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어제는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이었습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독재에 항거하다 정권의 폭력으로 숨진 세 자매를 기억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한국에서,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폭력에 맞선 여성들의 투쟁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어제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146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기자회견의 주관을 맡았습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삼점령 문제를 한국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같은 상황이 팔레스타인에선 반 세기 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또 주기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방문해 현장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엔 일본군’위안부’문제 연구자와 함께 팔레스타인 현지를 방문해 여성 활동가들을 만나 나비 기금 전달을 위한 사전 조사도 하고 왔습니다.

이후로도 한국과 팔레스타인을 잇는 활동 속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146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기자회견 성명서

1990년 11월 16일 일본군 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37개 단체가 모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설립하고, 1991년 8월 14일 김학순이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하였다. 1992년 1월 시작된 수요시위는 이제 1500차를 바라보고 있다. 30년 넘게 성평등한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 지속되었지만 아직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일본 정부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1965년 한일기본조약, 국민기금, 2015년 한일합의를 들어 이미 문제가 해결되었다 주장한다. 더욱이 현 스가 정권은 2020년 9월 독일 베를린 공원에 세워진 평화비를 철거하기 위해 외교전을 벌이며 성노예제를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반인도적 범죄의 부인 혹은 역사수정주의는 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1948년, 지구 반대편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선주민을 인종청소하고 그 땅의 78%를 차지하며 들어섰다. 그리고 1967년에는 남은 22%의 팔레스타인 땅을 군사점령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시온주의자들은 이 땅이 “황무지”였다고 주장하며 인종청소 사실을 부정하고, 군대가 자행한 조직적 인종청소의 기록을 폐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해 커다란 감옥으로 만들었고,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선 불법 유대인 정착촌 건설, 가옥 파괴, 물 수탈, 분리장벽 건설 등을 통해 점령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속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은 군사점령과 가부장제라는 이중의 억압을 겪는다. 이스라엘군은 점령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남성이 여성을 ‘관리’하도록 만들고 여성은 공적 영역에서 배제당한다.

점령과 식민주의, 가부장제라는 억압의 경험을 공유하는 팔레스타인 여성과 일본군 성노예제피해자는 그간 1993년 김복동 여성인권운동가가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서 전시여성폭력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할 때 팔레스타인 여성해방운동가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김복동 운동가는 2017년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가이자 성고문 피해자 라스미아 오데를 만나 직접 나비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만남 속에서 서로를 둘러싼 억압이 연결되었다는 점을 인지하였고, 각자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우리는 성차별, 성착취, 인종차별, 제국주의, 식민주의, 군국주의에 반대하며, 일본 정부의 일본군 성노예제문제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과거의 부정의를 직시하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 일본군 성노예제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이 시점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우리는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의 그 날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다음 사항을 일본 정부에 요구한다.

하나, 일본정부는 역사부정을 멈추고 일본군 성노예제문제 책임을 인정하라!
하나, 한국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
하나, 우리는 점령과 식민주의를 합리화하고 성차별 구조를 만들어내는 억압과 차별에 반대한다!

2020년 11월 25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기자회견 참가자 및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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