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일을 수사할 생각이 있다면, 오직 10월 7일 단 하루 동안 있었던 일만 수사해도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 집단학살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 보고관이 한 말입니다.

오늘로 집단학살 209일차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수천년 간 수사해도 다 못할 학살과 전쟁범죄를 이스라엘이 저지르도록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지원하거나, 혹은 최소 방조했다는 뜻이 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공지능을 사용한 집단학살”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스라엘은 전례 없는 속도로 인구 밀집 지역을 표적으로 만들었고, “대부분이 민간인인 무고한” 주민 3만 5천 명이 살해됐습니다. 폭격의 잔해 아래 깔려 수습되지 못한 시신을 합치면 4만 명도 훌쩍 넘습니다. 이 중 아동 사망자는 2만 명에 육박합니다.

전투기로, 탱크로, 매일 아동의 몸이 찢겨나갑니다. 그렇게 찢긴 몸이 누구의 몸인지 알 수 없어, 부모들은 아기들 몸에 이름을 새깁니다. 하지만 그 이름도 찢겨져 알아볼 수 없습니다. 온전한 몸으로 죽은 아기들도 있습니다. 잠든 것처럼 보이는 평온한 얼굴의 아기들은 부서진 건물 시멘트 가루에 질식당해 숨진 것입니다. 이렇게 온전한 몸을 가진 아기와 작별할 수 있는 부모들은 다른 부모들의 부러움을 삽니다.
10월 7일 이후 태어난 신생아들은 기아와 탈수, 전염병으로 죽고 있습니다. 이렇게 죽은 아기들은 이스라엘이 살해한 아기로 집계되지도 않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아동들은 마취 없이 팔다리 절단 수술을 받습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마취제 등 의약품 반입을 금지해서, 그리고 병원을 모두 파괴해서, 절단 수술이 부상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치료입니다. 아기들이 묻습니다. 나는 왜 팔이 없냐고. 언니 오빠는 뛰어다니는데 나는 왜 못 뛰냐고. 나도 어린이인데 아기인 내 동생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거냐고. 부모 없이 홀로 살아남은 아동은 2만 5천 명이 넘습니다.

이 아동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가족을 전부 잃고 혼자 살아남은 12살 자인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 중 누가 선심 써서 떨어뜨린 건지 모를 구호품에 깔려 죽었습니다. 바다에 빠진 구호품을 건지러 가던 아동들은 익사하고, 구호품을 실은 트럭을 기다리던 아동들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총포에 살해되고 있습니다.

제가 아동만이 아니라, 살해된 사람 대부분이 무고한 민간인이라고 했는데요. 이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직접 썼던 표현이기도 합니다. 아는 거죠. 알면서 그러는 거죠. 한국 정부도 알면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보내는 거죠.

우리도 압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가자 주민 집단학살이 어떤 것인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국제법의 언어를 빌릴 필요도 없습니다. 200일간 폭탄 7만 5천 톤을 쏟아부어 주택 38만 채를, 병원 32개와 보건소 53개를, 학교 412개를 파괴했다는 통계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자지구에 남은 수백 수천 기의 불발탄으로, 학살이 끝나더라도 주민이 계속 죽고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보다 가자지구 땅이 더 오염될 거라는 전문가의 진단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집단학살을 지켜보는 우리는 이미 잘 압니다. 이것은 단지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만이 아니라, 인간성에 대한 말살이며, 인류 공통의 토대를, 평화를, 국제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아니 이미 무너졌다는 것을.

지금 세계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해 재판 중인데요. 이미 집단학살 가능성이 높다며 이스라엘에 학살을 방지하라는 임시 조치 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 시험대에 오른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국제사법재판소, 그리고 국제법 자체입니다.

이스라엘은 갑자기 가자 주민을 집단학살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76년간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인종청소하고 식민지배해 왔습니다. 강대국들이 구축한 국제법을 충실히 따라도 1967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을 군사점령한 이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명백한 점령자와 피점령자로 규율됩니다. 양쪽 다 분쟁에 크고 작은 책임이 있는 양당사자로 규율되지 않습니다. 점령자와 피점령자입니다. 때문에 한국도 일관되게, 피점령지 팔레스타인에 불법 유대인 정착촌 건설, 즉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점령국가 주민의 피점령지로의 이주를 반대해 왔습니다. 또한 일관되게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로부터 해방돼 독립 국가를 설립할 것을 지지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쥐어주며 주민 학살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독립운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군사점령을 끝내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더구나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9개의 다른 비상임국가들과 함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고 이 결의안은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한국은 또 팔레스타인에 유엔 회원국 자격을 주려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지지하니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 정부는 그 입장에 맞게 행동하십시오. 이스라엘과 무기 거래를 중단하십시오.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에 더는 가담하지 마십시오.

진보넷 활동가기도 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