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공습 49일째인 11월 24일, 현지 시간 오전 7시를 기점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합의한 4일 간의 교전 중지가 발효되었다.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던 50명을 석방하면 이스라엘 감옥에서 팔레스타인 여성 및 어린이 수감자 150명을 석방하는 것이 그 조건이다. 가자 주민을 1만 5천 명 이상 학살한 뒤에야 이스라엘이 응한 일시적 교전 중지는 말그대로 폭격의 ‘잠시 멈춤’에 지나지 않는다. 가자 북부와 남부를 분리하는 거대한 검문소나 줄지어 서있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탱크가 철수하는 것이 아니며, 가자지구 상공을 날아다니는 드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자의 많은 주민들은 교전이 중지되는 4일 간을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시신이 훼손돼 신원을 파악할 수 없거나 일가족이 몰살돼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는 이들을 집단 매장하며 보낼 것이다. 인도적 구호품을 실은 트럭도 200대 이상 유입될 예정이지만 이는 10월 7일 이전에 유입되던 구호 트럭이 하루 평균 500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스라엘은 교전 중지에 합의한 21일 밤에도 난민촌을 폭격하며 100여명의 주민을 학살했고, 교전 중지 발효 직전까지 폭격의 강도를 최대한으로 높였다. 그리고 4일의 중지 기간이 끝나면 더 많이 폭격하겠다고 예고했다. 지금도 점령군은 남부로 강제이주 당한 주민들이 북부의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총격을 가하고 있다.

75년 간의 식민지배를 지원해 온 서구 열강은 이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상한선은 없다” 하고,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은 계속 해서 “이스라엘의 방어권” 지지를 천명한다. 하지만 이미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에 대해 판결한 바와 같이 피점령지 주민을 상대로 한 점령자의 방어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점령당한 자들이야말로 UN 헌장 상 집단적인 자기 방어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친이스라엘 편향에 갇혀 있다. 지난 10월 27일 유엔총회의 <즉각적이고 항구적이며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한국 정부는 기권을 택했다. 한화와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기업들은 이스라엘 군수 기업들과 협력해 팔레스타인 민중을 억압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HD현대의 굴착기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집을 파괴하는 데 쓰인다. 우리는 이런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세계적 연대와 지지는 커지고 있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자유와 평화를 열망하는 인간의 존엄은 무력이나 언론 선전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서는 역사상 최고 규모의 30만 민중이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 참석했고, 스페인에서는 전국 40개국 도시에서 출석 파업을 선언한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마드리드로 모여들었다. 2026 FIF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양팀의 관중과 선수들은 승부와 관계없이 한 마음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쳤다. 이러한 흐름 속에 바레인, 칠레, 콜롬비아, 요르단, 터키 등의 나라에서는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하고 볼리비아, 남아공, 벨리즈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단절했다. 미국마저 11월 15일 교전 일시 중단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서 거부 대신 기권을 택해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지지에서 한 발 물러났다. 계속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석방한 수감자 중엔 재판도, 기소도 없이 수년동안 마구잡이로 이스라엘 감옥에 불법 감금됐던 어린이들이 있다. 어린이 수감자 130명과 재판 없이 불법 감금된 수감자 2천 명이 여전히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다. 그리고 전체 수감자는 8천명에 달한다.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수감자 교환 협상에 계속 응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스라엘에 “일시 휴전”이 아닌 지속적이고 완전한 휴전에 동의할 것, 가자 지구 봉쇄를 즉각 해제할 것, 나아가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인 팔레스타인 군사점령과 식민지배를 끝낼 것을 요구한다. 이스라엘이 국제법과 보편 인권 원칙을 준수할 때까지, 요르단강부터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는 날까지 우리는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끝.

진보넷 활동가기도 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