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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세계를 날다]생활 곳곳에 스며든 점령

올리브, 2006-01-17 22: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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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론에서 둘째 날 아부 아흐메드와 함께 헤브론 시내 구경(?)을 나섰습니다. 세르비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스라엘의 점령입니다.

헤브론 안에는 예루살렘과 마찬가지로 올드 시티라는 지역이 있는데 지금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집과 함께 팔레스타인인들의 집과 땅을 빼앗아 생긴 이스라엘 점령촌이 들어서 있습니다.

올드 시티에서 체크 포인트(검문소)를 통해 나오는 것은 쉽지만 들어가는 데는 올드 시티에 거주하고 있다는 신분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부 아흐메드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헤브론에 살고 있는 사람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 생기게 된 원인이 바로 점령입니다.

헤브론에 있는 올드 시티로 들어가는 체크 포인트


그런데 헤브론 시내를 다니면서 앞의 제 얘기는 점령의 일부분에 불과 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헤브론에는 ‘헤브론1’과 ‘헤브론2’가 있는데 헤브론1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보안 문제를 뺀 80% 정도를 통제하고 있고, 헤브론2는 이스라엘이 100%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경찰은 정복을 입은 채로는 헤브론2쪽으로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선거 구호에도 “헤브론의 통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시내 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헤브론이 두 쪽으로 갈려져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헤브론2쪽에 있는 시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여느 시장처럼 북적대고 활기차 보였습니다. 그런데 몇 걸음 걷다보니 앞의 길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고, 사람들도 거의 없는 길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부 아흐메드가 설명을 해 줬습니다.

“보세요. 1층에는 팔레스타인들의 상점이 있고, 2층에는 이스라엘 점령민들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돌이나 더러운 물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깐 장사를 할 수 없는 거죠.”

한 길의 두 풍경. 시장 입구에 이스라엘이 차가 들어가지 못 하도록 큰 돌을 가져다 놨습니다.

아래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위에는 이스라엘 점령민들이 집과 건물을 빼앗아 살고 있습니다.
위에서 자꾸 무언가를 던져서 사람들이 그물과 철망을 쳐놨습니다.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봐도 점령촌이 생기기 이전에는 정말 장사가 잘 됐는데 지금은 거의 장사를 할 수 없다며 저희에게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가게는 윗집 점령민들이 물을 부어대는데 천장에서 물이 계속 새서 말을 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가게 바닥에 통을 몇 개 가져다 놓고 떨어지는 물을 받고 있었습니다.

점령촌의 풍경을 보기 위해 동네 아이들의 안내를 받아 한 집의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사진도 몇 장 찍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있는데 뒤편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건너 집 지붕에 이스라엘 군 초소가 있었고 군인이 우리들에게 내려가라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제 집 지붕에도 마음대로 서 있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2백년, 3백년씩 된 집들이 늘어서서 그야 말로 올드 시티인데 그 곳의 삶은 한숨 가득한 풍경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아부 아흐메드가 우리에게 이슬람 성원을 보여주겠다고 아브라함 모스크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성원 입구에서부터 우리는 여러 가지를 겪어야 했습니다. 또 다시 두개의 회전문을 지나야 했고, 우리는 무슬림이 아니기 때문에 성원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을 뿐더러 팔레스타인인들은 성원 입구에서 짐과 몸 수색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아브라함 모스크(왼쪽)와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오른쪽)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몸 수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꼬비라는 이름을 가진 한 이스라엘 군인에게 물었습니다.

“왜 몸 수색을 하나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칼을 가지고 모스크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깐요.”

어쨌거나 우리는 이슬람 성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아부 아흐메드가 기도를 마치고 나오기까지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나와서 큰 길이 아니라 회전문이 있는 쪽을 통과해서 지나려고 하니깐 이스라엘 군인들이 나이든 사람이나 어린 사람은 빼고 젊은 사람들은 다른 쪽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또 군인에게 물었습니다.

“왜 저 사람들은 이쪽을 지나갈 수 없죠?”
“길이 좁아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까봐 그러는 거에요. 물론 여러분들은 원하면 지나갈 수 있어요.”

지나가는 이스라엘 여성들을 가리키며 저에게 ‘예쁘지?’하던 이스라엘 군인들은 그렇다 치고 이스라엘 정부가 막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칼을 가지고 성원으로 들어가는 팔레스타인 청년들? 아니면 좁은 길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생길 수 있는 사고?

헤브론에서의 둘째 날, 거리 곳곳 생활 곳곳에 스며든 점령의 풍경을 지켜보며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의 웃음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공원에서 만난 아예드와 예스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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