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리리~~~ 6시 반이 되니깐 어김없이 알람이 울립니다. 제가 맞춰 놓았으니 울리는 것이 당연하겠죠. ^^ 지난 밤 2시까지 구라칠 준비를 하고 잠이 들었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일어나 씻고 준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선 시간이 7시15분. 그런데 구라칠 장소인 도봉 초등학교에 도착하니깐 9시반이 되었습니다. 정말 멀기도 먼 길이었습니다.
먼 길인 것도 그랬지만 가장 걱정 되었던 것은 제가 과연 초딩들하고 얘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가 본 적은 있어도 초등학교에 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더군다나 6학년 전체가 모일 공간이 없어서 방송 수업을 해야 되다니......
학교에 도착해서 일단은 저를 부르신 선생님이 계시는 6학년 2반 교실 앞으로 갔습니다. 불쑥 문을 열기가 그래서 앞쪽 문에 달리 창으로 얼굴을 내밀었는데 선생님이 못 보셔서 뒤쪽 문에 달린 창으로 가서 얼굴을 들이미니깐 선생님이 알아 보셨습니다. 그리고 곧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교실은 그야말로 왁자지껄 난리였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니 이상한 인간이 나타난 것을 알아챈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건넵니다.
“예상했던 대로 생겼네.”
“음...잘 생겼군.”
“Where are you from?"
이런 소리를 듣고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씨익 웃을 밖에요. ^------^
그리고 곧 방송실로 갔습니다. 방송실에는 카메라 두 대가 있고 저는 앞에 앉아서 얘기를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앞에는 6학년 각 반에서 2명씩이 와서 의자에 앉아 있었구요. 저만 카메라를 보고 하는 것보다는 함께 얘기할 사람들이 있어 훨씬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구라를 시작해 보니 이건 다행인 수준이 아니라 ‘감사합니다’ 수준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제 얘기를 잘 듣는 것은 물론이고 얘기도 너무 잘하고 그랬습니다. ‘초딩들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 했던 건 그야말로 걱정이었습니다. 얘기를 하면서 쏟아지는 질문이 너무 많아 어떤 것은 그냥 모른채 하고 지나가야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행히 2교시와 3교시, 팔레스타인에 대한 구라를 마쳤습니다. 마쳤는데도 아이들이 제 앞으로 와서 질문을 하는 통에 이런 저런 대답을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저, 악수 한번만 해 봐도 될까요?’해서 악수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6학년 2반 교실에 다시 올라가 ‘짜장밥’으로 점심을 먹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수많은 아이들이 ‘hello' '한국 사람이에요?’ ‘안녕하세요’ ‘잘 가세요’ 등의 말을 던졌고 저는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운동장으로 내려와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제 옆으로 다가옵니다. 아까 방송실에서 함께 얘기했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도 학교 마치고 집에 간다고 해서 같이 걷게 되었습니다. 걸으면서 학교 생활 얘기도 하고, 걔가 다닌다는 성당 얘기도 하고, 이번 주말에 있을 검도 대회 얘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그 친구가 자기 집이 지났는데도 들어가지 않고 저와 함께 지하철 타는데 까지 같이 갔습니다.
그러면서 ‘자주 놀러 오세요’ 하네요. ‘모르는 것을 배웠어요’ 하네요. ‘여기 오면 곳곳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하네요. 자기가 내년에는 아마 저기 보이는 저 중학교에 갈 것 같으니깐 ‘내년에 저 학교에도 한번 오세요’ 하네요.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저에게는 기쁨이 되고 힘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오늘 아침 들은 소식은 얼마 전에 민주언론운동연합에서 레바논과 관련된 강연을 했는데 드디어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관련 방송 모니터 보고서가 나왔다고 하네요.
이런 일들 때문에 아마도 준비하고 뭐하고 하면 피곤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여기저기를 찾아 다니며 구라를 푸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만 앉아 있으면 얻지 못할 희망 같은 것도 얻게 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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