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미니, 세계를 날다]아무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멈출 수는 없어요

올리브, 2006-02-22 18:14:44

조회 수
4275
추천 수
0


까닭 없는 폭력의 희생자들


알 아크사 모스크등을 보기 위해 2월11일 토요일에 제루살렘으로 갔습니다. 금요일에는 이스라엘이 하람 아쉬 샤리프 지역에 외국인은 못 들어가게 한다고 해서 일부러 토요일에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 도착하니 토요일에도 외국인은 못 들어간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올드 시티를 어슬렁거렸습니다.

사진1. 올드 시티 안 시장에 붐비는 사람들(왼쪽). 삶은 옥수수를 맛있게 뜯어 먹고 있는 미니  (오른쪽)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독일인이 운영하는 교회에 가서 남들 기도하는 거 구경도 하고, 삶은 옥수수를 뜯어 먹기도 하고, 성벽 옆 잔디밭에 누워 낮잠도 자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다마스커스 게이트 쪽에서 ‘펑’하는 소리가 나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최루탄을 까 던지고, 군인과 경찰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말이 저를 향해 달려올 때는 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한 팔레스타인인이 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걸 보세요. 도대체 이게 뭐에요”
“이스라엘 군인들이 저러는 이유가 뭔가요?”
“이유는 없어요. 그냥 저러는 거예요.”

사진2 최루탄은 터지고 사람들은 공격을 피해서 달아나고

사진3 이스라엘 군인이 버스 정류장에 있던 팔레스타인인을 체포해서 손을 묶은 뒤 끌고 가는 모습


여기저기서 펑, 펑하며 최루탄이 계속 터지더니 군인들이 버스 정류장 쪽으로 달려 가기에 저도 같이 뛰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는 정류장이라 익숙한 곳입니다. 군인들은 달려가면서 계속 최루탄을 던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곤봉으로 때렸습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놀라서 이리저리 뛰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젊은 남성들은 군인들의 주된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헉헉거리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넓은 정류장에 최루 가스와 비명 소리, 우왕좌왕 거리는 사람들, 곤봉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때리는 군인들이 한데 엉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학교가 마칠 시간이라 정류장에는 가방을 맨 학생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사진이 만들어낸 작은 사건

사진4 갑자기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들어 곤봉을 휘두르며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는 이스라엘 군인들


앞의 버스 정류장에 대한 공격이 끝나자 군인들은 다른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 공격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군인들은 저에게 계속해서 사진을 찍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
“전 기자에요.”
“그래도 찍지 마세요.”
“전 기자에요.”

이런 신경전이 반복 되면서 군인들은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잔뜩 늘어서 있는 길을 이리저리 뛰면서 공격을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한 분이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사진을 계속 찍으세요. 보세요, 이게 바로 테러에요. 이게 테러가 아니면 뭐가 테러겠어요.”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외국인들이 와서 많이 보고, 사진도 찍고 해서 전 세계에 알려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결국 그 사진이 작은 사건을 만들었습니다. 군인 한명이 저에게 오더니 곤봉을 들고 위협하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사진 찍지 마세요.”
“전 기자에요.”
“씨발놈아, 찍지 말라면 찍지 마. 날 미치게 하지 말란 말이야.”

도대체 누가 누구를 미치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화가 나서 같이 욕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군인은 저에게 욕을 던지고는 곧 다른 곳으로 달려갔고, 잠시 뒤 공격도 얼마만큼 잠잠해졌습니다.

사진5 공격을 피해 모여 있는 사람들과 곤봉을 든 군인

사진6 군인들이 까닭 없이 걷어 차버린 야채들을 정리하고 있는 노점상 할머니들.
그리고 언제 그랬냐 싶게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팔레스타인인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 싶게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치 큰 강에 물고기가 물길을 가르며 지나가도 언제 그랬냐 싶게 물고기의 흔적이 사라지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런 공격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나요? 점령이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 건가요?”
“맞아요, 벌써 60년이 다 되어 가요. 그리고 제루살렘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에요. 도시 한쪽에서 공격이 벌어지고 사람이 죽어도 다른 한쪽에서는 일상생활이 계속 돼요. 아무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멈출 수는 없어요.”

0 댓글

목록

Page 3 / 4
제목 섬네일 날짜 조회 수

팔레스타인의 기억 -정리편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6-06-08 4265

이미 벌써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떠나가기 전엔 그들을 잊고 싶지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잊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상경했던 시골 소녀처럼 그저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갔던 팔레스타인... 그곳에 머물면서 내가 전엔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이 존재함을 몸으로 체…

팔레스타인에 대한 기억들 - 첫번째

| 현지에서 3
  • file
섬네일 2006-05-22 4307

사진 : 샤디의 동생-한국을 오고 싶어 했다 터키, 시리아, 요르단을 거쳐 이스라엘을 들어가게 됐다. 국경에서부터 이스라엘과 주변국과의 관계를 느낄 수가 있었다. 시리아 갔다왔다는 이유로 국경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비자는 1개월짜리를 주었다. 영란언니는 짐 수색까지 당해야 했다. 물론 일상적인 일이라고 하지…

이스라엘에 도착하다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6-05-17 4311

한국을 떠난지 약 세달 여 만에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요르단쪽 국경을 넘을 때 국경사무원이 물었다. 여권에 요르단 출국도장을 찍을 건지 아니면 다른 종이에 찍어줄 건지. 이 국경 도장이 여권에 찍혀있으면 아무리 이스라엘 입국 도장을 여권에 안 찍더라도 이스라엘을 들어갔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중동 몇몇 국가…

중동을 시작하다

| 현지에서 1
  • file
섬네일 2006-05-03 4333

동유럽을 지나 드디어 중동에 들어왔다. 터키를 과연 중동이라 칭할 수 있을까 싶지만 뭐 대부분은 중동이니까. 이스탄불은 과연 관광도시답게 수많은 외국인들이 있었고, 이슬람국가답지 않게 유럽적인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특히 탁심광장이란 곳은 유럽의 어느 한 도시인지 이슬람국가인지 구분이 안갈정도였다, 자유분방…

[미니,세계를 날다]황당했던 에레즈 체크 포인트

| 현지에서
  • file
  2006-03-01 4261

점령군과 노동자의 관계 가자지구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체크 포인트를 통과해서 이스라엘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가는지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에레즈 체크 포인트에 6시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였습니다. 그러니깐 체크 포인트를 통과하기 위해 밤 늦게부터 이른 새…

[미니, 세계를 날다]하품소리가 가슴을 때리던 순간

| 현지에서
  • file
  2006-03-01 4269

어느 팔레스타인 노동자의 이야기 발렌타인데이라고 사람들이 서로 선물을 주면서 즐거워하던 2월14일, 저녁 6시쯤 가자지구에 있는 가자시티로 들어왔습니다. 가자시티로 들어오는데 ‘펑, 펑’하며 이스라엘군의 포격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 2명을 암살하려고 했는데 실패한 뒤 가자지구에 포격을…

[미니, 세계를 날다]조금 열린 문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6-02-26 4346

라파에 갔었습니다(2) 학교에서 라파 시내에 있는 아베드의 사무실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우리는 먼저 학교 구경을 갔습니다. 처음 간 곳은 어느 여학교였는데 그곳에서는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외국인이 학교에 들어온 것도 신기했을 테고, 더군다나 카메라를 들이대니깐 학교 입구에서부터 너무 많은 학생들이 달려…

[미니, 세계를 날다]친절한 아베드씨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6-02-26 4263

라파에 갔었습니다(1)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세요 가자지구는 가자시티, 칸 유니스 등을 포함해 크게 다섯 지역으로 나뉘고, 그 맨 아래 이집트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 라파입니다. 라파로 온 첫날, 우리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의회'라는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베드를 만났습니다. 아베드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먼…

[미니, 세계를 날다] 열리지 않는 바다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6-02-26 4282

가자지구에 들어간 첫 날 가자지구로 들어가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스라엘이 완전 봉쇄를 하고 있어서 들어 갈 수 없었고, 그 다음 가자지구가 열리고 나서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출입 허가를 받는데 2주일쯤 걸렸습니다. 황당했던 택시 기사 가자지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에레츠 체크 포인트(검…

[미니, 세계를 날다]아무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멈출 수는 없어요

| 현지에서
  2006-02-22 4275

까닭 없는 폭력의 희생자들 알 아크사 모스크등을 보기 위해 2월11일 토요일에 제루살렘으로 갔습니다. 금요일에는 이스라엘이 하람 아쉬 샤리프 지역에 외국인은 못 들어가게 한다고 해서 일부러 토요일에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 도착하니 토요일에도 외국인은 못 들어간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올드 시티를 어슬렁거렸…

[미니, 세계를 날다]점령이 있는 곳에 해방을

| 현지에서 1
  2006-02-19 4303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미니의 짧은 생각 그동안 저도 [월간 사회운동]의 애독자라면 애독자였는데 이번에는 제가 글을 쓰게 되었네요. 이번 글은 제가 팔레스타인에 있으면서 느낀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연대 운동에 대한 짧은 생각입니다. 1. 제가 겪은 점령 - 살피트에서의 하루 지난 주말에는 살피트라고 하는 곳이 갔었…

[미니, 세계를 날다]벗이여 해방이 온다

| 현지에서
  2006-02-08 4271

점령의 바다 야파에서 남긴 말 오늘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 가운데서도 지금은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지도를 보면 지중해 바다 쪽에 있는 야파를 찾았습니다. 흔히들 팔레스타인 하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얘기하기 쉽지만 지금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곳도 분명 팔레스타인이긴 팔레스타인입니다. 이스라엘이라고 불리…

[미니, 세계를 날다]사람들 속에서 얻는 희망의 힘

| 현지에서
  2006-02-08 4270

언젠가 보게 될 해방된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에 온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갔었다. 그리고 상황은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생각 없이 그냥 지나다니면 정말 별 일 없는 곳이다. 여느 곳처럼 사람들은 오가고, 가게에서는 물건을 팔고, 아이들은 뛰…

[미니, 세계를 날다]아이들에게는 놀 권리가 있습니다

| 현지에서
  2006-02-08 4278

성스러운 땅에 성스러운 자유가 오기를 (2) 아이들에게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삶을 누리고, 자유롭게 생각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권리 가운데 하나는 놀 수 있는 권리입니다. 사진1 파괴된 농구장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예전에 농구장이었습니다. 쉽게 상상을 해 봐도 붉은 공을 들고 …

[미니, 세계를 날다]생이별의 땅 제루살렘

| 현지에서
  2006-02-08 4301

성스러운 땅에 성스러운 자유가 오기를 (1) 이스라엘은 48년 전쟁을 통해 제루살렘의 서쪽을, 67년 전쟁을 통해 동쪽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겐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전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함께 살 수 없는 가족들 조하라 지르씨는 남편과 헤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무슨 문…

[미니 세계를 날다]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6-02-01 4274

발레인에서 벌어진 장벽 건설 반대 투쟁 매주 금요일 발레인에서는 장벽 건설 반대 투쟁이 벌어집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발레인까지 택시를 타고 가니깐 이스라엘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기도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고 나오면 함께 장벽 공사가 진행…

[미니, 세계를 날다]하마스가 무슨 괴물은 아니에요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6-02-01 4281

팔레스타인 총선에 대해서 팔레스타인 총선이 지난 1월25일 치러졌습니다. 결과는 정말 뜻밖으로 전체 132석 가운데 하마스가 74석을 얻어 45석을 얻은 현 집권당 파타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정당 투표에서는 하마스와 파타가 거의 비슷한 득표를 했지만 지역 투표에서 하마스가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사진1 총선 결과 …

[미니, 세계를 날다] 보지 않고 믿을 수 있을까? 이 모습

| 현지에서
  2006-01-31 4263

제이유스는 인구 3,200명의 작은 마을이고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2002년 이스라엘이 제이유스 지역에 철조망 장벽을 쌓으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사진 1 철조망 장벽 사진 2 장벽이 가른 마을 사진1은 장벽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보여 줍니다. 오른쪽부터 철조망을…

[미니, 세계를 날다] 난민이 된다는 것과 난민으로 산다는 것

| 현지에서 1
  2006-01-27 4284

발라타 난민촌에 있는 공동묘지. 자연사한 사람과 함께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죽은 사람들이 묻혀 있었습니다. 어떤 집의 경우는 세 아들이 한 곳에 묻혀 있기도 했습니다. 사진 속에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죽은 친구의 무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발라타 난민촌에서 아부 무사브씨를…

[미니, 세계를 날다] 존재한다는 것은 저항한다는 것이다

| 현지에서
  2006-01-27 4275

존재한다는 것은 저항한다는 것이다 깔낄리야의 장벽 앞에서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의 서북쪽에 보면 깔낄리야라는 곳이 있습니다. 인구 4만5천 명 정도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습니다. 적어도 장벽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진1 도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장벽. 장벽 너머도 예…

Board Links

Page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