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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하마스 간부 UAE 호텔서 피살… 현지 경찰은 모사드 소행 추정

ㆍ살해엔 불과 10분 소요… 첩보영화 방불


지난달 팔레스타인 저항조직 하마스 간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고급 호텔에서 피살됐다. 두바이 경찰 조사 결과 유럽 국적을 지닌 11명의 ‘다국적 암살공격단’이 범인으로 밝혀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암살공격을 의심하고 있다.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공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마스 지도자 마흐무드 알 마부흐를 살해한 암살단 11명의 여권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했다.

이들이 두바이에 입국한 것은 지난달 19일. 알 마부흐는 그 무렵 두바이공항 부근 호텔에 묵고 있었다. 영국인 6명, 아일랜드인 3명, 프랑스·독일인 1명씩으로 구성된 암살단은 각기 다른 비행편으로 두바이에 들어왔다. 여성도 1명 포함된 암살단은 가발과 모자, 선글라스로 위장하거나 테니스 라켓을 들고 관광객인 척했다. 모두 현금만 썼고 각기 다른 호텔에 묵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요금카드를 집어넣는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사건 당일인 20일 염탐조가 알 마부흐의 외출을 확인하자, 살해조 4명이 전자장치로 문을 열고 들어가 숨었다. 알 마부흐는 몇 시간 뒤 아무것도 모른 채 객실 문을 잠그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살해에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암살단은 즉시 아시아와 유럽으로 도주했다. 두바이 체류기간은 기껏 20시간 안팎이었다. 조사 결과 이들의 여권은 가짜가 아니었다.

타밈 청장은 “알 마부흐는 마취제에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사인은 정밀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국가가 암살을 지시했을 수 있다”며 “여러 나라에서 암살을 저질러온 이스라엘 모사드가 범행의 배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표적살해라 단언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표적살해는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대개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정보기구 신베트가 팔레스타인 내 하마스 지도자들의 위치를 알려주면 이스라엘군이 아파치 헬기나 F16 전투기로 미사일 폭격을 한다. 군사작전이 부담스럽거나 목표물이 외국에 있을 때에는 저격수 등 암살단을 보낸다.

표적살해가 본격화된 것은 1972년 뮌헨올림픽 테러공격 주범인 ‘검은 9월단’ 멤버들을 살해하기 위한 ‘신의 분노 작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어린이 7명 등 민간인 14명을 숨지게 한 하마스 지도자 살라흐 셰하데 암살은 이스라엘의 표적살해 만행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됐다.

국제법상 금지된 표적살해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반발이 많다. 2003년 이스라엘군 파일럿 30여명이 단 할루츠 공군 참모총장에게 “팔레스타인 인구밀집 지역 내 목표물을 공격하라는 명령은 거부하겠다”는 공개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2006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표적살해는 테러에 맞서는 정당한 방어수단”이라며 군의 손을 들어줬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