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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기억 -정리편

올리브, 2006-06-08 12: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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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벌써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떠나가기 전엔 그들을 잊고 싶지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잊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상경했던 시골 소녀처럼 그저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갔던 팔레스타인...

그곳에 머물면서 내가 전엔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이 존재함을 몸으로 체험을 했고 그 다른 삶을 위해서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헌신함을 보았다. 그 목적이 순수했던 순수하지 않았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자신들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것.

지금은 단순히 신문의 어느 구석을 장식만 하던 시기는 지나 전 보단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하려고 한다. 그 중에 한명이 내가 되었지.

Bil'lin이란 마을의 데모를 참석했을 때 나의 입장은 그저 구경꾼이었다. ‘얘들은 도대체 데모를 어떻게 할까?’ 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에 참석 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겐 도저히 있을 순 없는 일이다. 마음에서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는 거다.

그 마을의 데모에서 새로운 걸 봤다. 유대인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거였다. 유대인이란 항상 팔레스타인의 적으로만 여겼는데 그 유대인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유대인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사진을 찍으러 왔다. 그 유대인 학생의 말은 그 유대인들이 참석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에 살고 있지 않은 백만장자가 그 땅을 사서 그 백만장자의 땅을 지키기 위해 군대가 동원되고 있다는 거에 반대하는 거였다. 그게 그들에겐 불만이었다. 팔레스타인과 유대인 모두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거기에 와 있었다. 이유는 조금씩은 달랐지만.

데모를 하고 있는 그 순간 최루탄과 총으로 대응 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과 돌로 대응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들을 봤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싸움을 가리켜 많은 사람들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을 하지. 그렇지만 과연 그때 그 싸움처럼 다윗이 이길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사람들에 대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었다. 이건 비판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진취적이지 못한 면이 많다. 물론 살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지만 죽기 살기로 노력은 하지 않는 걸로 보였다.

9시쯤 일을 시작해서 12시나 두세 시쯤 끝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장사를 한다던가 하는 사람들은 다르지만 말이다.

선생님을 부인으로 둔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한국은 선생님들 초봉이 얼마나 되냐고. 보통 천오백달러쯤 된다고 하니까 자신들은 400달러쯤 된다고 하소연 한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거기처럼 낮 12시에 끝나지 않는 다고, 두 배는 더 일을 한다고. 선생님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은 9시에 출근에 밤 11시 혹은 12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나도 그랬었고. 그런 말을 하니까 아주 놀란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그렇게 사느냐는 듯한.

만약 우리 민족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우린 팔레스타인인들과는 달랐을 거란 조금은 거만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자지역에서 자기 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어느 미국인 노부부와 , 팔레스타인의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의 마음을 울렸다며 그 곳으로 달려와 팔레스타인을 위해 일하시는 정년퇴임한 이탈리아인 선생님, Bil'lin에서 데모가 끝나고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허물없이 놀아주는 어느 유대인의 모습에서,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샤디와 같은 팔레스타인 청년을 통해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음을 보았다. 물론 싸움은 그들의 싸움이지만 응원이란 게 얼마나 큰 힘을 발휘 하는지 우린 경험에 의해서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아이들의 얼굴에 평화로운 웃음이 계속되길 바란다.

:: 글 - 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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