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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탐욕의 건축물, 분할장벽(Wall of Separation)







포위되어 고립될 위기에 처한 팔레스틴



웨스트뱅크의 루마나(Rumana)와 움알파헴('Um al-Fahem)을 분리하는 장벽 건설이 완성된 지역, 사진=이얄 라즈(Eyal Raz), www.btselem.org

웨스트뱅크의 루마나(Rumana)와 움알파헴('Um al-Fahem)을 분리하는 장벽 건설이 완성된 지역, 사진=이얄 라즈(Eyal Raz), www.btselem.org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에서는 평화 로드맵의 실현 문제와 함께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분할장벽 설치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본 칼럼에서 7월 27일자 슈피겔 기사를 옮겨 잠시 다룬 바 있지만 현재 국제 사회의 비판이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급기야 팔레스틴 지역과 이스라엘 영역을 나누어 놓는 분할장벽의 진로를 변경하겠다고 언급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이는 '대안'을 숙고하겠다고 정부 대변인이 금요일 예루살렘에서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발표와는 상관없이 이스라엘은 지금도 여전히 분할장벽의 건설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비록 진로를 약간 변경할 지언정 결코 건설을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태도이다. 분할장벽은 현재 일부 지역에는 8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벽으로, 다른 지역에는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으로 세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에 있는 팔레스틴 대변인 압둘라 프란지는 경계선을 무장화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과 팔레스틴 국가의 생존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면서 궁지에 몰려 있는 팔레스틴의 처지를 밝혔다. 프란지는 베를리너 짜이퉁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틴인들은 점점 더 심하게 포위를 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벽의 목적은 보안이 아니라 분할



흔히 보안장벽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벽은 사실 그 건설 목적이 보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의 분할에 있다. 물론 샤론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이스라엘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자살 공격을 막으려 한다고 우기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이스라엘은 서요르단 지역을 통과하는 분할장벽을 세움으로써 팔레스틴 지역을 영구적으로 갈라 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장벽은 소위 그린 라인(Green line)이라고 불리는 팔레스틴과 이스라엘의 중립 국경 지역이 아니라 팔레스틴 지역을 통과해 지나간다. 11,700명이 살고 있는 13개 마을이 이로 인해 다른 자치 지역과 분리될 지경에 처해 있고 장벽 동쪽에 2만명 가량이 거주하는 또 다른 55개 마을은 농경지와 분리가 되어 그 지역에 사는 농민들의 생활 터전이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



칼킬리야(Qalqiliya)지역이 장벽 건설로 인해 고립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http://www.btselem.org

칼킬리야(Qalqiliya)지역이 장벽 건설로 인해 고립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www.btselem.org





분할장벽이 내포하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란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바 있듯이, 이스라엘 당국은 농경지가 분리된 지역에서는 '특별 허가증'(special permits)을 발급해서 해당 농민들이 그 장벽을 통과할 수 있게 해서 손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스라엘의 눈가리고 아웅하기 작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선 장벽이 이스라엘 땅도 아니고 팔레스틴 땅을 지나가고 있는 처지에서 장벽을 오갈 수 있는 이스라엘이 '허가증'을 발급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그 땅의 통제권을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의 팔레스틴인들이 모두 이스라엘의 보안 체제 아래로 들어가게 되고, 이로써 팔레스틴의 순수 자치권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팔레스틴인이 팔레스틴 땅에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는 오로지 팔레스틴인이 가진 고유의 권리가 아닌가?



고립될 팔레스틴인의 고통스런 운명



또 설령 허가증을 받는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팔레스틴 대변인도 지적했듯이 허가증이 모든 팔레스틴 주민들에게 발급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이스라엘은 이런 저런 보안의 문제를 내세우면서 장벽 이쪽으로 통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를 제한할 것이다. 이때 농경지의 출입이 힘들다는 점 외에도 문제는 또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병원과 학교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장벽이 세워지면 툴캄(Tulkarm)과 칼킬리야(Qalqiliya)와 같은 일부 웨스트뱅크는 철조망 내지는 장벽에 갖혀 완전히 고립되기 때문에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다른 지역의 대형 병원으로는 다닐 수 없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 급한 질병이나 중병이 들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철조망에 갖혀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들 중 많은 수는 그 마을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니 이 장벽은 자칫 마을 소학교의 교육을 고사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행한 이스라엘의 혹독한 대팔레스틴 정책을 고려한다면 장벽을 세운 이후에도 탱크와 전투기를 이끌고 팔레스틴 영토를 침범하고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또한 없다. 만약 장벽 건설 이후에도 이스라엘 영토에서 자살공격이 계속될 경우 자칫 그 철조망은 오히려 팔레스틴인에게는 도살장의 우리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라말라와 가자 지구를 떠올려 보라. 무장한 군인들이 민간인 가옥을 강제로 수색하거나 용의자의 몸을 수색할 때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그대로 총을 쏘아댔다. 예닌 난민촌에서는 400명 내지 600명의 팔레스틴인들이 한꺼번에 몰살당한 적도 있다. 그리고 그때 공격을 명령한 사람은 샤론이었고 지금도 그는 같은 자리에 앉아있다.



분할장벽 지도: 툴캄(Tulkarm) 및 칼킬리야(Qalqiliya) 포위 작전과 예루살렘 사수 작전, 사진=http://www.btselem.org

분할장벽 지도: 툴캄(Tulkarm) 및 칼킬리야(Qalqiliya) 포위 작전과 예루살렘 사수 작전, 사진=www.btselem.org





과연 이스라엘의 노림수는?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이미 작년 6월부터 웨스트뱅크 전체를 이 장벽으로 둘러치면서 이스라엘 지역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팔레스틴 땅과 분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총 600킬로미터의 길이 가운데 145킬로미터 정도가 이미 완공되었는데, 건설 비용은 1킬로미터당 대략 2백만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우리나라 금액으로 환산하면 8월 10일 현재 기준으로 대략 27억원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장벽 건설에 투입된 돈만 따진다 해도 무려 2억 9천 유로, 즉 3,815억에 이르고 있다. 출자 금액이 여기까지 진행이 되었다면 아무리 인권운동가들이나 국제사회에서 분할장벽 건설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어도 그 계획을 취소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경제 논리가 인권 논리보다 상위에 위치해 있는 기괴한 현실이 팔레스틴인들을 빠져나올 수 없는 운명처럼 옥죄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국제사회의 비난을 들어가며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며 장벽을 설치하는 이스라엘의 노림수는 어디에 있는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스라엘 정부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보안 문제는 이 장벽을 설치함으로 얻는 부가적인 산물일 뿐이다. 장벽을 이용해서 팔레스틴 땅을 분할하고 고립시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득은 무엇보다 땅의 확보와 확장이다.



샤론 정부는 의도적으로 팔레스틴 땅을 통과해서 장벽을 세움으로써 장벽 서쪽에 있는 팔레스틴의 영토를 확보하고자 하는 속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장벽이 장기화되면 본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의 영토를 나누었던 그린 라인(green line)은 흐지부지해질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읽기다. 게다가 해당 주민들의 불편이 극에 달하면 결국 불편함을 감당치 못한 팔레스틴이 고립된 지역을 이스라엘에 합병시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의 북쪽과 남쪽에도 길게 장벽을 구획했는데 이것은 예루살렘 사수의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분할장벽을 둘러싼 이 모든 형국을 보면 거의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팔레스틴은 과연 이스라엘의 장벽 건설을 그저 보고만 있을까? 그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이것이 근동 평화에 미칠 악영향의 파장은 그 장벽의 단단함 만큼이나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저울의 추는 점점 이스라엘쪽으로 기울고 있고 팔레스틴 자신의 힘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애석하게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새만금에 갖혀 꼼짝없이 죽게 된 수많은 바다 생물들의 운명과 팔레스틴인의 운명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너무나도 심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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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tworker 2003.08.11 03:36
    아래글과 이 글은 진보누리 사이트에서 외신을 번역해주시는 한누리빛님이 작성하신 것입니다. 연락처를 알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메일 주소조차 적혀있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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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con 2003.08.11 11:36
    헛.. 저보다 빨리 퍼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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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con 2003.08.11 12:05
    네트워커/그나저나 한누리빛님 연락처를 알아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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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누리빛 2003.08.13 08:35
    제 글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팔레스타인 지원 연대의 활동이 열매맺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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