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아부 마흐무드

뎡야핑, 2009-08-20 23:37:26

조회 수
9438
추천 수
0

 

                                                                                 사비르 열매가 잔뜩 매달린 가시 선인장

 




“반다, 어제 왜 우리 집에 안 왔니?
우린 완전히 화났었어.
너를 위해 어제 생선을 사러 갔다 왔단 말이야.“
나와 미니는 파르하에서 열린 ‘인터네셔널 유스 페스티벌’에 다녀오느라 지금 머물고 있는 델 룩손을 떠나 1박2일 파르하에서 머물렀다고 서둘러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주름진 아부 마흐무드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웃음이 퍼졌다.

바다에서 멀리 있는 가난한 이 마을에서 생선을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는데, 아마도 멀리까지 가서 생선을 사왔나 보다. 사나흘 전 옴무 마흐무드(마흐무드의 어머니)와 아부 마흐무드(마흐무드의 아버지)의 초대로 저녁을 먹으러 갔을 때, 팔레스타인에서 고급 음식에 속하는 쌀과 닭고기로 만든 마끌로바를 준비해 두었었는데 육식을 하지 않는 내가 쌀밥만 먹고 닭고기를 먹지 않았던 것이 못내 걸렸었나 보다.  

AbuMuhamad.jpg


                                                                              생선가시를 바르고 있는 아부 마흐무드

아부 마흐무드는 이곳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와 미니의 일상을 섬세하게 챙겨주는 마흐무드의 아버지이다. 아직 40대인 아부 마흐무드는 나이보다 십년은 더 늙어 보인다. 요르단에 있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아부 마흐무드는 현재 옷 만드는 공장의 노동자이다. 공산품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물가가 한국과 거의 흡사하지만 교사의 월급이 월 50만원 내외라는 이곳에서 일곱 명의 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아부 마흐무드는 공장에서, 옴무 마흐무드는 집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한다.
우리가 아부 마흐무드 집에서 갈 때마다 대학생인 그의 딸 쉬룩이 아랍어를 못하는 우리를 위해 영어로 통역을 해주는데, 아부 마흐무드는 자신이 대학에 다닐 때 영어로 된 원서를 읽으며 공부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여이 잘 기억나지 않는 영어 단어를 더듬거리며 직접 영어로 이야기를 건넨다.  

이스라엘 점령이 끝나면 팔레스타인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냐는 나의 질문에 아부 마흐무드는 자신이 지금 40이 넘었는데, 과연 점령이 끝난 모습을 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점령은 그래도 끝날 것이라고 아무것도 아닌 이방인인 내가 힘주어 말했을 때,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사랑하지(관심 갖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점령 때문에 게다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때문에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아부 마흐무드는 하마스와 파타의 리더들은 계속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쁘고 정작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점령으로 땅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라고 해외 원조가 들어왔지만, 땅의 상당 부분을 고립장벽에 의해 잃어버린 자신은 그 돈을 정작 구경도 해 본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다소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반다, 그 돈이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의 주머니로 갔겠지. 정부 관료들의 은행 잔고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것을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말을 하는데 옆에 있던 옴무 마흐무드가 재빨리 아부 마흐무드의 다리를 친다. 무언가 아랍어로 조용히 말이 오간다. 그 뒤 아부 마흐무드는 다소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이스라엘은 우리를 점령하고 있지만 그곳에선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 그들에겐 민주주의가 있거든. 하지만 팔레스타인 이곳에 민주주의는 없어.”
우리는 마흐무드의 집 옥상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가난한 동네는 다 마찬가지이듯 이곳도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모든 집이 창문을 열어 놓은 덥고 조용한 여름날 밤의 조건을 의식해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아부 마흐무드는 깊게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새벽 6시 출근을 염려하는 것인지 이제 자러 가야겠다고 했다. 잠자러 간다고 옥상을 내려간 얼마 뒤 그는 가시 선인장 열매인 사비르를 한 접시 들고 올라 와서는 남아 있는 우리들 손에 사비르를 하나씩 건네주고 다시 내려간다. 정작 아부 마흐무드 자신은 입맛에 맞지 않아서 결코 먹지 않는다는 사비르. 나는 그가 가시가 잔득 돋친 사비르 양쪽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아슬하게 쥐고 껍질을 까서 가족들에게 주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아마 자러 들어가는 길에 손님을 남겨 두고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이 미안해서 열 개가 넘는 사비르의 껍질을 깎았을 것이다. 아까 내게 생선을 발라 줄 때 처럼 정성스럽게, 고된 노동으로 거칠고 무뎌진 손에 가시 껍질 안의 여린 사비르 열매가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스러워 하면서.   

 


:: 글쓴이_ 반다

 

 

 

 

첨부
태그

0 댓글

목록

Page 1 / 1
제목 섬네일 날짜 조회 수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대한 승인이다.

| 성명
  2018-01-05 295

- 우리는 침묵을 통해 이스라엘 군사점령의 공모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2017년 12월, 트럼프 미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 수십년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약속했던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미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돌연 위태로워졌다. 1967년 팔레스타인 전역을 군사점령한 이스…

두 발 늦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신년회

  • file
섬네일 2016-03-09 204

폭풍처럼 지나간 지난해 활동과 내실을 다질 2016년 계획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 하였습니다. 올해는 팔레스타인 보드게임을 함께 만든 파코루도와 보드게임 대회도 진행됩니다. 팔연대의 활동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신 분들 보드게임 <인티파다>를 플레이 해보고 싶은 분들 신상 쿠피예를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은 분들 팔라펠…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규탄 1인시위 (계속 업데이트)

| 연대행동 1
  • file
섬네일 2014-07-15 10959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표를 확인하시고 http://goo.gl/kJ77rh nablus3@gmail.com으로 원하시는 날짜와 이름, 연락처 보내주세요!! 7/20 월요일 (function(d, s, id) { var js, fjs = d.getElementsByTagName(s)[0]; if (d.getElementById(id)) return; js = d.createElement(s); js.id = id; js.src = "//connect.facebook.ne…

팔연대가 주최하는 최초의 콘서트! 24일(토) 저녁, Rock against the Occupation에 오세요!

| 연대행동
  • file
섬네일 2013-08-13 12966

뭔가 상근자가 뉴질랜드 사람이라서 그런가 활동에 영어가 많음...;;;; ㅎㅎㅎㅎ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특별 기금마련 콘서트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자리를 빛내주셔서 뜨끈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시고 멋진 라이브 음악도 즐겨보세요. 콘서트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과 그들의 투쟁을 알리는 자리가 될 …

[일본] 산타 클로스는 소다스트림 판매에 반대해~

| 국제
  2013-01-29 16414

영자막이지만^^;; 팔레스타인평화연대와 우애로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작년 크리스마스에 했던 액션이에요. 디게 재밌습니다 ㅎㅎ 소다스트림에 대해서는 작년에 발표한 팔연대 보고서(다운받기 클릭)에서도 언급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팔고 있거든요) 소다스…

일본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는 모임'의 활동가 야쿠시게 요시히로씨가 말하는 일본의 BDS 캠페인

| 만남
  • file
섬네일 2012-10-04 20519

* BDS란 이스라엘을 보이콧Boycott, 투자 철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s하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장내도록 압박하는 운동 전술입니당. 2012년 9월 14일에 한국^^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사무실에 가진 간담회에서 야쿠시게 요시히로씨와 나눈 내용을 대충 정리해 보았습니다 -ㅅ- 야쿠시게 씨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에서 오렌지를 따는 팔레스타인 노동자.

| 현지에서 1
  • file
섬네일 2012-02-06 12487

팔레스타인에 사는 아흐메드(54세, 가명)는 요즘 이스라엘에 가서 오렌지를 수확하고 있다. 이 동네 오렌지 수확 시즌은 겨울, 4개월 동안이다. 아흐메드의 집 바로 앞에는 부인과 둘이서 일하고 경영하는 단촐한 재봉공장이 있다. 요즘엔 일거리가 전혀 없어서 이스라엘로 출근하게 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3차 중동 …

팔레스타인 요리! 12/16 만남의 날

| 연대행동 2
  • file
섬네일 2010-12-19 23019

이 날의 셰프는 이치! 이치의 요리들~~에 더해 올리브 피클과 오렌지 렌즈 콩 스프는 아만다의 작품이었습니당~ 이 날의 모든 요리는 완전한 채식 요리들!!  행사 장소가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 나왔지만.. 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진짜 참가자 모두 입을 모아 혀를 내두름< ㅋㅋㅋㅋ 마끌로바:Makl…

올리브가 내 눈에 들어왔다 - 12/16 만남의 날 발표 자료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10-12-19 18699

올리브 수확의 의미 올리브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의미한다. 그들이 살아가는 땅에서 잘 자라고 그들의 역사만큼 오랫동안 땅을 지키고 살아온 올리브 나무. 올리브 나무는 상대적으로 물이 부족하고 기후가 좋지 않아도 잘 자라며,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농부들은 말한다. 올리브 농장이 없는 가정도…

STOP 무지! 일본, 오사카

| 국제 1
섬네일 2010-09-28 17586

http://palestine-forum.org/muji/repo01.html 9월 5일에 있었던 일본에서의 캠페인입니당. 원문 링크는 위에 보시고, 그냥 급한데로 구글 번역기 돌린 결과를 올려보겠습니당.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무인양품 오사카 난바 점) 2010 년 9 월 5 일 오사카 남바 관서에 거주하는 시민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의 …

[펌]발광축제즉흥연주꽐라파티댄스폭발

| 거리에서
섬네일 2010-06-07 15919

2010/06/03 by 돕헤드 이스라엘이 또다시 학살을 저질렀다. 이번엔 '플롯틸라'라는 6대의 선박에 나눠타고 가자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러 가던 국제 평화활동가들을 배 위에서 무차별로 폭행하고 총을 쏘아 죽인 것이다. 이번 학살은 공해상에서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군수물자의 반입을 막는다는 이유를 들어 구호물…

<성명서> 가자(GAZA) 민간 구호선을 공격한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한다

| 성명 2
  2010-06-07 15432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5월 31일 새벽, 구호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을 잔인하게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9 명이 사망했고 5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무장한 군인들과 군헬기를 동원해 잔인하게 학살하고 폭력적으로 공격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비무장’의 민간인들이었다. 여기에는 42개…

재현고 학생들과의 만남

| 만남 2
  • file
섬네일 2010-03-22 14728

재현고에서 특별활동(?)으로 팔레스타인을 알아보러 출동한 네 명의 학생들과 격주 토요일, 함께 팔레스타인을 탐구하기로 했습니다. 님들하 반가워요!!!! 첫 모임인 만큼 많은 멤버가 나와서 학생들을 환영하고자 하였으나 아시다시피 멤버가 몇 명 없는 관계로..() ㅋㅋ 레크레이션 강사 뺨치는 알리아의 사회로 처음 만난 …

대 이스라엘 투쟁 - 이치무라 씨와의 간담회(20100311)

| 만남 5
  2010-03-12 14702

일본에서 운동하다 한국어 공부차 한국에 유학 오신 이치무라님과 일본에서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이스라엘과의 관계 맺는 방식 등 운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와주셔서 감사! 돌아가며 인사- -이치무라씨의 말씀 듣기- 현미씨 : 일본 운동 상황을 전혀 모르니까 우선 말씀을 듣고, 후에 질문답변…

(국내연대) 2월 7일(일) '팔레스타인 여행 이야기'를 다녀와서

| 만남 1
섬네일 2010-02-08 12581

지난 7일(일),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와 평화바닥에서 주최한 <하난(공감) 2월 마당>에 다녀왔습니다. 주제가 "팔레스타인 여행 이야기" 였거든요. 팔연대 회원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온 후인 12월에 다녀오신 분들이라 팔레스타인의 최근 상황을 보고 듣고 싶었습니다. 서너분의 회원님들께서도 참석하셨는데 참석하지 못한 분…

가자 침공 1주년, 이스라엘 규탄 기자회견 & 퍼포먼스 _20091227

| 거리에서 1 6
  • file
섬네일 2009-12-28 19346

연합뉴스에서 찍어간 것을 퍼왔습니다만 우리들 자신이 초상권자이므로 설마 소송은 안 되겠죠 ㄷㄷ 병구씨 ㅋㅋ 기자회견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대학생이 보내온 편지(클릭) 낭독과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는 현미씨가 울먹이며 발언하셨습니다. 내용 올려 주세요 'ㅅ' 이스라엘 국가 때려잡는 퍼포먼…

만화가 원혜진 님과 만남_091218

| 만남 4
  • file
섬네일 2009-12-19 15405

만화가 원혜진 선생님과, 출판사 <여우고개> 대표님(?)과 만났어요 'ㅅ' 원혜진 선생님은 팔레스타인의 고대사부터 2009년(어쩌면 2010년)까지의 역사를 두 권의 만화책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만화의 원고를 팔연대 회원들과 함께 읽고 얘기해보고 싶어하셔서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었지욥. 만나고 나서야 선생님…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와 다르지 않다(20080626)

| 만남 1
  • file
섬네일 2009-10-22 12274

지 난 2008년 6월26일에는 12번째 이라크/중동 연대사랑방이 있었습니다. ‘이라크/중동 연대사랑방’은 말 그대로 전쟁이나 점령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라크/중동 지역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한번씩 주제를 바꿔 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날 모임에는 …

아부 마흐무드

| 현지에서
  • file
섬네일 2009-08-20 9438

사비르 열매가 잔뜩 매달린 가시 선인장 “반다, 어제 왜 우리 집에 안 왔니? 우린 완전히 화났었어. 너를 위해 어제 생선을 사러 갔다 왔단 말이야.“ 나와 미니는 파르하에서 열린 ‘인터네셔널 유스 페스티벌’에 다녀오느라 지금 머물고 있는 델 룩손을 떠나 1박2일 파르하에서 머물렀다고 서둘러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주…

Board Links

Page Navigation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