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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가 내 눈에 들어왔다 - 12/16 만남의 날 발표 자료

뎡야핑, 2010-12-19 1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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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수확의 의미


올리브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의미한다. 그들이 살아가는 땅에서 잘 자라고 그들의 역사만큼 오랫동안 땅을 지키고 살아온 올리브 나무. 올리브 나무는 상대적으로 물이 부족하고 기후가 좋지 않아도 잘 자라며,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농부들은 말한다. 올리브 농장이 없는 가정도 앞뜰이든 어디든 대부분 올리브나무를 키우고 있다. 수 천 년 된 올리브나무에서, 심은지 몇 년 안 된 어린 나무까지,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에 영토병합된 사막의 베두인들의 마을까지, 이땅은 진짜 올리브나무의 땅. 그래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옥을 부수고 사람들을 내쫓듯, 올리브 나무를 뿌리 뽑고 불태운다.


이스라엘이 점령촌을 지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농장이 점령촌 안에 포함되기도 하고, 점령촌 바로 옆에 붙게 되기도 한다. 내가 결합한 농장도 점령촌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농장이 ‘군사보안지역·군사제한지역’으로 설정되면 올리브 수확을 위해 이스라엘측의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는 변덕스럽게 정해졌다가 취소되기 일쑤이며, 이미 허가가 났거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지역이라도 점령민이나 이스라엘 군인들이 쳐들어와 다짜고짜 나가라고 하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 국제 활동가가 있으면 이스라엘 점령민과 군인들이 패악질을 벌이기가 힘들다고 한다. 보는 눈이 무서운 건 알아가지구.. 점령민들은 대부분 총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국제 활동가가 법적 근거나 허가 받았음을 설명해도 막무가내인 이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현지에서 국제 활동가가 어떻게 그들을 쫓아내겠는가? 국제 활동가의 역할은 최소한 농민들이 올리브 수확한 걸 정리해서 싣고 갈 수 있게 시간을 벌어주고, 폭력행사를 막는 정도라고 말한다.


우리가 조인한 단체, ISM과 기타 다른 루트 간략 소개


우리가 조인한 단체는 ISM이다. 국제연대활동(Internationl Solidarity Movement)의 약자이다. 이들은 평등한 활동가들의 자발적 연대로 이뤄진 조직인데, 몇 가지 주요 분야에 코디가 있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참여하는 활동가들이 각자 결정한 바에 따라 같이 활동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올리브 수확이나 점령민들의 횡포를 감시하며,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국제 활동가들을 교육시키기도 하는데,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이틀간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트레이닝 후에 몇 군데 ISM 하우스가 있는 지역 중에 선택해서 갈 수 있는데, 당시 요르단 계곡이 끊임없이 점령민의 공격을 받으며 나이트웟치할 활동가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고 싶었는데, 일단 올리브 수확이 주된 목표였기 때문에 계획대로 올리브를 수확하러 나블루스로 향했다. 후에 요르단 계곡에 다녀왔던 활동가에게 듣기를, 거기는 낮에는 크게 하는일이 없고, 점령민들이 밤에 공격하니까 밤에 나이트워치를 한다는데, 점령민이 괜한 활동가가 자기를 때렸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이스라엘 군대에 호송되서 점령촌 안에 있는 이스라엘 경찰서에 붙들려 갔단다. 그런식으로 붙들려 가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이스라엘에서 추방당하고, 다시는 팔레스타인에 못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 이 친구는 호송당하면서 다시는 팔레스타인을 못 보는구나, 하고 애수에 젖어서 팔레스타인 마을을 돌아봤다는데, 노르웨이 대사관이 달려와서 금세 풀려났다고 한다. 경찰서에 잡혀가고 재판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ISM에서 법률 지원을 해준다. 또 활동 중에 다치면 ISM에서 병원비도 대준다고 한다. ISM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비용 부담하는 일은 없고, ISM 하우스에 머물 경우 하루 약 7, 8천원을 잠자리용으로 내면 된다. 자세한 건 나중에 가이드북으로.. 참고로 올리브 수확 캠페인을 주관하는 단체가 현지에 꽤 많다. 그 중 IWPS를 통해 다녀온 한국인이 한겨레 21에 11월에 쓴 글이 있으니 함 보시라. 검색하면 나온다.


카피르깟둠 마을 간략 소개


우리가 들어간 마을은 67년 전쟁으로 점령당한 서안 지구의 카피르깟둠이라고, 나블루스에서 아주 가깝고 인구가 3천이 조금 넘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5개의 점령촌에 둘러쌓여 있어서 나블루스에서 15km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도, 그 점령촌이 없는 곳으로 길을 빙 둘러가야 해서, 시속 100km에 가까운 택시를 타고 30분이나 가야 했다. 점령촌이 많은 만큼 점령민의 횡포가 엄청 심각하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들어가 수확한 4일 동안은 아아아무 일도 없었는데, 위에 말한 알리아의 글도 그렇고 현지에서 들은 바로는 우리가 들어가기 불과 며칠 전까지 점령민들이 올리브 나무를 불태우고, 군인들이 수확을 그만 두고 당장 농장에서 나가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전에 이런 장소임을 듣고, 점령민이나 군인을 만나면 이 농장이 군사 지역에 속한다는 지도를 보여달라, 그리고 너희에게 이럴 권리가 있다는  paper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런데 수확하러 가는 첫날, 가족 별로 사람을 2명, 3명씩 아주 소수명씩을 원했다. 알고보니 원했다기보다, 사전에 조율된 결과였는데, 우리는 처음 간 거니까 몰랐고.. 우리는 두 명이서 갔는데, 우리 둘다 첫날이고 초보니까, 둘이 찢어져서 며칠 전에 조인한 활동가들과 갔다.


실전! 올리브 수확


나는  이날 이후로 4일간 페레스 일가의 농장에서 그들이 농사를 모두 마무리짓는 것까지 돕고 동예루살렘으로 떠났다. 이스라엘 공항의 검문이 심하니-뒤에 겪은 바 정말 수치스러울 만큼 심했따-, 한국에 오기 전에 팔레스타인 관련 물품을 모두 우편으로 보내라는 교육을 받았는데, 우편을 서안 지구에서 보내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동예루살렘으로 나가기 위해서... 아시다시피 팔레스타인은 점령촌과 검문소때문에 이동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그래서 4일간 한 가족의 농사에 끝까지 함께 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그냥 나왔다.


첫날 노르웨이 스쾃팀의 일원으로 온 활동가랑 둘이 작업에 참여했다. 마을에서도 차로 15분은 이동하는 곳에 있던 페레스 가족의 농장은 정말 그냥 점령촌이 딱 옆에 있었고, 사이에는 얼기설기 둘러놓은 철조망이 전부였다. 높은 곳에 있는 점령촌에서는 아래 우리가 올리브 수확하는 게 다 보였다. 수확하러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도 우리는 점령민들을 볼 수 없다. 가끔 베란다에 걸어놓은 빨래가 바뀌는 걸 보고 저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처음엔 굉장히 긴장했다. 어리석지만 위에서 왠 미친놈이 나타날까봐.. -_- 가족들도 가끔씩 도로변에 차가 서는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하고 쉬잇.. 그랬는데 나중에는 가족들도 나도 차가 가든 말든 위에 누가 보든 말든 미친듯이 올리브를 수확했다.


지금은 이름을 잊었다. 페레스 가족이라는 것밖에.. 그래서 앞으로 편의상 가족내 호칭으로 부르겠다. 첫날은 엄마, 친척여성과 나와 다른 활동가 총 4명의 여성이 작업했다. 이 엄마여성이 영어를 아주 조금 할 수 있었는데.. 내 아랍어를 거의 못 알아들으셨다 헐. 그래서 서로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고, 몸짓 언어로만 소통했다. 시골 마을의 독실한 무슬림들로, 우리가 신을 믿지 않는다니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더는 설명할 재주가 없어서 서로 그만 뒀지만..; 같이 간 활동가는 작년에도 들어왔었고 올해도 1주일 전에 결합한 사람이었다. 이날 위에 언급한 이들 팀의 일원이 요르단 계곡의 활동가가 경찰에 끌려가는 바람에, 이 친구는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동료들과 통화를 하며 여러 농장에 흩어진 동료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요르단 계곡의 상황을 공유했다.


이튿날부터는 냐옹과 함께 하다가, 3일째는 우리 둘과 처음으로 올리브 수확에 결합하는 스웨덴 친구가 같이 했따. 1, 2일은 우리가 점령민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서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했는데, 점령민을 어차피 막을 수 없고, 그들에게 마구 따져서도 안 되고, 침착하게 폭력 행사를 막고 농민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이틀간 다른 활동가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친듯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3일째에 베테랑들 없이 하려니까 다시 긴장이 되었다. 이 가족의 남은 허가 기간이 3일밖에 없어서 3일 내로 모든 수확을 마쳐야 하는데, 내가 일을 잘 처리 못 해서 수확을 못 마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점령민이 나타나면 영어로 뭐라고 말할지도 머리속에 빼곡히 생각해놨다. 그런데 또 막상 일을 하니까 모든 것을 잊고, 긴장도 안 하고, 핸드폰은 저 멀리 가방 속에 넣어두고, 미친듯이 일만 했다. 열심히 일한 결과 마지막 날에 일 잘 한다고, 수확 많이 했다고 칭찬을 받았다. 엄청 기뻤다;


이쯤에서 올리브 수확의 구체적 공정(사진은 추후에...;;)



  1. 나무 아래에 나무 가지를 다 카바하게 천을 깔아놓는다.
  2. 나무가지를 손으로 위에서 아래로 훑으면 올리브가 우수수 떨어진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긴 한다.
  3. 다 따면 아래 천에 떨어진 올리브를 통에 모아 자루에 담는다
  4. 천 바깥으로 떨어진 올리브도 주워서 자루에 담는다

-끝-
 
마지막날은 아빠와 아들도 함께 했는데, 농장 야외에서 밥을 해먹다 보니까, 차를 끓이기 위해 불을 피우다가 밭에 불이 번졌다. 그 바람에 내 가방도 조금 탔다. 농사 지으러 가는 거라서 일부러 어디 쳐박혀 있던 가방을 찾아서 가지고 간 건데 너무 미안해 하셔서 괜찮다고 했다. 바람을 타고 불길이 번지는 걸 아빠와 아들이 껐는데, 불이 크지 않아서인지, 왠지 그 상황이 웃겨서 다같이 막 웃었다;


밥을 간단히 싸와서 현장에서 차를 끓이고 계란을 튀겨 주시는 등 어려운 살림에 나름 반찬을 성의껏 준비해 주셨다. 그런데 내가 놀랐던 건, 집이 가난하면 왠만하면 밥을 다 만들어먹을 줄 알았는데, 빵도 사고, 홈무스도 사고, 거의 모든 음식을 사다 먹는다는 거였다. 마을에 거의 대부분의 가족이 빵을 사다 먹는 것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 한국만큼 밥을 집에서 해먹는 나라가 많지 않다고도 하고? 밥 준비는 여성들만 하는데, 한 분이 계란을 튀기다가, 역시 불길이 번져서 후라이팬 손잡이가 뜨겁고 고장나서 계란을 바닥에 반쯤 쏟으신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흙과 검댕이 묻은 계란을 주워서 비닐 봉지에 담으시더니 그 사실을 모르는 아들과 남편에게 먹으라고 주고는, 깔깔대며 웃으셨다. 일부러 먹으라고 먹으라고 그러면서 골탕 먹이는 게 너무 웃겼다;; 음식이 남으면 절대 버리지 않고 다 싸 가시거나, 싸가기 좀 그런 음식을 아들에게 다 먹어치우라고 강요하시는데 진짜 웃겼다;


이렇게 음식은 안 버리시지만, 일회용 사용량은 엄청나다. 비닐봉지나 종이컵을 정말 많이 쓰고 농장에다 그냥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농장 땅에도 좋지 않을텐데.. 내가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지나갔다. 꼭 농장에서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일회용 사용량도 너무 많고, 쓰레기도 너무 많다. 동예루살렘의 슈아파트(shuafat) 난민촌에서 쓰레기 옆에서 진짜 어린 애기들이 노는 걸 봤는데. 아우.. 아무튼 나든 누구든, 팔레스타인에 갈 때 최소한 개인 컵을 가져가야겠구나 생각했다. 활동가들 전부가 개인 컵만 가져가도 버려지는 종이컵이 훨씬 줄겠지.


페레스 가족의 할아버지는 3년 전에 이스라엘 점령민의 차에 치여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스라엘측은 단순한 교통사고로 처리하고 넘어갔단다. 하지만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서 걷고 있던 할아버지의 죽음은 너무나 이상하고 고의적인 살인이라고 팔측은 주장했지만-이 지역은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당하고 통치받는 지역이라 별 소용없이 교통사고로 처리됐다.


수확된 올리브 나무는

 
마을에는 올리브 오일을 짜는 공장이 두 개가 있었는데, 페레스 일가의 공장을 견학했다. 올리브를 씻어서, 나뭇가지와 잎 등 불순물을 제하고 압축하는 과정이 기계 하나로 해결되었다. 20킬로를 짜면 1킬로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나오는데, 압축 후 남은 찌꺼기는 모아서 연료로 쓴다고 한다. 공장이 없는 다른 마을 사람들은 동네의 오일 공장에서 수수료를 올리브로 조금씩 내고 압축해서 집에서 먹는다고 한다.


이 마을에 영어를 잘 하고 국제활동가를 조직하는 마을 코디네이터 '사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위도 그의 말을 들은 거다) 이스라엘 공장 안에서 일하는 아랍인들이 마을에 와서 올리브를 사간다고 한다. 이렇게 사간 올리브유에 '홀리 랜드'라는 브랜드를 붙여 미국과 유럽 등지에 1병에 20달라 정도로 판다는데.. 다른 활동가 말로는 그저 루머라고도 하고. 암튼 그의 말에 의하면, 올리브유로 생계를 잇는 팔레스타인 농부들이 좋은 값을 기다리며 씨즌 막바지까지 올리브를 팔지 않다가, 이렇게 나타나 괜찮은 가격을 제시하는 이스라엘 출신 아랍인들에게, 그러나 이스라엘 출신인 줄 모르고 팔고, 이 올리브들이 잘 사는 나라들로 간다는.. 다른 확인할 수 있는 루트가 없어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말은 아니다.


활동 평가


중간에 언급했듯이 아랍어를 못 해서 현지 농민들과 거의 소통할 수 없었던 점이 정말 망했다. 한국에서 10개월이나 아랍어를 공부하고 갔는데, 이게 다 영어로 말할 수 없는 현지인들을 만났을 때 소통하고 싶어서였는데... 심지어 몇 마디 구사한 건 전혀 못 알아들으셔서 아랍어로 말할 용기가 안 났다. 다음에 가려면 아랍어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점령민이나 군인들의 공격이 없었고, 하다못해 다른 지역에서 참가한 시위에서도 아무 일이 없어서.. 점령민들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하러 간다는 애초의 의도는 무색해졌다. 하지만 또 하나의 목적, 용산이나 두리반처럼 국가 폭력에 당하는 지역이 사람들로부터 잊혀지지 않았다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그 공간으로 들어가고 새로운 일을 기획해서 여기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의미로, 팔레스타인이 국제 사회에서 잊혀진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 정도의 의미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지 활동가들과 소통용으로 핸드폰을 만들었으나, 막상 일할 때는 핸드폰을 몸에 지니고 있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아무 일이 없어서 전화 온 것도 없었지만.. 긴장하고 항상 사건에 대비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농사도 너무 열심히 지었는데, 그것조차도, 너무 노동하는 데에만 진을 빼서, 오히려 일이 발생했을 경우 대응을 못 할 수도 있었다. 여기 왜 왔는지를 상기하며 계속 긴장하고 동향을 살피고.. 에너지를 비축해놨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농활과의 유사성. 별로 준비하지 않고 가면 농활 가서 농사만 짓다 온다. 팔레스타인에 가기 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한국 얘기를 어떻게 해줄까, 용산과 팔레스타인이 같다는 얘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결국 아랍어로 이런 얘기하는 것은 택도 없었고... 준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나로서는 진보넷에서의 일을, 3주 가까이 활동을 다른 동료들에게 맡기고 이해를 구해서 떠나온 거고,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는 활동지원비로 비행기값까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활동 결과물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 욕심에 비해서 아랍어를 준비한 것이나,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한 준비는 미흡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서 좀 그렇다.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다,라는 것만큼은 확실한 활동결과물이지만.


마지막으로, 올리브 수확을 하러 갈 사람을 위해 가이드를 만들 것인데. 올리브만이 아니라 간단하게 다녀본 곳들과 이동 문제 관련해서 가이드를 만들 생각이다. 나중에 그걸 읽으시면 되겠지만, 혹시 올리브 수확을 하러 갈 사람은 꼭 흰 색 얇은 면장갑을 가져가길 바란다. 한국에서 물어보니 아무도 장갑을 끼고 농사 짓지 않는다고 해서 안 가져갔는데, 농사 짓다가 후회했다. 나는 겨우 4일간 일했는데도, 한국에 돌아와 거의 1달 가까이 손이 퉁퉁 부어 있었다. 아직도 지문에 감각이 둔하다. 돌아와서 내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고는, 팔레스타인에 있다와서 피부가 깨끗해졌나보다, 했는데 누구 얼굴을 만져도 깨끗한 거라.. 내 감각이 무뎌졌음을 알았다. 한국에서도 농사 지을 때 다 장갑 끼고 한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아직 장갑 문화가 없는 것 같다. 농민 분들도 마른 가지에 베인 상처들이 손에 가득했다. 나역시 상처를 좀 입었는데, 다른 가족에 결합했던 한 활동가는 손이 피투성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 집은 물이 더 부족해서, 나무들이 엄청 마르고 건조했다고 한다. 암튼 자세한 건 가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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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2-22 4611

12월17일오전6시20분 아침에 스콧 씨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어우 졸려 근데 지금 전기가 나갔단다... 하하 이것 참 뭐 어차피 오늘은 하루종일 집을 비우니 상관없지만 아무튼 스콧 씨랑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준비하고 출발했다. 어제 삶아 놓은 계란도 챙기고 아웅 잠이 덜 깻다... 오전7시25분 나불루스에 도착했다. 여…

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2.14-16

| 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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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2014-12-19 4747

12월14일 오전8시 아침에 일어나보니 스콧 씨가 남긴 쪽지가 보인다. 베들레헴에 가니 문제 생기면 전화~ ㅋㅋ 게다가 패트릭도 크리스마스 때 돌아온단다. 하하 아 그리고 사진이 드디어 보내졌다. 아직 남은 것들이 많지만... 오늘은 연재할 글들을 써봐야 겠다. 오후4시30분 결혼식을 하는 지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

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2.11-13

| 연대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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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2014-12-16 5952

12월11일 오전9시30분 아침에 일어나고 나니 스콧이 ‘이제 좀 괜찮냐’고 걱정해주었다. 확실히 어제보다는 한결 낫기는 하다. 그나저나 어제부터 보낸 사진이 아직도 안갔다. 거참 오후2시40분 어제 만나기로 했던 분과의 연락이 이제야 되어서 지금 쿠프리카딕으로 출발했다. 근데 편의점앞에 또 군인들이 있다. 지겨운 놈들 …

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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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2014-12-14 4719

12월8일 오후2시40분 음...원래 만나기로 한 사람의 약속이 계속 미뤄져서 결국 내일 보기로 했다... 도저히 하는일 없이 있을수가 없어서 지금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라도 한바퀴 돌러 나간다. 내일도 만약 이런식이면 차라리 다른 곳들을 그냥 방문해봐야겠다. 오후7시 어제의 일지가 제일 짧을 줄 알았는데 오늘이 제일 …

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2.5-7

| 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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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2014-12-10 5001

12월5일 오전8시30분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났는데 오늘은 정전인가 보다. 지금은 스콧 씨와 주변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숙소 뒤에 있는 언덕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중인데 여기는 드문드문 낮은 언덕들이 있어서 쉽게 산 정상에 올라온 기분이 든다. 오전10시50분 쿠프리카툼에 도착했다. 오늘도 군인은 벌써 와있고 서로 큰소리…

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1.29-12.04

| 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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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2014-12-08 4804

11월29일오전9시35분 동예루살렘에서 작년에 촬영한 가족을 보러 가는 중이다. 후와라 숙소에서 체크포인트까지 만 가주는 택시를 타고 체크 포인트에서 내렸다. 기락하고 둘이서 허허 여긴 어디인가.. 하고 있었는데 한 여성분이 우리에게 ‘라말라?’ 물어보시기에 바로 예스 예스 하니까 어떤 남성분이 히치하이킹한 차에 같…

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1.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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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2014-12-04 5447

11월14일 오전9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쉬는 중이다. 집회는 점심 쯤에 기도가 끝나면 시작이니 시간이 좀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저번 주에 만났던 가족의 집에 방문하기위해 집회하는 장소로 향했다. 오전11시10분 집회가 있을 도로에 나가보니 벌써부터 타이어가 타고 있다. 몇몇의 섀밥들이 몰려 있는게 보이고 양쪽…

팔레스타인에서의 일지 11.11-13

| 현지에서
  2014-11-24 4936

11월11일 어젯밤에 술 덕에 늦잠을 자서 오전 10시나 되어서야 일어났다. 다행히 숙취는 없었다.(근데 해장국 같은 얼큰한 국물이 땡겼다. 라면스프..) **씨가 사다주신 팔라페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야핑님과 선생님이 계신 파디씨네 집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학교가 벌써 파했는지 자기 몸만한 책가방을 메고 있는 아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