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한국방문한 자카리아 모하메드와 마흐무드 아부하쉬하쉬

뎡야핑, 2005-04-08 06:43:52

조회 수
4740
추천 수
0


“나는 내가 목격한 전쟁들을 쉽게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전쟁은 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인생이란 마치 두 개의 전쟁 사이에 끼어 있는 고요한 순간들인 것 같았습니다.

혹은 두 개의 고함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침묵인 것 같았지요. 그 전쟁들이 벌어지는 동안, 나는 늘 패배한 쪽의 캠프에 있었습니다. 나는 패배에 익숙합니다. 나는 패자들의 친구입니다.”

전쟁의 광기, 그 안에 묻어나는 작가의 고백. 김선일의 죽음을 애도하던 팔레스타인의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씨가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해 7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의 동족을 죽이는 파병만은 막아 달라”고 절규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숙명’이 여전히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듯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다.

“높이 8m, 길이 140km의 고립장벽이 팔레이스타인을 외부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국제법정에서 이스라엘의 고립장벽 설치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지요. 고립장벽 설치 공사가 끝나면 나는 내 부모님의 노후도 지켜드릴 수 없게 됩니다. 고립장벽 바깥에 있는 내 작은 땅에서 농사도 지을 수 없지요. 그들은 시시각각 고립장벽을 좁혀 들어오고 있으며, 어떤 곳은 본래보다 15km나 안쪽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자카리아씨는 그와 그의 동족들을 가두고 있는 고립장벽 설치에 몸서리쳤다. 그들 이스라엘인들이 거대한 우물을 파고 그 안에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감금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설 것이다. 총을 든 저들에 맞서 총을 들지는 않겠지만, 맨 손으로라도 맞설 것이다.

“고립장벽 허무는데, 작은 손이라도 도와 달라”

“작년 7월 19일 국제법정에서 고립장벽 설치가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렸지요. 1주년이 되는 올 해 7월 19일, 우리는 그 결정을 기념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것입니다. 맨손으로 고립장벽을 밀어 무너뜨리겠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작은 손이 필요합니다. 비록 한 두 명일지라도 부디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고립장벽을 밀어 쓰러뜨리는데 힘을 보태주십시오.”

물론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처한 삶의 질곡을 훑어볼 때, 고립장벽 문제가 그들이 짊어진 질곡의 ‘전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카리아씨, 그리고 그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팔레스타인 동료 마흐무드 아부하쉬하쉬씨는 바로 이 부분을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불법 점령한 사실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설사 고립장벽을 허문다 해도 이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죠. 팔레스타인 땅에 단 한 번도 발붙인 적 없는 이방인들도 유대교를 믿는다는 이유만 있으면 ‘귀환의 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이 땅을 일구며 살아왔지만 그럴 권리를 가지지 못합니다.”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허탈한 농담마저 오고간다. “만약 우리가 유대교로 개종한다면 저들이 우리에게 권리를 줄까. 만약 우리가 미국시민권을 따서 돌아온다면 저들은 우리에게 땅을 줄까.” 허망한 우스갯소리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뼈저린 웃음이 흘러나온다.

“NGO 활동이 유일한 소통의 공간”

“세상과 고립된 우리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NGO 활동뿐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NGO가 정부의 역할을 합니다. 의료와 교육 등 국가가 책임져야할 거의 모든 일들을 수행합니다. 물론 국제정치공학을 생각해 보면 팔레스타인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국제적 연대운동에 엄청난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좌파정당으로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시민운동은 현저하게 멍들어갔다. 이미 팔레스타인엔 시민운동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갖가지 변질과 타협이 득세하고 있다. 돈 때문이다. 마흐무드씨는 “변질된 NGO 활동이 팔레스타인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해답은 연대다. 양식을 아는 이스라엘인, 유럽인, 미국인, 아시아인 등 이들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연대뿐이다. 두 사람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협력을 하려고 애쓰는데, 방해가 만만치 않죠. 이스라엘 군이 직접 개입하거나 미국이 배후에서 방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 야당 또한 오렌지색으로 오락가락 행보를 걷고 있죠. 제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그런 가운데 팔레스타인의 희망이 작아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엔 거대한 장벽이 둘러쳐지고 있다. 이 장벽이 완공될 경우 730km에 달하는 우리 안에 팔레스타인 사람들 약 24만 명이 고립무원에 갇히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게토’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똑같은 감옥을 짓고 있는 것이다.

김재중(jjkim@dailyseop.com)기자
첨부

1 댓글

뎡야핑

2005-04-08 06:48:13

본 기사 제목은 -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씨 “광기의 전쟁...평화의 방해자는 미국” -인데 마음에 안 들어서 바꿨어요. 바뀐 것도 썩..-_-
데일리 써프 처음 들어보네요~
글고 본문에 "분리장벽"은 "고립장벽"으로 고쳤습니다.

정렬

정렬대상
정렬방법
취소

목록

Page 1 / 3
제목 섬네일 날짜 조회 수

04년6월 25일 [푸른영상]에서 '아나의아이들' 봤습니다.

| 만남
  2004-06-30 4667

'송환'이란 작품으로 잘 알라진 [푸른영상]( http://www.docupurn.org/ )에서 '아나의 아이들'을 같이 봤습니다. 이번 모임은 매달 한번씩 푸른영상에서 회원들과 함께 '다큐보기'라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6월에는 '아나의 아이들'을 봤습니다. 미니가 함께 자리했구요. 영화를 보기 전에 미니가 간단하게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

6/26 인권영화 정기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 만남
  • file
섬네일 2004-06-30 4676

인권운동사랑에서 매달 한번씩 인권영화정기 상영회 [반딧불]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 인권운동사랑방 http://www.sarangbang.or.kr ) 6월 반딧불이 '아나의 아이들'이었습니다. 미니와 우주가 갔었습니다. 행사장 입구에서 옷과 뺏지도 팔아 보려고 널어 놨었지만 개시도 못했습니다 ^^ 영화를 보기 전에 '팔레스타…

10/22 국제민주연대 회원한마당

| 만남
  • file
섬네일 2004-11-02 4737

10월 22일 금요일 국제민주연대 회원한마당이 있었고 이날의 주제는 '팔레스타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아나의 아이들을] 먼저 보고 미니가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같이 얘기도 나누고 뒷풀이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날은 국제민주연대 회원뿐만 아니라 인권연대 활동가들과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까지 …

10/27 라디오 21 [밀실에서 광장에서]

| 만남 1
  • file
섬네일 2004-11-10 4692

2004년 10월 27일 라디오 21이라는 곳에서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방송을 했습니다. http://www.radio21.co.kr 미니가 가서 땀 삐질삐질 하면서 어버버 하고 왔습니다. 다시 듣기 ^------------^ mms://radio21.vod.nefficient.co.kr/radio21/102704/1027-21.wma

11월 12일 이슬람 성원에 갔다가

| 만남
  • file
섬네일 2004-11-18 4764

라마단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이슬람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싶어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성원에 갔었습니다. 가자마자 한국외대 손주영교수님의 이슬람에 대한 설명도 듣고 터키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서 알리야님, 휘세인님과 함께 이슬람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이슬람과 …

11월24일 선전판 만들기

| 만남
  • file
섬네일 2004-11-26 4705

11월24일 수요일에 우주, 앙, 뎡야핑, 미니가 '생명평화마중물' 사무실에 모여서 거리에서 쓸 선전판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저것 내용도 넣고, 사진도 붙이려고 비싼 돈 주고 출력도 여러장 했는데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한장 밖에 못 만들었습니다. ^^;; 그래도 잘했죠? ^^ 나머지는 다음에 또 할 거에요. 앙 뎡야핑 …

[평화카페]중동의 현재와 한국 평화운동이 할 일

| 만남 1
  • file
섬네일 2004-12-14 4762

평화네트워크의 야심 기획, 첫번째 평화까페가 '중동의 현재와 한국 평화운동이 할 일'을 주제로 평화박물관 '사랑방'에서 열렸습니다. 자그마한 공간을 꽉 채운 참여자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우리가 그 동안 잘 몰랐던 중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

이스라엘에도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 있어 - 인디미디어 이스라엘 활동가 간담회

| 만남 1
  • file
섬네일 2005-01-07 9374

허창영/ 인권연대 간사 이스라엘 내에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다양한 목소리와 활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9일 한국을 찾은 이스라엘 활동가 아담(Adam Treistman)씨는 한국의 활동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아울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것을 요구했…

여행학교 아이들과 함께

| 만남 1
  • file
섬네일 2005-01-31 4699

청소년 인권여행학교라는 게 있는데 주로 초, 중, 고 학생들이 9박 10일 동안 전태일 기념사업회, 평택 미군기지, 성매매 지역, 이슬람 성원, 새만금 등지를 다니면서 인권과 사회에 대해서 경험하고 생각해 보는 자리입니다. 이번 행사 가운데 하나가 ‘팔레스타인’에 관한 거였고, ‘아나의 아이들’을 같이 보게 되었습니다.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개소식 후기

| 만남
  • file
섬네일 2005-02-20 4714

훗. 집에 오자마자 하겠다던게 어느덧 서너시간이 후딱 가버렸네요. 어제부터 블로그를 본격 가동한터라, 여기저기 블로거들이 모인 곳을 기웃거리면서 구독하거나, 친구하면 좋을 블로그를 찾다보니까.. 흠흠. '답다'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말은 사무실이지만 일반 주택 2층에 입주해있는 국제민주연대와…

05년 2월 18일 개소식 뒷얘기

| 만남
  • file
섬네일 2005-02-22 4739

2005년 2월 18일, 역사적인(?)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사무실 개소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2월 1일부터 사무실을 이용하게 되었고, 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개소식까지 치를 수 있었습니다. 개소식은 먼저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2003년 여름에 처음 생겼을 때부터 공부하고…

[기관탐방]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 만남
  • file
섬네일 2005-03-10 4615

'이스라엘은 2002년 6월부터 서안지구 안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을 둘러싸는 고립장벽(인종차별장벽 또는 분리장벽)을 쌓고 있습니다.장장 700여 km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장벽이 완성되고 나며 서안지구의 58%의 땅(약3,400 제곱 킬로미터)이 또 다시 이스라엘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또한 최고 8m에 이르는 고립장벽 곳…

시민방송 - 하승창의 아름다운 세상 36회

| 만남
  • file
섬네일 2005-03-15 4799

지난 2월 28일, 시민방송 RTV( http://www.rtv.or.kr )에서는 하승창의 아름다운 세상 36회 - 팔레스타인에 자유 평등 평화를... 경계를 넘어선 세계평화를 노래하는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를 만나본다 이런 제목으로 방송이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보시고 싶으신 분은 아…

3월 24일, 3월 25일 만났던 분들

| 만남 1
  • file
섬네일 2005-03-31 4694

1. 3월 24일 민주노동당 송파을지역위원회 풍납토성 분회 (아래 글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처음 초청해 주신 이은우님께서 모임이 끝난 뒤 홈페이지에 쓰신 글입니다. http://songpa2.kdlp.org ) 제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미니님의 강연도 좋았고, 세계의 인권 과 평화를 위해 꾸준히 실천하는 미니님…

한국방문한 자카리아 모하메드와 마흐무드 아부하쉬하쉬

| 만남 1
  • file
섬네일 2005-04-08 4740

“나는 내가 목격한 전쟁들을 쉽게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전쟁은 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인생이란 마치 두 개의 전쟁 사이에 끼어 있는 고요한 순간들인 것 같았습니다. 혹은 두 개의 고함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침묵인 것 같았지요. 그 전쟁들이 벌어지는 동안, 나는 늘 패배한 쪽의 캠프에 있었습니다. 나는 패배에 익…

""취한 새" 되어 노래하리"

| 만남
  • file
섬네일 2005-04-12 4394

팔레스타인 시인 모하메드와 하쉬하쉬, 한국 NGO활동 팔레스타인에서 온 두 명의 시인이 한국의 NGO 활동가들과 만났다. 지난 6일 서울 아현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실, 팔레스타인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자카리아 모하메드(55)와 시인 마흐무드 아부 하쉬하쉬(34)씨가 한국의 국제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두 …

대항지구화행동 + 적극적 평화행동과의 만남

| 만남 4
  • file
섬네일 2005-04-26 4773

1. 대항지구화행동 http://cgakorea.org/ 4월 22일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신림역으로 갔습니다. 우와~ 정말 사람 많았습니다. 우째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처음 서울와서 살던 곳이 신림동이라 한 3년 뻔질나게 다녔던 곳인데도 적응이 좀 안 되더라구요. 그런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보니깐 역쉬 직업병이 사알 돗더…

간디학교에서 함께한 팔레스타인 이야기(2005. 6. 1)

| 만남
  • file
섬네일 2005-06-07 4313

○ 언 제 : 2005년 6월 1일 (수) 저녁 7시 - 10시 ○ 어디서 : 경북 군위 간디 자유학교 ○ 누 가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미니, 반다가 간디학교 친구들과 함께 ○ 무엇을 :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조건과 삶의 모습에 대해 ○ 어떻게 : 미니의 엑기스 강연, 영상물, 열정의 골든벨과 반다의 사진 이야기를 ○ 왜 ?? : 홋~ 팔…

푸른꿈 고등학교

| 만남
  • file
섬네일 2005-07-06 4592

2005년 6월 23일,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 있는 푸른꿈 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에 팔레스타인과 평화에 대해서 얘기하러 미니가 갔었습니다. 우와~~ 오랜만에 맑은 공기도 쐬고 그러니깐 참 좋더라구요 ^^ [작은음악회 - 평화 그게 뭐 별거야?]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미니가 왈왈 꽥꽥거린 거죠 ^^ (행사 시작 전에는 만화랑 사진…

미니님, 인권위 출동

| 만남
  2005-08-31 4329

8월30일 저녁 인권위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인권위 내에 아시아 인권 연구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미니님을 초청해서 팔레스타인에 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따라 갔고요;; 국가 기관이라서 그런지 먹을 건 많더군요ㅋ 김밥도 사다 놓고, 과자도 갖다 놓고(심심하지 않게 먹으면서 보라고 갖다 놔 주는 센스!) 저녁 못…

Board Links

Page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