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연대 멤버들은 매번 행사 마치고 남아 뒷정리를 하며 거의 동시에 탄식합니다. ‘아 오늘도 또 사진 안 찍었다.’…

어제 저희는 세 분의 반가운 참가자들과 84분간 <아나의 아이들>을 보고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9시 반이 되도록 감상을 나눴습니다. 제대로 된 기념사진 하나 찍을 생각도 못한 채요.

아나는 이스라엘 점령에 반대하는 유대인 여성입니다. 그녀는 제닌난민촌에 극장을 짓고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침으로써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아이들은 아나를 엄마처럼 따르고 아나의 아들 줄리아노도 그들의 형이 되어 두터운 우애를 쌓습니다. 줄리아노는 아이들과 연극 연습을 하던 1989-1996년을 기록했고 이후 2002년 제닌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습이 있은 지 8년 만에 다시 제닌을 찾아 극단에서 연기했던 아이들의 근황을 쫓습니다. 극장은 물론 수많은 집이 파괴됐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의 살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영화는 2003년에 제작되어 한국에서는 2004년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됐었습니다. 온라인상 한글자막이 있는 파일이 없어 오래된 dvd만 남아있어 오늘 그걸 틀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20년이 흘렀어도 지난 5월 팔레스타인의 유명 기자 쉬린 아부 아클레가 살해당한 바로 그 도시 제닌과 dvd 속의 제닌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나가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 질문이 어렵다면, 우리가 남겨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오늘 참여해주신 반가운 손님 중에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연극을 지도하신 경험이 있는 선생님도 계셨기에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 세미나 주제였던) 기후위기도, 연극도 점령과 식민주의라는 무거운 전제가 있는 한 그 무엇하나 ‘보통은 이게 옳은 방법이긴 하지’, 하며 간단히 적용할 수 있는 게 없어보입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점령.
이 점령을 중단하는 일만이 유일한 문제해결의 시작점이자 대전제가 되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늦어 다음 세미나 주제와 날짜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공지할게요. 평일 저녁 참여해주신 분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다음 세미나에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