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최대 음악 경연 대회 유로비전이 이스라엘에서 열렸다? 유로비전을 보이콧한 이유는? 보이콧 대신 유로비전에 참여해 팔레스타인 국기 흔들기를 택한 아이슬란드 밴드 ‘하타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
한국에서 제일 오래 알고 지낸 팔레스타인 친구 마나르의 이야기

:: 휴먼즈 오브 팔레스타인 ::
지야다 라피프 – 팔레스타인 시인, 활동가, 스포큰 워드 아티스트 지야다 라피프를 소개합니다. 라피프의 오리지널 음성과 활동가 자아의 한국어 버전을 다 들려드려요! 야호

선생님,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저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폭격했을 때 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BDS 운동을 하던 팔레스타인 무역 노동조합 총연맹의 유럽 지역 대변인이었습니다.

우리는 방송에 나갈 가자지구 관련 소식을 정리하며 새벽 6시까지 깨어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피곤해지면 P를 B로 발음합니다.

그래서 하루가 끝날 즘에 우리는 ‘발레스타인 사람’들이 되있곤 하죠.

그래서 전 밤새 P 발음을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한 기자가 제게 물었습니다.

“지야다씨,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 증오를 가르치는 걸 멈춘다면 이 상황이 다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저는 그 사람을 무안주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예의 바르게 행동했습니다.

대신 바로 그런 식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항상 받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 시를, 썼습니다.

오늘 내 몸은 학살당한 채 TV 전파를 탔습니다.
오늘 학살된 내 몸은, 한 마디 멘트로 짧게 편집된 채 TV 전파를 탔습니다.
오늘 학살된 내 몸은, 한 마디 멘트로 짧게 편집되고 글자 수 분량에 맞춰 ‘신중한 대응’을 불러일으킬 만한 다양한 통계로 채워진 채 TV 전파를 탔습니다.

내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고, UN결의안을 충분히 숙지하였다해도 여전히 그는 내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야다씨. 당신들이 아이들에게 그토록 많은 증오를 가르치기를 멈춘다면, 모든 게 해결될 거란 생각은 안 드나요?”

한번의 심호흡.

나는 평정심을 찾고자 내 안의 힘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폭탄이 떨어지는 와중에 내 혀 끝에 남은 평정심은 없었습니다.
내 안의 평정심은 모두 달아나 버렸습니다.

한번의 심호흡 .

그리고, 미소.

선생님,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라피프, 미소 짓는 걸 잊지마

또 한번의 심호흡.

선생님,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이 우리의 마지막 하늘을 점령한 뒤에도 삶을 가르칩니다.

그들이 점령한 마지막 하늘 아래 불법 정착촌과 분리장벽을 지은 뒤에도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오늘, 내 몸은 학살된 채 한 마디 멘트로 TV 전파를 탔습니다.

“스토리가 될만한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휴먼 스토리 같은 거 있잖아요”

“자, 정치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예요”

“우리는 그저 당신과 당신 사람들에 대해 알리고 싶으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아파르트헤이트라던가 점령 같은 정치적인 단어는 언급하지 말고요”

“정치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니까요”

“제가 언론인으로서 당신들을 도울 수 있도록 정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오늘 내 몸은 학살된 채 TV 전파를 탔습니다.

“의약품이 필요한 가자 지구의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어때요?”

“당신에 관해 해줄 만한 이야기는요? 사방에 널린 부러진 수족이 태양을 가릴만큼 넘쳐난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저에게 주어진 1200자 분량에 맞게 사망자 수와 그들의 명단을 좀 건네주세요.”

오늘, 학살된 내 몸은, 한 마디 멘트로 짧게 편집되고 글자 수 분량에 맞춰 ‘테러리스트’가 흘리는 피에 둔감해진 이들의 마음을 건드려보고자 TV 전파를 탔습니다.

근데 그들은 그저 참 안됐다고 하더군요.

가자지구 소 떼의 동물권이 유린되었다는 소식에도 했던 그 말, 참 안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들이 어기고 있는) 유엔결의안의 내용과 통계를 언급하고 우리는 이 상황을 충분히 규탄하고 거부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양측은 결코 대등한 상황이 아닌 점령자와 피점령자 구도라고 말합니다.

그 와중에도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납니다. 백명, 아니 이백명, 아니 아니 천명

전쟁 범죄와 학살을 마주하는 그 와중에도 나는 모든 단어들을 쏟아내며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이질적인 느낌을 풍기지 않도록. 테러리스트로 보이지 않도록.

계속해서 바뀐 사망자 수를 고쳐 말합니다. 백명, 아니 이백명, 아니 아니 천명.

거기 누구 없나요?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있긴 한가요?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벽이 되어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맨발로 모든 난민 캠프로 달려가 그곳의 아이들을 안고 포탄 소리로부터 두 귀를 막아주고 싶습니다.

내가 평생 듣고 사는 그 소리를 아이들이 모를 수만 있다면.

오늘 내 몸은 학살된 채 TV 전파를 탔습니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당신들의 유엔결의안이 해결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어떤 한마디 멘트도, 그 어떤 한마디 멘트도, 내가 영어를 얼마나 잘 구사하든,

그 어떤 한마디 멘트도, 그 어떤 한마디 멘트도, 그 어떤 한마디 멘트도, 그 어떤 한마디 멘트도 그들은 되살릴 수 없습니다.

그 어떤 한 마디 멘트도 이 상황을 고쳐낼 수 없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선생님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선생님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일 아침 온 세상에 삶을 가르치기 위해 오늘도 눈을 뜹니다.

진보넷 활동가기도 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