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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이스라엘의 가자공격 관련하여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가자에 관해 전반적으로 쓴 글입니다. 해당 글은 천주교 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 199호에 실렸습니다.



살람과 샬롬 두 평화인사속 재앙



2012년 11월 14일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 군 최고지도자 아흐마드 알 자바리가 타고 있던 차량에 미사일을 발사해 그를 표적 암살했다. 이후 하마스의 보복성 로켓포 공격이 뒤따랐고, 마침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이스라엘은 8일간 공해에서 가자지구에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서울 절반 정도 크기에 160만 명이 밀집해 있는 가자지구에 1500회 이상의 공격이란 이스라엘군의 주장처럼 ‘외과수술과 같은 정교함’과 거리가 먼 무자비한 난도질과 같았다. 이로 인해 민간인 110명을 포함해 170명이 사망하고 15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아이를 포함한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에선 6명이 사망했고 10명이 부상당했다. 

봉쇄된 가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지상감옥 

8일간 지속된 야만적 살육행위 끝에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평화협정에 서명하였다. 마치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양측은 2009년 행해졌던 일과 같은 수순을 밟았다. 일시적 폭력행위는 중단됐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없었고, 가자지구는 여전히 잔인한 봉쇄상태에 있다.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최종적으로 식민촌을 철수한 후 가자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치적인 정부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새로운 자치지구를 다스릴 정부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에서 하마스는 기존 정치세력인 파타당을 큰 표차로 따돌리고 집권당으로 당선되었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서안을 통치해온 파타 정부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노력은 커녕 이스라엘, 서방과 타협하고 부패나 일삼는 무능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선거를 통해 심판받았다. 반면 하마스는 1987년 창당된 이후 병원설립, 교육기회 제공 등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꾸준히 다양한 방법으로 민중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독립을 위한 방법론으로서 대이스라엘 ‘무장투쟁’을 고수해왔고 이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하마스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가자지구를 통치할 집권당으로 선출된 후 이스라엘과 미국은 적잖이 당황했다.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테러지원 지역으로 규정하고 가자지구로 통하는 모든 육, 해로를 봉쇄했다. 가자를, 하마스를 서서히 말려 죽이겠다는 의도였다. 

사면이 모두 봉쇄된 이후 가자 주민들의 삶은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피폐해져 갔다. 식량, 의약품 등 생존에 필수적인 모든 물자의 이동이 전면 차단되거나 통제됐다. 식량과 연료는 늘 부족했고 기초적인 의약품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죽어나갔다. 식수원 등을 차단해 많은 지역의 수돗물에 바닷물이 섞여 나왔고 전기는 제한적으로만 공급됐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있긴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하마스는 국민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이런 봉쇄를 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해왔다. 그 중 하나가 로켓포를 날리는 무력시위였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국경 밖으로 5-10km를 타격할 수 있는 RPG 로켓탄을 쏘았다. 하마스가 가진 로켓탄은 대부분 조악한 자체생산품들이어서 정밀도가 매우 낮아 이스라엘 남부의 사막 등에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자위권’이란 명분으로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대부분의 폭격은 로켓의 원점뿐 아니라 많은 민간시설을 대상으로 했고 대부분의 경우 민간인이 희생됐다. 이런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격 외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 인사들에 대해 꾸준히 표적암살을 해왔다. 2004년 하마스의 종교적 정신적 지도자인 아흐메드 야신을 폭격해 암살했으며 하마스가 가자의 합법정부로 선출된 이후 갖은 방법을 통해 하마스 주요 인물들을 선택적으로 암살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이 암살될 때마다 로켓탄을 날리는 무력시위로 대응했고 이는 이스라엘이 또 다른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구실로 작용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던 2008년 겨울 이스라엘은 총선을 앞두고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22일간 봉쇄된 가자를 전투기를 동원해 집중적으로 폭격하고 탱크 등을 앞세워 지상군을 투입해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으로 민간인 밀집지역에 사용이 금지된 확산탄(집속탄), 백린탄 등을 사용하였고 열화우라늄탄을 이용해 1400명 이상을 살해했다. 22일간의 끔찍한 도륙이후 양측은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봉쇄는 지속되었다. 수많은 건물, 시설 등이 파괴되었지만 극히 제한된 수의 물자의 통과만이 허용되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전세계 많은 평화활동가들은 봉쇄로 고통 받는 가자지구 사람들을 위해 수차례 선박을 통해 물자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했다. 가자를 접하고 있는 지중해안은 국제법상 공해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해군은 모든 인도주의적 물자를 싣고 가자로 향하는 선박들을 나포했다. 2010년에는 인도주의적 물자공급을 위해 가자로 향하던 비무장 평화보트 ‘플로틸라’호를 공격해 탑승하고 있던 터키 활동가 9명을 무차별 살해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이런 봉쇄정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인권위원회에서 수차례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불법 봉쇄정책을 지속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가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방해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이후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정부와 하마스가 체결한 평화협정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비인간적인 봉쇄는 계속되고 있고 오로지 이집트 쪽으로만 제한적으로 긴급한 물자를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이집트 쪽에 땅굴을 파서 일부 물자를 이동시켰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런 땅굴 대다수를 파괴했다. 

희생된 가족과 친구들의 빈자리는 많은 이들을 순교자로 만들곤 한다. 

대규모 공격은 잠시 멈추었지만 가자에서의 일상은 언제나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가자 상공을 배회하는 이스라엘 무인정찰기의 윙윙거리는 소리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한밤중 의도적으로 가자지구 상공을 음속으로 저공비행해 폭음을 만드는 이스라엘의 전투기는 잠든 이들을 깨운다.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이스라엘의 미사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일상으로 끌어안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지속적인 폭격과 대규모 공격으로 인해 많은 어린아이들이 외상후증후군에 시달리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희생된 가족과 친구들의 빈자리는 많은 이들을 순교자로 만든다. 가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