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옹호하는 이스라엘 의사들’과 ‘휴먼라이츠워치’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량 강간 의혹과 알아흘리 병원 공격에 관해 최근 발행한 보고서는 인권 관련 보고의 기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제노사이드를 정당화하려는 이스라엘 프로파간다 선전을 강화한다.

2023.12.12 by 라나 타투르(LANA TATOUR)
번역 오승은. (*)는 번역자 추가

지난 11월 26일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이하 HRW)’와 ‘인권을 옹호하는 이스라엘 의사들(Physicians for Human Rights Israel, 이하 PHRI)’이 각각 보고서를 발행했다. 두 보고서 모두 팔레스타인인들이 전쟁 범죄 및 잠재적 반인도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심각한 혐의를 제기한다. HRW의 보고서 <10월 17일 알아흘리 병원 폭발 사건 조사 결과>는 10월 17일 가자의 알아흘리 병원이 (*이스라엘의 폭격이 아닌) 팔레스타인이 오발한 로켓에 맞았다고 주장하는 한편, PHRI의 보고서 <10월 7일 하마스 공격에서 전쟁 무기로서의 젠더 폭력>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에게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고발한다.

분명히 하건대 10월 7일의 성폭력 및 강간 발생 의혹은 반드시 조사되어야 한다. 반인종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책무에 따라 나는 젠더 폭력 가해자에게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피해자, 즉 성폭력을 당한 팔레스타인 사람을 포함해 모든 피해자는 정의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이는 알아흘리 병원의 희생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두 보고서는 그런 정의와 거리가 멀다.

면밀히 살펴보면 두 보고서는 인권 관련 보고 및 연구 영역에서 통용되는 모범 관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RW와 PHRI도 그 기준에 존중 태도를 견지해 왔으나 이번 경우에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고의로 다른 증거 기준과 매우 낮은 증거 기준을 적용했다. 두 보고서는 증거가 아닌 추측, 그리고 비윤리 행위와 다름없는 잘못된 방법론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스스로 제기한 심각한 의혹을 입증할 신뢰성 있고 충분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

두 보고서의 제목과 요약문은 최종 결론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본문에는 보고서가 결론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주의 문구들이 발견된다. 예컨대 HRW는 알아흘리 병원 폭발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마찬가지로 PHRI는 해당 보고서가 “법적 기준 충족을 시도하거나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적었는데, 이는 과거 PHRI가 젠더 폭력을 다룬 보고서를 포함해 그 어떤 보고서에도 넣지 않은 문구다.

HRW와 PHRI는 인권 분야에서 존경받는 단체들로, 만약 조사 대상이 이스라엘이었다면 이렇게 증거 근거가 취약한 보고서를 발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HRW와 PHRI의 이러한 비윤리적 행위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반팔레스타인 인종주의다. 두 보고서는 백인 우월주의, 이슬람 혐오, 반팔레스타인 인종주의의 세계적 상황을 대변하는 동시에 또 강화한다. 두 단체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의혹이라면 서방의 정부, 언론, 시민사회로부터 철저한 검토나 책임 추궁을 받지 않으리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보고서들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따로 떨어뜨려 볼 수는 없다. 두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벌이는 조직적인 프로파간다 선전에 위험하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지금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는 가자 내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정당화하고 그로부터 세간의 이목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팔레스타인인인들을 비인간화하려 하고 있다.

이제 보고서 하나하나의 구체적 내용을 짚으면서 두 단체가 어떤 점에서 인권 관련 보고 기준에 미달한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타이밍: 보고서 발표 시점

국제법에 대해 지금껏 HRW와 PHRI는 종종 맥락과 정치 문제를 무시하며 항상 자유주의적이고 협소한 접근법을 취했다. HRW의 아파르트헤이트 보고서(*2021년)가 두드러진 예다. 이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내 아파르트헤이트 현실의 근본 원인인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의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 문제를 무시하고, 그 대신 모든 당사자를 대등하게 간주한다. (그들이 현실을 보는 방식 그대로) 권력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분쟁 당사자들” 사이의 대칭을 그려내면서 말이다.

이번 보고서의 발표 시점도 이러한 무시와 삭제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보고서가 발행된 11월 26일에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살해한 팔레스타인인은 12,000명을 넘었고 4,000명 이상이 잔해 아래 갇힌 것으로 추산되고 있었다. 가자 인구의 과반은 이미 살던 곳에서 추방된 채 물, 음식,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 단체는 매일 학살되고 굶주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에 자신들의 시간, 자원, 자본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이 이스라엘 공격을 개시한) 10월 7일 이래 HRW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벌인 잔혹행위에 관해 두 건의 보고서를 발행했고, 성폭력 의혹 조사를 위해 이스라엘에 인력팀을 파견하기도 했다. PHRI의 경우 이번 보고서 외에도 하마스의 병원 공격에 관한 보고서를 하나 더 발행했다.

알아흘리 병원 폭발에 관한 HRW의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주요 군사목표 중 하나로 가자의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은 의약품 및 기타 의료 장비 반입을 봉쇄했고, 체계적으로 구급차 및 의료진 표적 공격과 병원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알아흘리 병원, 알시파 병원, 인도네시아 병원, 알아우다 병원, 암 병원과 기타 병원 등을 폭격한 결과 가자 내 병원 대부분이 운영이 중단됐다. 팔레스타인의 외과 의사인 가산 아부 시타(Ghassan Abu Sitta)가 말하길, 성공회 교회가 운영하는 알아흘리 병원에 대한 폭격은 “이스라엘이 가자에 남은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

팔레스타인 시민사회 단체들은 HRW의 보고서에 -응당- 분노했다. BDS 운동(*이스라엘 보이콧·투자철회·제재 운동) 측이 지적하길 “보고서의 내용과 발표 시점이 인권 옹호 입장이 아닌 정치적 동기를 암시하고 있다. 미국 기반 단체인 HRW는 지금껏 가자 제노사이드 중단이나 휴전 촉구를 위한 유의미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30여 개 단체가 연명한 공동 성명은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HRW의 이 보고서는 인권단체의 신뢰성을 저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PHRI의 보고서 발표 시점도 다를 바 없다. 11월 중순 이스라엘은 10월 7일 공격 당시 하마스가 강간을 전쟁 무기로 썼다고 주장하면서, 치밀한 국제 프로파간다 선전을 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나서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문명의 적으로 비인간화하는 데 성폭력 의혹을 활용했고, “문명 세계의 지도자, 정부, 국민들”을 향해 이스라엘의 대(対) 가자 전쟁 지지를 호소했다.

그 일환으로 이스라엘 외무부는 11월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기해 선전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PHRI가 보고서를 발행한 것은 11월 26일이다.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 선전은 정의를 누려 마땅한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 실현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OECD 남녀평등 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자국 시민들에게 (*신규 총기면허 대량 발급 및 총기 구매 규제 대폭 완화를 통해) 총기를 광범하게 배포하고 있는데 이 조치는 여성을 가정폭력의 위험으로 내몬다는 여성단체들의 경고를 받았다. 그런 이스라엘이 갑자기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지금 상황은 여성의 안녕과 권리를 챙기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제노사이드를 정당화하는 데 여성의 몸을 무기로 쓰려는 것이다.

탈맥락적이고 인종주의적인 프레임

이스라엘은 가자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파괴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제거하고 파괴하는 중이다. 사람들, 보건의료 부문, 인프라 시설, 대학, 이슬람 사원, 교회, 도서관, 주택, 아파트, 빵집, 시장, 식료품점, 지자체 건물, 기록보관소, 문화시설, 학교, 동네 전체, 난민촌까지 모든 걸 말이다. 그런데도 HRW와 PHRI는 쌓여가는 제노사이드와 인종청소의 증거들을 외면하고 있고, HRW는 아직 휴전 요구를 하지 않았다.

제노사이드 군사작전의 지금 단계에 와서도 두 단체는 팔레스타인 정착민 식민주의의 역사와 현재를,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가자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주민들을 추방하려는 이스라엘의 목표를 가자 현실의 배경으로 고려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두 단체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또 한 번의 나크바(*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자행된 원주민 대량 학살 및 추방을 이르는 ‘대재앙’의 아랍어)를 촉구하고 또 직접 실행하는 와중에 이번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도자들의 그 행각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론 데르머 전략기획부 장관에게 가자 인구를 최소한으로 “솎아내는” 방법 모색을 지시한 것도 포함된다.

한편 두 보고서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HRW와 PHRI의 자유주의적 강박을 잘 보여준다. “팔레스타인의 잔혹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객관성을 연출하고, 그렇게 해서 이스라엘과 서구의 자유주의자들에게 어필하고 또 그들을 달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 공개는 냉소적이고 잘 계산된 행보 그 이상의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두 보고서는 예외주의라는 관점을 반영한다. 즉 이스라엘인에 대한 폭력은 비양심적, 야만적, 극악무도한 것으로 여기는 반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은 정제되고 차가운 용어로 기술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비(非)백인인 팔레스타인인들은 통계 수치상 존재나 고통, 추방, 박탈, 죽음이 정상 상태인 인물로 간주되는 반면, 이스라엘인들은 백인에 가깝기 때문에 삶의 상태가 정상 상태인 인물로 그려진다. 팔레스타인인의 죽음은 불운한 일이고 ― 이스라엘인의 죽음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미심쩍은 발표 시점과 프레임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 공격 지원을 위해 퍼뜨리는 내러티브에 가담한다는 점이 두 보고서가 안고 있는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각 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을 분석해보면 두 보고서가 인권 활동 영역의 전문가 기준 충족에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알 수 있다.

HRW 보고서: 팔레스타인인 증언의 신뢰성을 저해하고 믿을 만한 증거를 무시하다

알아흘리 병원 폭격에 관한 HRW의 보고서는 그 공격이 알아흘리 병원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계속된 국제법 위반 행위들(*3일 전에도 발생한 폭격 등) 속에서 발생했다는 맥락을 무시하며, 폭발에 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설명을 무시하고, 10월 17일 사건들에 대한 믿을 만한 조사 결과들도 무시한다.

HRW는 알아흘리 병원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폭탄 파편에 접근한 적도 없으며 그리하여 “탄약의 최종적 식별”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HRW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그 근거로 삼은 것은 “폭발 직전의 소리, 폭발에 동반된 화염, 폭발로 형성된 화구의 크기, 화구 인접물에 튄 파편의 형태, 화구 주변에 보이는 파편의 형태와 패턴이 모두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인) 로켓 충격의 특징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HRW가 (*직접 조사를 위해) 가자를 방문하는 것을 환영할 것이며, 제노사이드가 끝나고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독립적인 조사에 협조하고 증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HRW는 이번 보고서의 어떤 내용도 긴급하거나 독자적인 조사 결과가 아니었음에도 기다리기를 거부했다.

“원주민”에 대한 인종주의적 태도를 잘 보여주듯 HRW는 폭발 이후 의사 등 의료진이나 병원에 대피 중이던 일반 시민들로부터 나온 수많은 증언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HRW는 병원장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폭격 경고로서의) 대피 명령 전화를 받은 의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HRW의 보고서가 팔레스타인 측 정보원을 (그들에게 굳이 연락해보는 수고는 없이) 언급할 때는 그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둔다. 가령 “예루살렘 및 중동 성공회 대주교는 알아흘리 병원이 10월 14일, 15일, 16일에 걸쳐 최소 세 차례의 대피 경고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그 경고의 출처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기술이 그렇다.

이스라엘이 알아흘리 병원을 10월 14일 폭격한 사건이나 기타 위협해온 일들에 합당한 비중을 두지 않는 HRW의 태도는 10월 17일의 최종 사건(*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폭발)을 탈맥락화한다.

또한 HRW는 입수 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다른 조사 결과들을 무시했다. 그 하나는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 알하크(Al-Haq), 이어샷(Earshot)이 공동으로 분석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알자지라의 분석으로, 이 결과들은 HRW의 보고서와 상충된 내용을 담고 있다.

포렌식 아키텍처, 알하크, 이어샷은 대중에 공개된 두 개의 영상(각각 이스라엘의 채널12가 송출한 영상과 알자지라가 방송한 영상)에 대해 3D 재구성 및 궤적 분석을 수행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두 영상이 알아흘리 병원을 강타한 것이 (*팔레스타인의) 오발된 로켓임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 영상에 대해 포렌식 아키텍처는 “위치와 타이밍이 (*병원 폭발과) 맞지 않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영상에 나온 것은 알아흘리 병원 폭발 24초 전 병원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어떤 폭발”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알자지라 영상에 대해서는 “우리 분석에 따르면 (*영상 속) 미사일은 가자 외부이자 ‘아이언돔’ 발사장으로 알려진 곳 인근에서 발사됐으며 병원 상공 5km와 5.7km 지점에서 폭발했다. 해당 폭발로 인한 자유낙하 파편이 알아흘리 병원에 도달하려면 최소 30초가 걸릴 것인데, (*실제 병원) 폭발은 불과 8초 후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즉 영상 속 미사일이 병원 폭발과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

이스라엘이 알자지라 영상을 (*팔레스타인 로켓이 병원을 폭격했다는) 의혹 제기의 근거로 삼자, 이에 대응해 알자지라 디지털 조사팀은 해당 영상과 그밖에 다른 출처의 영상들을 심층분석 하고 초 단위의 자세한 사건 타임라인을 구축했다. 조사팀은 가자에서 발사된 문제의 그 로켓을 확인했다. 같은 로켓이 이스라엘 채널12의 영상에서도 보인다. 알자지라의 실시간 피드는 이 로켓이 공중에서 요격되고 파괴되어 산산조각났음을 확인해 준다. 알자지라가 분석한 모든 피드와 영상에 따르면 이 로켓은 (*공중에서) 요격되었고, 병원 폭격 발생 전 가자에서 발사된 마지막 로켓이다. 또한 해당 로켓의 (*공중에서의) 요격 5초 만에 가자 안에서 한 번의 폭발이 있었고 이어서 2초 후 훨씬 더 큰 폭발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된다. 후자가 알아흘리 병원 폭격이다(*알아흘리 병원 폭발 시점이 영상 속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하고 8초 후라는 앞선 포렌식 아키텍처의 분석과 일치함). 알자지라 조사팀은 병원 폭격이 로켓 발사 실패로 인한 것이라는 이스라엘 주장의 근거를 찾지 못했다.

HRW는 보고서에서 알자지라 영상을 (*근거로) 언급했으나, 관련해 알자지라에 직접 연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화구 크기와 관련해서는 HRW는 이렇게 적었다. “이 화구 크기는 공중투발 대형 고폭탄의 폭발 지점과 맞지 않다.” 연구자이자 건축가이며 포렌식 아키텍처의 전직 조사관인 프란체스코 세브레곤디(Francesco Sebregondi)가 이 주장의 약점을 지적했다. 1톤짜리 폭탄은 일반적으로 큰 화구를 형성하지만 다른 미사일들 중 “이스라엘 군도 사용 중인 어떤 것들은 큰 화구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HRW의 보고서는 이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나아가 세브레곤디는 팔레스타인 로켓이 병원의 모든 피해를 불러왔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화구 크기만으로는 어떤 최종적 결론도 도출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도 덧붙였다.

PHRI 보고서: 이스라엘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읊다

인권 관련 변호사, 실무가, 전문가, 연구자, 학생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전쟁 범죄 및 반인도 범죄에 대한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기에 앞서 정부로부터 제공된 정보에 의문을 품고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정보 출처의 신뢰성을 검증 및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PHRI의 보고서는 이 기본요건을 한 개도 충족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모든 출처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단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출처의 압도적 다수는 언론 매체(이스라엘 및 국제 매체)에서, 남은 일부는 정부와 강력한 연계를 맺고 있는 시민사회 단위에서 나온 것임이 확인된다. 미국 뉴요커 지와의 인터뷰에서 PHRI의 윤리 및 정책 책임자이자 이번 보고서의 공저자인 하다스 지브(Hadas Ziv)는 “실제 목격자를 인터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생존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너무 이르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적 있는 목격자들과도 인터뷰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본질적으로 PHRI의 보고서는 이스라엘 정부 관료들이 작성한 비공개 브리핑 및 의회 발표 내용을 요약하고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보고서 인용에 포함된 정보들은 그 출처가 명시적으로 또는 손쉽게 이스라엘 정부(특히 총리실)발이거나 이스라엘 경찰발이란 게 확인된다. 보고서에 PHRI가 수행한 독립적인 증거 검증이나 독립적인 조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는 성폭력 및 젠더 폭력을 다룬 보고서를 포함해 PHRI의 이전 보고서들의 방법론과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더욱이 PHRI가 과거 발행한 보고서 가운데 언론 출처 정보에만 의존한 보고서는 단 한 건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수십 년간의 활동을 통해 PHRI는 이스라엘 정부에 거짓, 조작, 날조 전적이 많다는 사실을 깨우쳤어야 한다. 최근 떠들썩했던 예로 이스라엘은 2022년 5월 제닌에서 이스라엘 저격수가 팔레스타인인 기자 쉬린 아부 아클레(Shireen Abu Akleh)를 살해한 일을 부인한 바 있다(*나중에 인정). 10월 7일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잘못된 정보와 명백한 거짓을 거듭 퍼뜨리고 있다. 40명의 아기가 참수됐다,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 통제” 센터가 있다 등등. 이를 이어받아 이번엔 PHRI가 이스라엘 정부가 출처로 추적되는 정보들로 보고서를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은 PHRI의 보고서에 나타난 비전문적 행위의 사례들이다.

1. 이 보고서는 CNN이 10월 7일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 방송한 증언들을 근거로 삼는다. 몬도바이스(Mondoweiss)에 실린 한 탐사 기사는 CNN이 당시 저널리즘의 윤리 및 전문 기준을 지키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CNN이 방송에 내보낸 모든 증인과 “전문가”는 신뢰도가 낮거나 이스라엘 정부 관료 및 기관과 연계돼 있음이 밝혀졌다.

2.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칸 다롬 라디오(Kan Darom Radio)에 방송된 “임산부 복부를 해부하고 태아를 칼로 찌렀다”는 자카(Zaka, *이스라엘 민간단체) 자원봉사자의 증언을 포함한다. 이 증언은 차후 날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3. PHRI는 코차브 엘카얌-레비(Cochav Elkayam-Levy)가 주도하는 단체인 “하마스의 여성 대상 범죄 기록을 위한 시민 아카이브”의 주장을 인용한다. 이 단체와 엘카얌-레비 둘 다 신뢰성이 의심스럽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비인간화 캠페인의 주요 대변인으로 등극한 엘카얌-레비는 과거 이스라엘 정부 법무장관실의 국제법 부서에서 일했고, 당시 그녀의 임무는 팔레스타인인 대상 인권침해 및 범죄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국무총리실 국가안보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또한 PHRI는 하버드 의과대학이 주최한 웨비나의 내용을 인용하는데, 이 웨비나에서 엘카얌-레비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사진 속 인물이 (*10월 7일) 노바 음악 축제에서 하마스가 강간한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진은 이스라엘 외무부가 유포한 것으로, 얼마 후 사진 속 인물은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 쿠르드족 전투원으로 판명됐다. 즉 엘카얌-레비는 이스라엘 프로파간다 선전의 대변인이다.

한편 엘카얌-레비는 이스라엘의 하아레츠(Haaretz)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증거를 제공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테러리스트들의 행각에 대한 증거를 제공해야 하는 쪽이 나인가? 나에게 진실의 짐을 지우겠다니 이 무슨 웃긴 일인가?” 그녀는 또 이렇게 말했다. “증거는 … 완전히 부차적 문제다.”

4. PHRI가 사용한 또 다른 ‘출처’로 MEMRI(중동미디어연구소)가 있다. MEMRI는 정치적 동기에 기초한 기관으로, HADC(하마스 잔혹행위 기록센터)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MEMRI의 회장이자 창립자인 이갈 카르몬(Yigal Carmon)은 이스라엘군 정보부대 퇴역 대령으로 이스라엘 총리 두 명의 대테러 고문을 역임했다. PHRI의 보고서는 MEMRI의 주장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에 관해 어떠한 표시도 담고 있지 않다.

5. PHRI는 언론 보도 내용들을 토대로 10월 7일 이스라엘 희생자들의 시신이 옮겨진 슈라 군사기지에서 근무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한다. 이 증인들은 강간과 성폭력의 흔적을 보았다고 주장하지만, PHRI는 이들이 “강간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PHRI는 진지한 인권단체로서 내릴 수 있는 유일하게 수용 가능한 결정, 즉 보고서 내용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렇게 묻겠다. 당신들이 관련 전문 지식이 없다고 평한 사람들로부터 나온 그 정보를 굳이 보고서에 넣은 이유가 무엇인가?

6. PHRI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고문으로 악명 높은 샤바크(Shabak, *’신베트’라고도 하는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구)가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체포된 하마스 전투원들로부터 받아낸 자백 내용을 언급한다. PHRI는 이 증언이 고문에 의한 자백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나, 그러면서도 그 내용을 보고서에 넣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PHRI의 유대-이스라엘 우월주의

PHRI를 포함한 많은 이스라엘 인권단체가 정착민 식민 체제에 연루되어 있고, 이들의 조직구조와 활동은 인종 정치의 특징을 보인다. 하닌 마이키(Haneen Maikey)와 내가 이전에 썼듯이, “이스라엘 인권 활동 영역은 유대-이스라엘 우월주의 문제가 있다”. 단체에서 팔레스타인인 직원과 유대인 직원 사이에는 위계가 존재하는데, 가령 공공 정책 보고서 작성이나 대중 캠페인 진행 업무를 맡는 고위직은 이스라엘 유대인이 독차지하고 있다. PHRI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PHRI의 팔레스타인인 직원들이 증거 기준 미달인 이번 보고서의 발행에 반대했음에도 유대인 직원들이 침묵하고 무시했다는 익명 소식통의 제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PHRI는 인권 관련 보고의 일반 윤리 기준에 못 미치는 보고서인데도 발행을 결정했다. 과거에 스스로 준수해온 기준인데도 말이다. PHRI의 존재는 이들이 국제적으로 누리고 있는 신뢰성, 인정, 존경에 의존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들을 수십 년간 쌓는 데는 팔레스타인인 직원들도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나는 성폭력 혐의를 부정하거나 조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권단체로서 PHRI는 연구를 윤리적으로 수행할 책임이 있으며 신뢰성 있는 보고서를 발행할 의무가 있다. PHRI는 다른 보고서에서 그랬던 것처럼 철저한 조사에 나설 수도 있었으나, 정치적·인종적 동기로 인해 기꺼이 타협 행위에 가담하기를 택했다.

이스라엘 여론을 서둘러 만족시키느라 PHRI는 모든 윤리 및 전문 기준을 저버렸고, 이스라엘 프로파간다와 팔레스타인(특히 남성) 인종화에 봉사하고 말았다. PHRI가 증거 근거도 없이 이번 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었던 데는 인종주의, 그리고 유대인 희생자를 팔레스타인 희생자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는 뿌리 깊은 유대 우월주의가 작동했다.

책임성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팔레스타인인들에 관해 낮은 증거 기준과 의심스러운 윤리 기준을 적용하지 말 것. 방법론은 탄탄해야 하고, 증거는 최종적인 것이어야 하며, 화살을 너무 쉽게, 특히나 제노사이드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선 안 된다.

HRW와 PHRI는 인권 및 인도주의 활동 영역에서 기대되는 최소한의 기본 원칙인 “해는 끼치지 말 것(do no harm)” 원칙을 위반했고, 이런 반인권 행위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현실(impunity, 불처벌)을 계산하면서 비윤리적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에 팔레스타인인들은 책임성을 요구하고 있다. HRW와 PHRI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답을 해야 한다.


*필자 라나 타투어는 현재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조교수이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팔레스타인연구센터 등을 거쳤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중심으로 정착민 식민주의, 원주민, 인종, 인권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고, 현재 <양가적 저항: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들 그리고 정착민 식민주의 및 인권의 자유주의적 정치>라는 제목의 저서를 집필 중이다.

원문: How human rights organizations are aiding the Israeli assault on Ga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