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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를 침공한지 한 달이 넘었다. 1900여명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1만여명의 부상자를 낳은 이번 침공은, 72시간의 인도적 휴전이 끝남과 동시에 이스라엘이 가자에 폭격을 재개하면서 다시금 가자를 사지로 몰고 있다. 이스라엘은 명백한 전쟁범죄를 저질러 왔고, 저지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8-09년 약 3주간 1400여명을, 2012년 17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희생자들은 그저 압도적 숫자에 불과한 불쌍하고 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삶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죽음을 또 다른 고통의 삶으로 감내하며 살아야 할 남겨진 가족, 친구들, 사람들이 가자에 있다.
 
이런 잔혹한 이스라엘의 침공 와중에 우리는 제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에서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의 후원을 받아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컬렉션’과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컨퍼런스’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EIDF 관계자들과의 공식 만남에서 EIDF가 이번 이스라엘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작품들과 그간 방영해 온 이스라엘 작품들이 객관적이며 현실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객관적’인 판단을 할 때,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양쪽의 현실의 무게가 얼마나 다른지, 그것이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겪고 있다. 점령자와 피점령자가 갖는 삶의 무게는 동일한 저울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각종 학술, 문화 행사를 유치하고 참여하며 점령자나 학살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체계적으로 국가 브랜드를 세탁해 왔으며, 팔레스타인 내의 학술, 문화 행사는 조직적으로 방해, 금지해 왔다. 다양한 가치를 수호하는 포용적이고도 정상적인 국가임을 강조하기 위해 때로는 팔레스타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영화 제작을 지원하기도 한다. 더불어 이러한 문화적 세탁과 함께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과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은 더욱 더 잔혹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련된 자유주의 국가로 포장되길 원하는 전쟁범죄국가일 뿐이다.
 
EIDF 측이 이야기하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작품들을 아우르는 ‘이스라엘 특별전’은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스라엘의 점령과 폭력을 희석시킬 수밖에 없다. EIDF는 점령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스라엘 대사관이 지원하는 특별 상영전을 지금 이 시점에서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한국인이 EIDF라는 필터를 거쳐 이스라엘을 바라보게 됨으로써 이스라엘이 얻을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 이번 EIDF의 캐치프레이즈인 “다큐, 희망을 말하다”에서 말하는 진정한 희망은 팔레스타인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끝없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며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연대 행동을 요청해왔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육해공을 봉쇄하고 점령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다각도의 보이콧과 제재를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한다. 이것은 이스라엘 시민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행위인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문화적 보이콧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7일 영국의 ‘Tricycle’ 극장은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을 받아 예정되었던 ‘UK Jewish Film Festival’의 전면 취소를 발표했다.
 
비단 팔레스타인평화연대뿐 아니라 영화계, 학술계, 평화인권단체 등 많은 곳에서 이번 이스라엘 특별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IDF의 사전 제작지원작인 <아무도 모른다>의 제작팀은 이번 영화제 소식을 접하고, “EIDF 이스라엘 특별전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며, 영화제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에 관한 내용을 담은 몸피켓을 두르고 다닐 생각”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우리는 이것이 바로 다큐멘터리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식을 높게 실천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이처럼 용기있는 결단이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켜왔다고 믿는다. EIDF 역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길 바라며,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죽어간 1,900여명의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아래와 같이 EIDF에게 요청한다.
 
첫째, 금번 EIDF에서 계획하고 있는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컬렉션 철회,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컨퍼런스 철회, 주한이스라엘대사관 후원 철회를 요청한다.
둘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 대사관과의 공조 관계를 형성하거나 이스라엘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

우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이스라엘 BDS 요청에 따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EIDF에 대한 전면적 보이콧을 실행할 것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요청에 응답하는 국내와 해외 단체 및 개인들과 함께 본격적 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2014년 8월 11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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