 북쪽으로 몰려가서 북부동맹을 만들었고, 이들이 다시 미국의 침공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와 하미드 카르자이와 함께 손을 잡고 현 정부를 움직이고 있지요. 각 나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여러 군벌들을 지원하고 있고, 예전에는 탈리반과 싸우던 헤크마티야르 같은 사람은 지금은 미국과 싸우고 있지요.

 

이렇게 계속 되는 전쟁을 보면서 많은 사람은 과거 소련이 그랬듯이 이번에는 미국이 이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미국이 만약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면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겠냐는 겁니다.

 

전 이것을 ‘폐암 환자와 담배’와의 관계로 생각합니다. 폐암 환자에게 치료를 위해 담배를 피우라고 권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겠지요. 더 빠른 죽음과 더 큰 고통을 만드는 길일뿐입니다. 물론 담배를 끊는다고 해서 폐암이 저절로 치료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담배를 끊고 몸의 다른 건강한 부분이 암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요.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과 탈리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와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힘이 커지도록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지요.




* 팔레스타인/이라크/이란/아프가니스탄 등 이 지역의 문제들은 모두 미국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지역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은 미국을 이해한다는 것이고, 미국의 중동 정책을 알면 이들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겠지요. 이 책 [위험한 권력 Perilous Power(한국어판 - 촘스키와 아슈카르, 중동을 이야기하다)]은 노암 촘스키와 레바논 출신의 질베르 아슈카르가 중동 문제를 놓고 벌인 대담을 기록한 것입니다. 중동 문제를 처음 접하시는 분은 이 사람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리까리할 수도 있으니 적게나마 그동안 중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 오셨던 분들이 보시면 아주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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