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우드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픽션을 만들 듯이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자신들이 겪고 있는 일을 사실과 다르게, 픽션을 만들어서 세상의 동정심을 사려 든다고, 그렇게 비난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만든 말인데요.
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고통을 과장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멀리서 보는 우리도 함께 고통스러울 정도니까요.
이스라엘 점령군이 아흘리 침례 병원을 폭격해서 500명에 가까운 주민을 살해한지 곧 한 달이 됩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병원을 폭격하겠다며 3일 연속으로 병원에 전화를 걸어 협박했고, 미리 드론을 보내 경고성 폭격까지 이미 했는데도, 아흘리 병원을 폭격한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주장이 맞다면서도, 500명이나 죽었다는 건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할 땐 100명 쯤 죽었을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이 10월 7일부터 26일 사이 이스라엘 점령군에 살해된 모든 주민의 이름과 주민번호, 성별, 나이를 적은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가자 주민 대부분이 난민이잖아요. 그러니까 팔레스타인에서 내는 통계를 정 그렇게 믿을 수 없다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관의 명단과 대조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그 문서에서 이름과 나이를 가져와 추모식을 위한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아랍어를 모르지만, 첫줄을 보시면, 나이가 많은 순서에서 적은 순서로 내려가며 같은 모양이, 그러니까 같은 글자가 죽 이어지는 걸 우리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글자들은 성인데요. 같은 성을 쓰는 일가족 친척들이 몰살당했다는 뜻입니다. 많게는 한 일가 44명이 함께 살해됐습니다. 아직 1살이 채 되지 않아 0살이라고 표기한 아기들도 많고요.
그렇게 단 20일간 살해된 사람이 7천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두 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해됐고요.
아흘리 병원이 폭격되기 20시간 전, 병원 마당에서 웃고 있는 피난민 어린이들을 찍은 영상이 있습니다. 끝없는 폭격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려고 놀이치료 하는 장면을 짧게 편집한 영상인데요. 그 놀이치료를 진행하고, 영상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분도 어린이들과 함께 살해됐다고 합니다.
저는 그 분 계정에 가끔 들어갑니다. 혹시라도,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러니까, 이게 사실은 팔리우드라서, 영상 속 어린이들도, 그 영상을 만든 사람도 사실은 살아 있는 거면 좋겠다 싶어서요. 이스라엘 점령군이 그거 봐라, 팔리우드 맞지, 하고 의기양양하게 굴더라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제가 꼬박꼬박 이스라엘 점령군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1967년 이래 팔레스타인을 군사점령하고 있고, 군사정부를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통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만 따져도 50년 넘게 점령군의 지배가 계속된 거고요. 그보다 20년 앞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학살하고 조직적으로 인종청소하며 팔레스타인 땅 위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75년간의 식민지배에 더해 가자지구를 17년간 봉쇄하며 현대사에서 가장 긴 봉쇄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당장 휴전에 응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군사점령과 식민지배가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 점령군은 앞으로도 가자 주민들을 지금처럼 집단학살할 테니까요. 가정법이 아닙니다. 이미 그동안 수도 없이 그래 왔습니다.
유니세프는 가자지구가 수 천 명의 어린이에게 무덤이 됐고, 남은 모든 이에겐 산 지옥이 됐다고 말합니다. 가자지구가 어린이 수 만 명의 무덤이 되어선 안 됩니다. 또한 생존자 아동들이, 그리고 모든 생존자가 더이상은 지옥에서 살아가지 않게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 우리가, 전 세계가, 살해된 이들을 추모하는 방식은 75년간 이어져 온 군사점령과 식민지배를 끝내도록 이스라엘을 강제하는 것이 돼야 합니다. 그것이 또한 이스라엘의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막는 길이기도 합니다.
– 신발들의 시위를 여는 기자회견에서. 사진: 스튜디오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