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자아입니다.

2015년 7월, 김복동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시카고에서 라스미아 오데라는 이름을 가진 팔레스타인 여성과 조우하셨습니다. 라스미아 오데는 이스라엘 건국 이전 예루살렘 주변 소도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온 가족이 고향으로부터 추방당한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미국에서 팔레스타인의 해방운동을 이어오던 평화운동가이자 이스라엘군의 모진 고문과 성폭력을 이겨낸 생존자입니다.

평생을 식민지배와 점령에 맞서 싸워온 라스미아 오데는 당시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고,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정의가 곧 할머니의 정의라고 말했습니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을 돕기 위한 나비기금이 그렇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그런가하면 지난 9월 22일, 비대면시대 승승장구 중인 화상회의 기술 기업 줌은 또 다른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여성 활동가 레일라 칼리드가 패널로 참여하는 온라인 강연을 돌연 차단해버렸습니다. 레일라 칼리드가 미국이 지정한 테러단체 소속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녀가 소속된 단체 PFLP는 팔레스타인 정당입니다.

레일라 칼리드는 도대체 누가 테러리즘을 규정하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자신의 땅과 민중에 대한 군사 점령에 저항하는 것은 테러리즘이 아니라고, 진정한 테러는 점령 그 자체라고 말입니다. 마침 그 강연의 제목은 <누구의 서사인가: 젠더, 정치, 그리고 저항>이었습니다. 여성들의 투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일축하려는 시도는 지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우려는 이스라엘의 계획과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제국주의, 군사식민주의, 가부장제, 국가보다 더 큰 권력을 쥐고 흔드는 기술 기업까지, 시대는 바뀌지만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특히 여성들의 발화를 제지하는 주체들은 익숙한 방식으로 억압을 가합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2003년에 결성된 이래 현재 18년째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쳐오고 있는 소규모 운동 조직입니다. 개개인이 활동을 시작한 시기와 계기는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사안에 눈물을 흘리고, 같은 다짐을 합니다.

우리는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들이 결코 균열낼 수 없을 것 같은 기존 질서에 맞서 정의구현을 외쳐온 목소리에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는 동예루살렘의 아랍인 마을 ‘와디 알 홈무스’의 가옥파괴 현장에서,
이스라엘이 네게브 사막이라고 불리는 나깝에서 국가적 전략에 따라 수십번씩 파괴된 아랍인 마을 알 아라킵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날마다 수백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송두리째 뿌리 뽑히는 서안지구 요르단계곡의 작은 마을 바르달라에서,
70년째 멈추지않고 투쟁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경건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식민주의와 검열이라는 패권적 무기 앞에 우리의 내러티브를 결코 ‘뮤트’ 하지 않을 것임을,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땅의 모든 이들과 뿔뿔히 흩어진 난민들과 일본군 ‘위안부’의 정의가 구현되는 그 날까지 우리의 말하기와 투쟁, 그리고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캠페인] 줌은 검열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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