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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서울인권영화제, 한국퀴어영화제…19개 단체 ‘BDS운동’ 동참

<보도자료>

 

<서울인권영화제, 한국퀴어영화제19개 단체 ‘BDS운동동참>

 

서울인권영화제와 19개 국내·외 영화제, 인권·문화예술 단체들이 일부 이스라엘 창작물에 대해 ‘보이콧’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창작물 가운데 팔레스타인 점령 정책에 일조한 창작물들을 구매·이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이자, ‘BDS운동’에 대한 연대 행동이다.

 

BDS운동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폭력과 차별에 저항하는 움직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운동은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가 전 세계에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Boycott), 투자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s)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현재까지 각국의 운동단체, 교육기관, 정부기관 사이로 꾸준히 퍼지며 구체적인 성과를 거둬왔다.

 

1. BDS운동 연대 시작: 21회 서울인권영화제의 이스라엘 작품 상영 취소

 

BDS운동을 지지하며 국내·외 여러 단체들에 연대를 요청해 온 서울인권영화제(이하 영화제)는 지난 3월,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작품 상영을 취소한 바 있다. 상영이 취소된 작품 <제3의 성(Third Person)>(2015)은 성소수자인 인터섹스(intersex) 당사자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이 작품은 올해 21회 영화제의 상영작으로 내정돼 있었다.

 

하지만 ‘인권 영화’라는 미명과 달리, 해당 다큐멘터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관련된 기관으로부터 제작을 지원받은 작품으로 확인됐다. 내셔널 로터리(National Lottery), 코프로(CoPro) 재단, 게셔(Gesher) 재단 등 이스라엘 정부의 외교·문화·군사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관들이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 지원처로 밝혀진 것이다.

 

2. 상영 취소 이유: 팔레스타인의 BDS운동 요청과 그에 대한 응답

 

이에 영화제는 BDS운동의 학술·문화 분야를 아우르는 ‘이스라엘 학술·문화 보이콧을 위한 팔레스타인 캠페인(Palestinian Campaign for the Academic and Cultural Boycott of Israel·PACBI)’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제3의 성(Third Person)>의 상영 계획을 취소했다. 팔레스타인 점령과 관련 있는 이스라엘의 창작물 또한,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차별에 공모한다는 판단에서다.

 

영화제는 <제3의 성(Third Person)>의 배급사 고투필름(Go 2 Films)에 상영 취소 의견을 전달하며 “서울인권영화제는 영화제일 뿐 아니라 인권운동 단체로, BDS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3월 31일 전달했다.

 

3. <3의 성(Third Person)> 측과 이스라엘 대사관의 반응

 

그런데 <제3의 성(Third Person)> 측에 상영 취소 결정을 통보하자, 이 다큐멘터리의 배급사와 제작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하 대사관)은 영화제에 압력을 행사해왔다. 배급사와 제작사, 대사관은 영화제의 상영 취소 결정이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처사라고 일제히 비난하기도 했다.

 

배급사와 제작사는 “상영 취소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영화제에 수차례 전달했다. 배급사는 이메일을 통해 여성·성소수자의 인권이 열악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것은 성소수자나 여성의 인권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사관은 전화와 이메일 등 가능한 연락수단을 동원해 결정 재고를 요구하고, 공관차석과의 미팅까지 제안하는 등 상영 취소 철회에 열을 올렸다. 대사관은 “BDS운동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 분리)보다 더 심한 범죄 행위”라고 보도한 외신기사를 첨부해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4. 이스라엘의 핑크워싱과 그 문제점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대사관이 한목소리로 낸 비난을 들으며, 영화제는 <제3의 성(Third Person)>의 상영 여부가 제작·배급사의 이윤 문제를 넘어선다고 여겼다. 또한 이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온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일련의 과정과 이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방식 등을 고려하면 이는 ‘핑크워싱(Pinkwashing)’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핑크워싱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색 ‘핑크(Pink·분홍)’와 연막 치는 행위를 뜻하는 ‘화이트 워싱(Whitewahing)’을 조합한 말로, 성소수자에 친화적인 이미지를 마케팅이나 정치에 악용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이러한 대외정책에는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직접 동원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라고 선전하며 ‘문화 다양성을 장려하는 나라’로 국가 이미지를 포장해왔다. 이러한 이미지를 퍼뜨리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적지 않은 국가 재정을 지출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이스라엘 관광부는 핑크워싱을 위한 대외 홍보비로만 29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지원하는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비용이다.

 

이와 같이 핑크워싱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대외활동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군사 점령하고 차별하는 지점을 흐리게 만든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성소수자 인권과 이스라엘의 성소수자 인권을 분리하며, 팔레스타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부각시킨다. 결국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은 점령국의 불법적·비인도적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허울 좋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한 것이다.

 

5. 국내외 모든 영화제에 BDS운동 동참 요청

 

이에 따라 영화제를 비롯한 19개 단체는 BDS운동에 연대하며,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제는 19개 단체로부터 연명을 요청해 연대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영화제를 비롯한 19개 단체는 BDS운동에 연대하며 다음과 같은 약속을 공유했다.

 

▲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정책에 기여하지 않는다.

▲ 영화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스라엘의 공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 또는 추천을 받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

▲ 이스라엘 공공기관 또는 이스라엘에 공모하는 기관의 후원은 받지 않는다.

▲ 국제법에 명시된 피점령국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균형과 동가라는 잘못된 전제에 근거해 이 둘이 ‘분쟁’에 똑같은 책임을 지닌다고 가정하는 모든 문화예술 활동, 프로젝트, 행사, 생산물을 거부한다.

▲ 한국 사회에 BDS운동의 가치를 알리고 연대를 확장하는 데 함께한다.

 

위 약속은 이스라엘이 △모든 아랍 땅에 대한 점령과 식민화를 끝내고 ‘분리장벽’을 해체하고,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권을 존중하며 △UN 결의안 194에 따라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과 재산권을 존중·보호·촉진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영화제를 비롯한 19개 단체 국내외의 모든 영화제가 BDS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이 운동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이는 전 세계에 BDS운동을 요청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응답이면서, 인권운동 진영 및 문화예술 분야에 이스라엘의 점령과 인종차별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를 막아내기 위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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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 1> BDS(Boycott, Divestment, Sanctions·보이콧, 투자철회, 제재)운동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서안지구, 가자지구)와 예루살렘을 무단점령해 군사통치와 식민화를 시작한 이래로 지금껏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삶의 터전, 가족, 친구, 그리고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19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팔레스타인 BDS 민족위원회(Palestinian BDS National Committee)’를 발족해 BDS운동이라는 새로운 저항의 시작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권을 존중할 때까지 이스라엘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를 위한 행동을 조직해줄 것을 전 세계 시민사회에 요청한 것이 그 내용이다. 이 요청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반식민주의와 비폭력의 가치를 지키면서 이스라엘에 직접 행동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연대와 진보의 틀을 제공했다.

 

<별첨 2> 이스라엘 학술·문화 보이콧을 위한 팔레스타인 캠페인(Palestinian Campaign for the Academic and Cultural Boycott of Israel·PACBI)

 

▲ 가장 중요한 일반 원칙은, 그렇지 않다고 판명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데 이스라엘 문화 기관들이 공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 양상은 침묵하는 것에서부터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및 인권 침해를 정당화·은폐 또는 그 사실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데 적극 가담하는 것까지에 걸쳐 있다.

 

▲ 이스라엘 공공 기관에서 위탁한 생산물, 혹은 ‘브랜드 이스라엘(Brand Israel·점령 은폐를 위한 이스라엘 정부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캠페인)’ 및 그와 유사한 프로파간다에 봉사하는 비(非)이스라엘 기관이 의뢰한 문화 생산물은 보이콧 대상이다.

 

▲ 이스라엘 공공기관 또는 이스라엘 공모 기관의 후원을 받은 문화 행사∙활동은 보이콧 대상이다.

 

▲ 이스라엘 국가, 이스라엘 공모 기관, 이스라엘 관련 로비 단체의 기금을 받은 진실규명사절단과 연구순방은 보이콧 대상이다.

 

*전문 링크

(한글 번역)http://pal.or.kr/wp/?page_id=406

(영문 원문)http://www.pacbi.org/etemplate.php?id=1047

 

<별첨 3> 공동성명서

 

[공동성명서]

서울인권영화제의 <3의 성(Third Person)>(2015) 작품 상영 취소와 함께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BDS운동을 선언합니다

 

1. 21회 서울인권영화제의 <3의 성(Third Person)>(2015) 작품 상영 취소

 

2016년 3월 31일, 서울인권영화제는 ‘인터섹슈얼(intersexual)’을 소재로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제3의 성(Third Person)>(2015)을 21회 서울인권영화제 상영작으로 기정한 계획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이 결정은 이스라엘 영화 한 편에 대한 단순한 거절이나 거부가 아닙니다. 이 결정은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점령과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이고, 점령과 차별에 공모하는 문화 창작물에 대한 우리의 보이콧 행동을 촉발하게 된 계기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제3의 성(Third Person)>의 상영 취소를 결정한 이유는 이 영화의 제작·배급에 대한 다음의 사실들이 그대로 말해줍니다. <제3의 성(Third Person)>은 이스라엘 정부의 외교·문화·군사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National Lottery, CoPro 재단, Gesher 재단의 지원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National Lottery는 이스라엘 정부가 관할하는 복권 사업 기관이며, CoPro 재단은 이스라엘 외교부의 보조금으로 자국 영화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영화제작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Gesher 재단은 “유대주의 비전” 아래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이자 민주 국가”로 홍보한다는 사업 목표를 홈페이지에 명시할 정도로 현재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넘는 비유대계 사람들에 대한 차별 노선을 당당히 밝히는 기관입니다. 이 기관은 이스라엘 군(IDF)에 장교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상의 사실에 기초해 서울인권영화제는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 결정이 점령국이자 인종차별 국가인 이스라엘을 보이콧하는 행동의 일환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2. 상영 취소 이유: 팔레스타인의 BDS운동 요청과 그에 대한 응답

 

서울인권영화제의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 결정은 이스라엘을 반대하고 압박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조직된 BDS(Boycott·Divestment·Sanctions, 보이콧·투자철회·제재) 운동에 대한 연대 행동이기도 합니다.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서안지구, 가자지구)와 예루살렘을 무단점령해 군사통치와 식민화를 시작한 이래로 지금껏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삶의 터전, 가족, 친구, 그리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꿈과 희망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은 한때 자살폭탄 공격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19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팔레스타인 BDS 민족위원회(Palestinian BDS National Committee)’를 발족해 BDS운동이라는 새로운 저항의 시작을 선언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에 의거해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권을 존중할 때까지 이스라엘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를 위한 행동을 조직해줄 것을 전세계 시민사회에 요청한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 요청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반식민주의와 비폭력의 가치를 지키면서 이스라엘에 직접 행동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연대와 진보의 틀을 제공했습니다.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 결정은 BDS운동 중에서도 학술·문화 분야의 보이콧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참조했습니다. ‘이스라엘 학술·문화 보이콧을 위한 팔레스타인 캠페인(Palestinian Campaign for the Academic and Cultural Boycott of Israel·PACBI)’이 오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이러합니다.

 

▲ 가장 중요한 일반 원칙은, 그렇지 않다고 판명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데 이스라엘 문화 기관들이 공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 양상은 침묵하는 것에서부터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및 인권 침해를 정당화·은폐 또는 그 사실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데 적극 가담하는 것까지에 걸쳐 있다.

 

▲ 가장 중요한 일반 원칙은, 그렇지 않다고 판명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데 이스라엘 문화 기관들이 공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 양상은 침묵하는 것에서부터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및 인권 침해를 정당화·은폐 또는 그 사실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데 적극 가담하는 것까지에 걸쳐 있다.

 

▲ 이스라엘 공공 기관에서 위탁한 생산물, 혹은 ‘브랜드 이스라엘(Brand Israel·점령 은폐를 위한 이스라엘 정부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캠페인)’ 및 그와 유사한 프로파간다에 봉사하는 비(非)이스라엘 기관이 의뢰한 문화 생산물은 보이콧 대상이다.

 

▲ 이스라엘 공공기관 또는 이스라엘 공모 기관의 후원을 받은 문화 행사∙활동은 보이콧 대상이다.

 

▲ 이스라엘 국가, 이스라엘 공모 기관, 이스라엘 관련 로비 단체의 기금을 받은 진실규명사절단과 연구순방은 보이콧 대상이다.

 

(전문 링크: http://www.pacbi.org/etemplate.php?id=1047)

 

위 내용에 따르면 <제3의 성(Third Person)>은 보이콧 대상 조건에 완전히 부합합니다.

 

3. <3의 성(Third Person)> 측과 이스라엘 대사관의 반응

 

서울인권영화제가 <제3의 성(Third Person)> 측에 상영 취소 결정을 통보하자마자 이 영화의 배급사와 제작사는BDS운동에 대한 비난·폄훼와 함께 영화제의 상영 취소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수차례 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급사 담당자는 “팔레스타인이 여성, 퀴어, 민주주의를 어떻게 다루는지 아느냐”고 물으며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것은 퀴어나 여성 인권에 반하는 행위라고 이메일에 적기도 했습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도 영화제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대사관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결정 재고를 요구했고 공관차석과의 미팅도 제안했습니다. 4월 11일 발송한 이메일에서는 “BDS는 아파르트헤이트보다 더 심한 범죄 행위”라고 명시된 영문기사를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제3의 성(Third Person)>을 상영작으로 선정한 시점에도 대사관은 서울인권영화제의 계획에 없는 감독 초청 행사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배급사, 제작사 그리고 대사관이 영화 한 편의 해외상영을 성사시키고자 이처럼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한 편을 상영하지 않겠단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독해되고 힐난되는 이 상황은 해당 영화를 반드시 상영해야만 하는 이유가 따로 있음을 예상하게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퀴어 인권에 대한 영화를 적극적으로 상영하는 것이 제작사나 배급사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점령과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4. 이스라엘의 핑크워싱과 그 문제점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은 문화 다양성을 장려하는 민주 국가’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퍼트리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대외정책엔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직접 동원됩니다. 성소수자와 관련된 자국 영화를 해당 나라 영화제들에 추천하면서 이스라엘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중동의 유일한 나라라는 국가 이미지를 꾸미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핑크워싱’으로 불리는 이러한 대외 활동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점령하고 차별하는 지점들을 흐리게 합니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성소수자 인권과 이스라엘의 성소수자 인권을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팔레스타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더욱 부각시키는 행태입니다. 즉 ‘핑크워싱’은 점령국의 불법적·비인도적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이스라엘의 허울이자 프로파간다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사회가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데 선진적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다음의 간단한 사실로 답하겠습니다. 이스라엘 관광부는 자국 LGBTQ 커뮤니티에 지원하는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290만 달러를 ‘핑크워싱’을 위한 대외 홍보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성을 장려하는 핑크빛 국가’라는 이미지가 이스라엘에 얼마나 중요하고 또 절박한지를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의 LGBTQ 커뮤니티에서도 자국 정부가 자신들의 존재를 점령과 인종차별에 이용하는 현실을 꿰뚫어 보고 ‘핑크워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참고기사: http://972mag.com/did-the-israeli-government-just-admit-to-pinkwashing/119691)

아울러 이스라엘 사회가 설사 팔레스타인 사회보다 성소수자와 여성의 권리를 중시하고 그와 관련해 더 좋은 영화를 배출한다고 하더라도 점령국의 위치에 있는 이스라엘은 피점령지인 팔레스타인 내부의 인권 실태를 비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한 비판 시도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사회와 정치 현실을 스스로 논쟁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한 현실을 재차 정당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5. 이스라엘식 표현의 자유와 그 문제점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가 ‘아파르트헤이트보다 더 심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당당한 발언은 BDS운동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반적인 이스라엘 옹호 주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비판해야 할 이유를 제공합니다. 성소수자와 여성을 대상으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불거진 혐오 표현 사례들이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한층 정교화하고 재구성할 필요를 알렸듯이 말입니다.

먼저 강조할 점은, 문화예술 분야의 BDS운동이 창작자 개인의 정체성(시민권, 인종, 젠더, 종교 등)에 근거하는 보이콧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창작자 개인의 성취와 자질뿐 아니라 창작물 자체의 예술적 가치 또한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BDS운동은 단순히 몇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보이콧이 아닙니다. 창작자 개인이나 창작물 자체의 내용이 아닌 그 창작물이 생산되고 지원·지지를 받는 권력 구조에 대한 반발이며, 그것에 주목하자는 의지의 요청입니다. 아무리 허울 좋은 작품이라도, 그것의 제작과 배포가 결과적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는 권력에게 이로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지고 그것에 공모한다면, 내용에 앞서 그 구조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대자본을 벗어난 창작 활동이 점차 어려워지는 요즘의 현실에서는 특히 어떠한 자본이 그 구조 안에 들어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제3의 성(Third Person)>을 상영 취소하기 위해 제작에 들어간 지원금 출처에 주목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자본 권력은 문화 창작물의 제작·배급 과정에 매우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는 문화 기획의 주요 실행자로서 그동안 한국의 몇몇 영화제들에 이스라엘 영화 추천 목록을 보내고 행사 진행을 위한 비용 부담까지 약속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안에서는 어떨까요? 창작 및 해외행사 참여 비용을 외교부의 지원 사업으로 충당하려는 이스라엘의 예술가, 작가, 문화 노동자들은 지원금 수급과 함께 자신이 “문화예술을 통해 이스라엘의 긍정적인 이미지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포함해 이스라엘 정책상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기대 역할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부단하게 최상의 직업 서비스를 외교부에 제공할 것”을 서약하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이상의 현실에서 BDS운동, 그리고 서울인권영화제의 <제3의 성(Third Person)> 상영 취소 결정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 차별, 박탈에 비폭력적으로 대항하기 위한 운동의 방법론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는 연대의 기회입니다.

지금껏 서울인권영화제는 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일절 받지 않는다는 활동 원칙을 고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고 증진하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러한 자부심은 점령과 인종차별을 정당화·은폐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표현의 자유’ 개념을 멋대로 가져다 쓰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좌시할 수 없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입니다. <제3의 성(Third Person)> 측과 이스라엘 대사관이 수차례 접촉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인권영화제를 설득하거나 협박하지 못한 것도 서울인권영화제가 지켜온 ‘표현의 자유’를 와해시키기엔 그들이 표방하는 ‘표현의 자유’가 단지 거대한 폭력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온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6. 우리의 약속과 연대 요청

 

이스라엘식 ‘표현의 자유’에 반대하며, 서울인권영화제의 이번 <제3의 성(Third Person)> 보이콧을 시작으로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BDS운동 요청에 응답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다음을 약속합니다.

 

▲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영화제·문화제에 대한 지원과 개입을 통해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정책에 기여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영화 자체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스라엘의 공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 또는 추천을 받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습니다.

 

▲ 우리는 이스라엘 공공기관 또는 이스라엘에 공모하는 기관의 후원을 받지 않겠습니다.

 

▲ 우리는 국제법에 명시된 피점령국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균형과 동가라는 잘못된 전제에 근거해 이 둘이 ‘분쟁’에 똑같은 책임을 지닌다고 가정하는 모든 문화예술 활동, 프로젝트, 행사, 생산물을 거부하겠습니다.

 

▲ 우리는 한국 사회에 BDS운동의 가치를 알리고 연대를 확장하는 데 함께하겠습니다.

 

위의 약속은 우리가 호응한 팔레스타인인들의 BDS운동 선언이 이스라엘에 촉구한 다음의 내용이 실현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모든 아랍 땅에 대한 점령과 식민화를 끝내고 ‘분리장벽’을 해체할 것

▲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권을 존중할 것

▲ UN 결의안 194에 따라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과 재산권을 존중·보호·촉진할 것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국의 영화제들이 서울인권영화제가 처음 <제3의 성(Third Person)> 섭외를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이야기만을 가지고 상영 결정을 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의 이번 상영 취소가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영화를 상영하는 행위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함께 논의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영화를 선택하는 행위가 그 영화가 만들어진 구조를 승인하고, 또 그 영화의 제작자 및 제작공간의 프로파간다를 널리 배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는 한국과 해외의 모든 영화제들에 팔레스타인 시민사회가 요청한 BDS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하여 문화예술계에 이스라엘의 점령과 인종차별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들이 자라나는 것을 함께 막아낼 수 있기를 요청합니다.

 

 

2016년 7월 26일

 

서울인권영화제, 강릉인권영화제,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광주인권영화제, 인천인권영화제, 전주인권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창작집단3355, 한국퀴어영화제, FiSahara, 국제민주연대,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전북인권교육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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