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서 파헤쳐진 것이 논밭만이 아니듯
천성산에 뚤린 것이 터널만이 아니듯
새만금에서 말라 죽은 것이 백합만이 아니듯
용산에서 무너진 것은 망루만이 아니다
용산에서 불타버린 것은 망루만이 아니다.....
차마 쏟아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었는데,
딱 저기까지 쓰고 한글자도 더 쓰지 못했다. 벌써 며칠이 지났다. 아마 저 뒤는 쓰지 못할 것이다.
왜 못쓰는지 안다. 만약 평택 대추리였다면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점, 용산참사에 마음아파하고 있지만 나는 언제나 한발짝 떨어져있다.
그러니 저 뒤에 들어가야할 구체적인 이야기를 채워나갈 도리가 없다.
일주일 전부터 용산만화책 편집에 온 정신과 시간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초보편집자라서 하는 더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겁다.
맨정신으로 이 감정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 한발짝 떨어진 내 마음이 이렇다면
그날 이후로 삶이 송두리째 뒤엉키고 바뀌어버린 유가족들은 또 어떨까.
덕분에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 목소리가 완전히 가버려 회복이 안된다.
원고를 교정보기 위해 펼칠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거리두기를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원고를 보면 훌쩍훌쩍 거린다. 이젠 서로 창피하지도 않다.
하필이면 이 책이 내 첫번째 책이라서
아직 내 부족한 부분으로 책이 망가지지는 않을지 죄스러운 마음이 들지는 않을지...
정말 잘 만들고 싶다. 첫번째 책이라서가 아니라 용산 책이기 때문에...
이글에 달린 덧글 ↓
돕 2009/12/22 #
괜찮아. 용석, 넌 분명히 훌륭한 책을 만들 수 있을거야. 네가 그 책에 정성과 마음을 모두 담아낼 것이라 나는 확신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거야.
내가 매일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용산투쟁을 지지하고 따뜻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지 깨닫는 것처럼, 곧 너도 그 책을 편집하면서 느끼게 될거야.
용산에 관련된 책은(또는 다큐든 음반이든 뭐든) 저자나 편집자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땅의 양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 함께 만들고 있음을 말야. 그것은 무척 감동적인 경험이야.
내가 용산현장에 끝까지 남아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감동적인 경험들 때문이야.
한발짝 떨어져 있다고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책을 만드는 것도 매우 소중한 용산활동이고, 너는 그 일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으니 말야.
그리고 곧 너도 그 뒤를 채울 이야기들이 넘쳐서 흘러나올 때가 있을거야. 지금 한국과 같은 토건사업을 통한 성장 중심의 경제체제가 계속되는 한 말야. 그런 점에서 용산은 이미 계속 반복되어 온 국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테니까... (급우울해진다ㅠ)
출처 : http://blog.jinbo.net/stego/?pid=450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보고 완전 눈물뿜 ㅜㅜㅜㅜㅜㅜㅜ
용산에 대한 만화책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만화책도 그리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다 같이 눈물 바다로 ㄱㄱ
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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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