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백동훈 입니다. Shanti 에요.
저는 아직 팔레스타인 라말라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ISM에서 함께 활동중이고 이번주나 다음주 내로 ISM과는 따로 활동하려고 합니다.
우선 제 이야기부터 조금 할께요.
저는 3월 부터 5월 말까지 계속 ISM 과 함께 평화활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한 활동들은
-장벽에 페인팅 하기
- 시위 주도/참가
-사진&글 작성 후 ISM 홈페이지에 올리기
-(제가 한 활동은 아니지만) 여러 국제 미디어들과 인터뷰, 팔레스타인 상황 항시 보고
-아이들 아침 등교길에 앉아 군인들 감시
-마을 돌아다니며 팔레스타인 사람들 말 벗, 친구 되기
등 3개월 동안 팔레스타인을 알아가며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5월 1일, 제가 헤브론에 거주하고 있을 적에 예루살렘에 잠시 나왔을 때 저희 숙소에 누가 들어와 제 노트북을 비롯해 총 노트북 두 대, 사진기 세 대, USB 메모리 스틱 여러 개, 아이팟 두 개를 훔쳐갔습니다. 그 주변에 돈도 많았지만 돈은 한푼도 안 가져간 것과 여러가지 주변 상황으로 보아 근처에 있는 이스라엘 군인, 경찰들의 소행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때까지 모아두었던 사진들과 글, 일기, 자료들을 모두 날렸습니다. 노트북 한 대만 믿고 아무런 대안을 마련해놓지 않은 저에게 많은 질책을 가했고 그 후론 꾸준히 메모와 사진들을 다른 곳에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일이 있어서 5월부터 지금까지 한글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이렇게 한글을 사용하게 됩니다.
ISM 에서의 활동은 팔레스타인을 처음 와본 저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개월 동안 수많은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다른 나라에서온 평화활동가들과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연대한다는 걸 조금 알게 되었고 세상의 생각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생각과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평화라는 건 아주 간단하고도 쉬운거니까요.
3개월이 다 될 무렵, 저는 이집트로 넘어갔습니다. 이집트로 넘어간 이유는 팔레스타인에 더 머물고 싶어서 였어요.
타바 국경으로(이집트-이스라엘) 가서 이집트 다합 이라는 지역에 하루 머문 후 다시 이스라엘로의 재입국을 시도했습니다.
6월 1일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넘어감, 6월 2일 다합에 하루 머뭄, 6월 3일 이스라엘로 재입국 시도.
재입국 할 때 국경경찰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제 여권 뒤에 1,2,3,9 이렇게 적힌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3에 동그라미를 칠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9는 이놈은 완벽한 테러리스트다 라는 뜻이고 3은 이놈 꽤 위험하다, 2,1 등등 위험 등급을 나타내는 스티커래요.
애초부터 이스라엘을 떠날 때 무조건 다시 돌아오겠다는 각오로(친구들이 혹시 국경에서 걸리면 몇년 동안 이스라엘에 다시 못들어 올 수 있다고 해서 짐을 모두 메고 가려고 했지만) 등에는 가방 하나만 메고 나와서 국경경찰들이 특별한 건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재입국에 성공하게 되었지요.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온 후 5월 31일, 가자 구호선 공격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던 도중 눈에 최루탄을 맞아 안구를 뽑아 낸 친구에게 갔습니다. 미국 여자 활동가이고 그림을 그리는 친구였는데 6월 4일 찾아가보니 얼굴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시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그 다음날 아버지께서 이곳에 있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으셔서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애초에 그 친구가 이스라엘로 온 것도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서였지만 이곳에 머물다보니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행을 알게 되곤 ISM과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렇게 친구를 떠나 보내고 지금까지 매우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만큼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 군인들의 억압은 더 심해졌어요. 매 시위현장마다 군인들의 숫자는 2~3배가량 늘었고 평소에 소지하지 않던 최루탄과 소리탄까지 소지하고 다니더군요.
심지어 며칠 전 이라크 버린(아마 3월 중순 즈음에 이곳에서 어린 남자아이 둘이 죽어서 올리브나무에서 누군가 ISM 기사를 번역해 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에 가는 도중에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산 중턱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7명의 무장군인들은 저와 이탈리아 활동가 친구 둘의 여권을 가져가 이것저것 적더니 우리는 저곳에 못간다고 막아세웠습니다. 우리는 어이가 없어 항의를 했지만 (처음에는 저곳에 친구가 있다고 친구 만나러 간다고 애교있게 말하기도 했지만 제가 말해놓고도 약간 우스웠습니다. 친구 이름은 무함마드라고 급히 지었지만 믿질 않더군요.)군인들은 무조건 안된다고 하였고 여권이 저들 손에 가 있고 지금 이 상태로는 무력으로도 저들을 이길 수 없었기에 결국 이라크 버린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 위에서는 우리를 바라보며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있는 팔레스타인 친구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에 더욱더 미안했고 안타까웠습니다.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를 막아세웠을까요.
이라크버린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마음이 참 착잡했습니다. 계속 저 산 꼭대기에서 우리를 보며 소리를 지르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혹여나 국제활동가들이 없는 틈을 타 저 나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더 많이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국제 구호선 사건 이후로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의 억압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특히 국제평화활동가들에 대한 감시(여권의 내역들을 모두 적어감)와 억압은 더욱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저는 연합뉴스에 뜬 올리브나무의 활동 모습을 보았고 ISM 사무실에 있을 때 영국 친구가 저를 급히 부르며 "야 한국에 이스라엘 총리 갔는데 엄청 많은 사람들이 반대 시위를 열었대" 하길래 저는 진짜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 모였는데 라고 물어보니 그 친구는 인터넷 신문의 한 기사를 클릭하더니 "아.. 그렇게 많진 않네" 하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 때 50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말을 듣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기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모여준 50명의 사람들의 행동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내 사회에서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영국 친구는 조금 실망한 듯한 얼굴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지금 한국상황에서 저정도면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거라고 그 친구를 달랬습니다.
저는 앞으로는 팔레스타인에 약 한 달간 더 머물 예정이며 조만간 ISM을 떠날 예정입니다. ISM이 제한적인 단체라는 것이 아니라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동안 팔레스타인 안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은 조금 가지게 된 저에게 ISM은 저에게 수동적일수 밖에 없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ISM을 떠나 혼자 생활하며 개인적인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요.
그동안 올리브나무에 팔레스타인 소식을 꾸준히 올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 같아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올리브나무에 이곳의 상황을 전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들어와 무슨 이야기 하나 보고 갔어요.^^)
그리고 혹시 제가 팔레스타인에 있는 동안 올리브나무 차원에서든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궁금한 것이나 확인하시고 싶은 것 등이 있으시면 이곳에 올려주시거나 제 이메일 yubi911207@naver.com 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면 제가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할 수 있음 하도록 할께요.
올리브나무에서 하는 활동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가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 지 고민도 가끔 합니다.
저는 이번주 금요일에 Bil'in에 갑니다. 토요일에는 Hebron, 일요일에는 아마 Beit Jala에 가서 시위를 함께 할 예정입니다.
이곳 인터넷 사정이 않좋아 사진을 올릴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시위의 내용과 함께 사진도 올리도록 해볼께요.
모두들 건강히 지내시고요.
2010.06.15
백동훈
Shanti
알리아
그래도 ISM과 함께 활동하면서 부상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요즘 Beit Jala에서 집회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가자구호선 공격 전에도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집회봉쇄는 악명이
높지만, 국제연대활동가에 대한 통제와 탄압도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Bil'in에서 night watch 하면서 야간보초 서는 빌라인 사람들이 빼앗긴 밤뿐만 아니라 낮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점령 아래의 삶이 어떤 것인지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돌아오기 전까지 몸조심하고요, 힘내요....!
Shanti
네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오늘은 쉐이크 자라에 가서 night watch 하는 날이에요.
Beit Jala 나 Bil'in, Hebron에는 생각이 깨어있고 진보적인 팔레스타인 친구들이 많아 그 친구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라 자신들의 생각을 잘 펼치고 있습니다. 참 보기 좋은 점은 그 지역에 있는 평화활동가 친구들 모두 기본적으로 비폭력을 외치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몸 건강히 잘 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부디 꾸준한 관심과 관심만큼 중요한 실천을 많이 보여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냐옹
동훈씨:) 잘지내고 있으신거죠.
사건 터지고 동훈씨랑 사월님이랑 걱정이 되었어요.
부디 건강히 다녀오시고,, 돌아오시면 팔연대에 한 번 들러주세요.
저희 아랍어 수업도 계속 하고 있는데.. 영 진도가;;;
어찌되었던,, 멀리서 수고가 많네염.
그럼 피쓰-!
Shanti
고맙습니다.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랑 아랍어를 제대로 배우려고요.
팔연대에는 꼭 찾아가야지요.
수고하세요^^
2010.06.17
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