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을 이스라엘에 더 근접시키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서구 군함이 팔레스타인 땅의 식민점령자colonists 보호 명분으로 파견된 첫 사례는 아니다.
조셉 마사드(Joseph Massad)
2023. 10. 10. (번역: 오승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이스라엘 식민점령자들 간의 전쟁 발발 둘째 날인 지난 8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미군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에 해군 5천 명과 함께 동지중해로 향할 것을 명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는 정착민 식민주의 체제이자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국가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동지중해 지역에 F-15, F-16, A-10 편대를 배치하는 한편, 최신예 전투기인 F-35도 추가로 파견한다고 덧붙였다.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아랍국들 내 미군기지에 주둔 중인 전투기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이 무력 과시용에 그칠 수 있지만, 만약 미국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격을 결정한다고 해도 아랍 정권들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은 적다. 오스틴 장관은 미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 군에 군수품을 포함한 추가 장비 및 자원을 신속하게 제공할 것이며, 그 첫 지원은 오늘 출발해 시일 내 도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럴드 R. 포드 외 토마스허드너, 래미지, 카니, 루즈벨트함 등 미 군함들은 지난 10일 목표지에 도착)
식민점령자 방어 명분
팔레스타인 땅의 식민점령자 보호를 명분으로 서구가 군함을 파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854년 “딕슨Dicksons”으로 알려진 미국의 백인 개신교 광신도 집단이 팔레스타인 자파에 “아메리카 미션 식민지”를 세우고, 1858년 그 식민지를 공격한 팔레스타인 선주민들의 저항으로 상당수가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미국은 증기호위함 와바시함을 보내 팔레스타인 연안에서 성조기를 휘날리며 오스만 제국에 살인범 기소를 요구했다.
약 20년 후 독일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는데, 마찬가지로 자국의 광신적인 개신교 식민점령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1877-1878년 오스만-러시아 전쟁 와중에 독일은 “템플러Templers”로 불리는 독일인 종교적 식민점령자들이 팔레스타인 선주민의 공격을 받는 경우에 대비한 방어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연안에 군함을 파견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 영사는 오스만 제국에 그때까지 거부한 템플러 식민지 승인을 강제했다.
템플러들의 야망은 팔레스타인을 개신교 국가로 바꿔놓고 오-러 전쟁 종료 후 독일로 넘겨받는 것이었다. 후에 크게 꺾일 기대지만 말이다.
30년 후 콘스탄티노플에서 청년투르크 봉기가 일어난 1908년,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독일인 식민지를 공격하자 다시 한 번 독일은 추가 공격 발생 시 식민지 주민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하이파에 군함을 보냈다.
당면한 전투
몇 주 전 이스라엘은 1973년 자국과 이집트 및 시리아 간에 벌어진 전쟁(*욤키푸르 전쟁, 제4차 중동전쟁) 50주년을 앞두고 당시 기밀문서 상당량을 공개했다.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는 이스라엘 점령하에 있던 시나이 반도와 골란 고원을 해방시키기 위해 두 곳을 기습 침공했다.
공개된 수천 건의 기록은 당시 전쟁 수행에 관한 이스라엘의 정부 심의, 군사-정치 협의, 크네세트(국회) 위원회 회의, 외국 정부와의 서신 내용을 보여준다.
1973년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지원 요청에 부응해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이전을 단행했다. 당시 미 국무장관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는 지난 9월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 정부의 생각에 대해 밝혔다. 그는 “우리 생각은 처음부터 확고했다, 아랍의 승리를 막자는 것이었다”면서 “우리가 원상을 복구하게 될 거라고 처음부터 완전히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전쟁 초반 우리는 이스라엘이 군사적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열렬한 군사 재지원 요청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어 말하길, “당면 전투와 장기 전투라는 두 가지 별개의 과제가 놓여 있었다. 당장의 전투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유의미한 외교 개입이 있기 전에 적의 진격을 저지하고 공세를 펼쳐야 했다. 그래서 나는 몇몇 전선에서 공격을 개시하라고 이스라엘을 재촉했고 우리의 외교 행동은 그 공격이 성공한 다음에 나올 것이라고 말해두었다.”
당시 미국은 항공모함 루즈벨트함을 동지중해에 급파해 이미 주둔 중이던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함과 합류시켰다. 또 다른 항공모함인 케네디함도 합류 명령을 받았다. 이들 전단은 키신저가 전투 지속 방법과 미국의 외교 지원 보증에 관해 이스라엘에 건넨 조언과 함께, 미국의 대규모 군 장비 수송을 통해 점차 위력을 강화했다.
대단히 인종주의적이고 반아랍적이며 친이스라엘적인 미국 언론이 미국의 행보들에 발판이 되어 주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지금도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피해자 서사를 적극적으로 확산시켰다. 프로파간다는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 본토를 침략했다고 선전했지만 실제 침공된 곳은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점령 중이던 이집트와 시리아의 영토였다.
인종 차별적인 공감
과거 성공 사례를 떠올리며 미국인들은 이번에도 미국이 1973년의 행보와 성과를 반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견고한 지지를 떠받쳐온 미국 언론의 본색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에 보복에 나서자마자 뻔뻔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 미디어를 지배하는 것은 언제나처럼의 위선과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해 침묵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유대인 희생자들만을 향하는 인종 차별적인 동조 물결이다.
과거 키신저가 그랬듯 안토니 블링컨 현 미 국무장관도 전쟁 첫 날 “이스라엘의 안보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 나라들에서는 반 팔레스타인 캠페인이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건국이 선포된) 1948년 이후 쭉 그랬듯 지금도 아주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지를 지원하고 반 식민주의 선주민 팔레스타인인들을 타도하는 데 여전히 몰두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변함없다.
독일은 이스라엘의 유대인 우월주의 지도자들에게 베를린이 “당신들 편”이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도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인들의 편에 서 있다”며 단언했고, 영국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구 국가들이 미국처럼 스스로가 정착민 식민지이었거나 과거 백인 우월주의 정착민 식민지(나미비아, 탕가니카, 로디지아, 남아공, 알제리, 튀니지, 케냐 외 매우 많음) 설립 전적이 있는 식민 본국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후자의 국가들은 189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식민 체제 유지를 위해 엄청난 폭력을 동원해 싸웠고, 끝내 토착민들의 저항에 의해 꺾인 바 있다.
마치 누구도 이스라엘의 유대인 우월주의적 본성을 잊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쟁 3일째 팔레스타인인들을 가리켜 “인간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스라엘이 인종주의적 법률과 제도로 통치되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에 마지막 남은 정착민 식민지라는 점에서, 서방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존속을 자신들의 국경 너머로 인종주의와 정착민-식민주의를 지원하는 한편 식민지 지배에 맞서며 그것을 기필코 타도하려 하는 야만적인 비유럽인 무리에 맞서는 서방세계 최후의 보루로 간주한다.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서구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나 참전 가능성은 단지 수사나 선전용인 것으로 밝혀질지 모르지만, 그 배후에 있는 인종 차별의 정서는 지극히 현실적 문제다.
팔레스타인을 에워싸는 서구 국가들의 압박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팔레스타인의 해방 달성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지난 며칠새 무언가가 입증됐다면 그것은 바로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향한 열망과 식민지 압제에 대한 저항은 멈춰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조셉 마사드(Joseph Massad)는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현대 아랍 정치 및 지성사를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여러 저서와 학술 및 언론 기사의 저자로, 대표 저서로는 ‘식민지 효과: 요르단의 민족정체성 형성(Colonial Effects: The Making of National Identity in Jordan)’, ‘아랍인을 바라다(Desiring Arabs)’, ‘팔레스타인 문제의 지속: 시온주의와 팔레스타인인에 관하여(The Persistence of the Palestinian Question: Essays on Zionism and the Palestinians)’, ‘자유주의 속 이슬람(Islam in Liberalism)’이 있다. 그의 저서와 기사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원문: Israel-Palestine war: Why the West is rallying around the last settler col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