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이 전쟁이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영/미 정부의 이라크 침략'일 뿐이며, 부시와 블레어, 고이즈미, 노무현에게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건, 어떤 나라에서 왔건 환영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무슬림 동무'를 많이 둔 사람이라도 응징을 면하지 못하리라고 거듭 경고했는데(그래서 반전시위에도 꼭꼭 참석했는데), 이제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아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번 일요? 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나라 정부는 이라크 침략을 노골적으로 지지했고, 침략인 이라크 파병을 밀고 나갔으며, 그것도 모자라 "아랍인들을 위해 이 일을 꼭 해내야 한다."는 궤변을 일삼지 않았던가요?
이 나라의 언론재벌은요? 침략군에게 맞서 싸우는 아랍인 독립군을 꼭꼭 '테러범'이라고 부르며 깎아내렸고 침략군이 '좋은 일도 한다!'고 악을 썼죠. 침략이 '해방'이라고 우겼고요.
정부와 언론의 세뇌에 넘어가고 강대국이 시키는 대로 노비처럼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이 나라의 집단 이기주의자들은 어땠습니까? 아랍인이 무조건 참아야 하며, 모든 건 피해자의 잘못(?)이고, 아랍인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침략자인 미군이 죽을 땐 머리 끝까지 화를 내지 않았나요?
이제 이 나라의 정부와 국방부가 "그래도 파병할래!"라고 외쳤고 그 모습이 - 모든 아랍인이 다 보는 - '알자지라' 방송국의 카메라에 잡혀서 온 아랍에 다 퍼졌으니, 이라크 독립군이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죠.
게다가 붙잡힌 김선일씨가 어떤 사람입니까? 폭격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에 "목회활동"을 한답시고 들어가서는(불에 기름 붓고 부채질할 일 있습니까?) "미군 군납업체"에서 미군을 돕는 일을 하다가 붙잡혔잖아요! 아랍인을 도와주겠답시고 가더니 침략자를 도와줬으니,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 나라 정부와 여당, 국방부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당장 파병을 철회하라! 그리고 김선일씨를 이라크에서 빼 내고 아랍 여러나라에 진심으로 사죄하라!"라고 요구하는 바입니다.
끝으로, 이 나라 정부와 국방부, 언론에게 한마디만 더 합시다. 깡패(미국정부)이 으르렁거리면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지당(?)하십니다.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굽실대는 당신들이, 당신과 처지가 같은 나라의 국민들이 하는 일에는 "저놈의 XX들이 어디다 대고 협박이야! 신경쓰지 말고 밀어붙여!"라고 소리지르는 현상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용감한 행동'? 아닙니다. 그런 건 학계에서 '비굴함'이나 '마름 근성(몸소 땅을 일구는 농업인에게는 악마처럼 으르렁거리면서, 지주한테는 굽실거리고 헤헤 웃는 못된 기질)'이라고 부르죠.
그렇게 '용감하다'는 말을 듣고 싶으면 당신에게 침략을 강요하는 자(미국정부)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라크 독립군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깡패 편을 안 들 테니, 제발 나를 때리진 말아다오."라고 공손하게 비십시오. 진짜 용감한 사람은 나쁜 놈에게는 대들고, 피해자에게는 공손한 사람이지, 당신들처럼 나쁜 놈이 세다고 해서 아첨하고, 피해자를 끌어내서 때리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60년대 말에 엄청난 반전 시위에 맞부닥친 미국 정부처럼, 분노한 시민들의 손에 응징당하고 사라지고 말 테니 그렇게 아십시오!
-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으며, 반전을 내걸고 파병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