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총리와 미국 대통령의 회동을 앞두고 «노멀 피플» 작가 샐리 루니가 쓴 에세이. 작가는 2021년,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하며 이스라엘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 번역: 리시올

“우리가 침묵한다면 무고한 이들의 외침이 영원히 우리를 따라다닐 겁니다.” 가자를 초토화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관련해 이번 주에 보스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아일랜드] 총리 리오 버라드커가 던진 말이다. 누가 이 말에 반대할 수 있겠는가?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심대하고 충격적인 도덕적 재앙 중 하나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이스라엘 군대는 고립된 채 굶주리고 있는, 대부분 집을 잃은 가자 주민에게 공격을 퍼부어 왔다. 바깥 세계와 단절된 팔레스타인 생존자들은 위기를 실시간으로 기록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들은 공동 묘지, 파괴된 건물, 유기된 시신에 대한 이야기, 사진, 영상을 공유했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은 맹공을 연장하기 위한 돈과 무기를 이스라엘에 계속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버라드커는 이번 일요일에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대통령 조 바이든과 성 패트릭의 날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금요일 회의에서는 당연히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곤경을 두고 우려 섞인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버라드커는 그 대화의 목적을 미리 못 박은 바 있다. “저는 그를 질책하거나 그의 화를 돋우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 그가 아일랜드의 매우 좋은 친구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이는 아일랜드 정부가 가자 전쟁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깔끔하게 예증한다. 상대적으로 소국인 (그리고 점점 더 전 지구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이스라엘에는 직설 화법으로 강한 비판을 날리는 반면, 미국―이스라엘이 수입하는 무기의 80퍼센트를 공급할 뿐 아니라 수십억 달러를 원조하는―은 중립적 제삼자로, 그리고 물론 “매우 좋은 친구”로 대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 정부는 폭파범을 규탄하는 도덕적 만족감을 누리는 한편 폭탄을 공급하는 이들과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하지만 가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스라엘만의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전쟁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바이든의 전쟁이다. 단적으로 말해 미국의 돈과 무기가 없으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한 이 장기적이고 자원 집약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 없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다수가 영구 휴전을 원한다. 바이든의 이스라엘 지원은 심지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을 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지지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으려 한다. 또 이스라엘에 자원을 계속 공급하기 위해 거듭 의회를 무시했다.

음모 이론가라면 이스라엘이 미국에 무언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상상에 빠져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하는 쪽은 미국이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은 이 권력을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1980년대에 이스라엘이 이라크와 레바논에 불법적인 공격을 감행했을 때 로널드 레이건은 공개적으로 공격을 비판했을 뿐 아니라 이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원조와 군사 지원을 제한했고 그로써 병력 철수를 강제하는 데 일조했다. 1990년대 초에 조지 H. W. 부시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국제 교섭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바이든이 이런 자원들을 지렛대로 이용해 이스라엘이 미국의 정책에 따르도록 만들기를 거부한다면,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이 전쟁이 이미 미국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많은 국제법 전문가가 가자에 대한 전쟁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고 있다. 죽음과 파괴의 진정한 규모가 밝혀질 때면 훨씬 많은 사람이 이 규정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이래 외부 언론 조직이 가자에 진입하는 것을 일절 금해 왔다. 예외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엄격하게 이스라엘군이 동행해야 한다. 그간 가자 내부의 팔레스타인인 언론인들은 의도적인 표적 공격 여부를 입증하는 비율로 살해당했다. 지난해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99명의 언론인이 보도 과정에서 살해되었는데 그중 72명이 이스라엘에 죽임을 당한 팔레스타인 언론인이었다. 외부 언론의 진입 금지와 거듭되는 기자 살해는 이스라엘이 전력을 다해 사실들을 감추고자 함을 드러내 준다.

맹공이 시작된 이래 대부분 미국산인 65,000톤 이상의 폭발물이 가자 지구에 투하되었다. 공습이 거듭될 때마다 황폐화가 더욱 심각해졌고, 더욱 많은 기반 시설이 무너졌으며, 더욱 많은 무력한 사람이 잔해 아래 갇혔고, 더욱 재앙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추가 사망자가 생겨날 때마다 한층 회복 불가능한 슬픔과 비통함을 남겼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계속 원조 흐름을 차단하고 있는 이제는 인위적인 기근이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인간 존재들이 기아로 인해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중이다. 흉작이나 자연 재해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의도적인 정책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30,000명이 넘는다. 몸서리칠 만한 수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도 많을 것이다. 가자 보건부는 재앙에 가까운 수준으로 미어터지는 병원과 영안실에서 집계된 수치에 기반하고 있으며, 따라서 너무나 빠른 파괴 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작년 10월 이래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에 살해당했는지 정말로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아는 것은 백악관에 있는 우리의 “매우 좋은 친구”가 이런 살해 하나하나에 자금을 대고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준비하는 짧은 기간 동안 나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에 얼마 남지 않은 유엔 구호 시설 중 하나의 좌표를 받은 바로 다음 날 해당 시설을 공습한 사진을, 수척한 팔레스타인 아이의 튀어나온 뼈를 찍은 사진을, 14세기에 지어진 장엄한 바르쿠크 성Barqouq castle이 폭탄에 복원 불가능하게 파괴되어 잔해만 남은 사진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강제 추방당하거나 학살당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속옷을 들고 경쾌한 포즈를 취한 사진을 들여다봤다. 이러한 도덕적 타락의 콜라주에 우리는 관례에 따라 토끼풀[아일랜드의 국장]이 담긴 용기를 든 채 바이든과 버라드커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버라드커 자신의 말을 차용하면―“우리를 영원히 따라다니는” 이미지가 될 것이다.

* 원문: Sally Rooney: Killing in Gaza has been supported by Ireland’s ‘good friend’ in the White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