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아나의 아이들’ 을 통해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줄리아노 메르
카미스(Juliano Mer-Khamis)가 암살당했다. 우리는 먼저 줄리아노를 애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큐 ‛아나의 아이들’을 본 사람은, 줄리아노의 어머니 아나 메르 카미스(Arna Mer-Khamis)가 서안 지구
제닌(Jenin)의 난민촌에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위해 세운 ‛자유 극장’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어린 배우였던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이스라엘과의 전투로 죽고 마는, 그 희망 없는 결말에
낙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줄리아노는 2006년, 다시 자유 극장을 고치고 제닌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시작했다. 난민촌이라는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예술을 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머니인 아나에게 이런
이상을 물려 받은 줄리아노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제닌 사람들에게 공연 예술을 가르쳤다. 제닌 사람들이 스스로 공연할 수
있도록 난민촌 청년들을 모아서 본격적으로 연극 수업을 전개했다. 그리고 어른에게는 극장의 유지를 위해 유료로 공연하면서도,
어린이에게는 빈부와 무관하게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무료로 극장을 개방해 왔다고 한다.
지난 2월 자유 극장을 방문한 한 연대활동가는 줄리아노가 이끄는 자유 극장의 깊은 뜻과 모험적 분위기에 감동했다고 한다.
흥분해서 떠들썩거리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훌륭하게 극장을 운영하던 줄리아노의 모습을 보며, 줄리아노의
존재가 2002년의 파괴과 대학살로 깊히 상처받은 제닌 사람들에 주는 힘을 느켰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줄리아노가 4월 4일 누군가에게 피습을 당하고 살해당했다. 복면을 쓴 살인자들은 하필이면 5일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날을 앞선 자유 극장 앞에서, 아주 가까이에서 5발의 총탄을 발사해 줄리아노의 목숨을 빼앗고 도망했다.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제닌에,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그를 죽인 자는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을 빼앗은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 점령과 억압에 반대하며 운동해 온 우리는, 줄리아노 암살을 우리에 대한 공격으로서 느끼고
분노한다. 믿을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폭거이다. 암살자들과 이 모든 상황의 처음이자 끝인 이스라엘을 함께 규탄한다.
2011년 4월 8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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