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컵라면을 먹고 있다.
난 가끔 아침에 컵라면을 먹는다.
왜냐하면 배가 고프고 컵라면이 그나마 싸기 때문이다.
가끔 1000원을 주고 사무실 앞에 파는 빵을 사 먹을 때도 있지만
컵라면은 450원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먹는다.
예전에는 아침을 잘 해 먹고 다녔는데 요즘은 갈수록 밥하기가 귀찮다.
특히 좀 피곤한 날은 집에 가도 밥하기도 싫고 설겆이 하기도 싫다.
그냥 손발만 대강 씻고 잔다.
그러고 난 다음날은 밥은 커녕 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한다.
그러니 밥은 더욱 멀리 있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의 반정도는 밥을 먹고 반정도는 안 먹고 집을 나선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아침밥을 먹기가 좀 그렇다.
왜냐하면 오늘 아침에는 우리 동네에서 파병철회 캠페인이 있었다.
이런 날이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집에서 나와야 되기 때문에
더 아침밥을 잘 안 먹는다.
그래서 난 오늘도 배를 채우기 위해 컵라면을 먹었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고 나면 기운이 난다 ^^
컵라면 먹고 힘내서 하루에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컴퓨터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
오늘은 홍보할꺼리가 있어서 홈페이지를 100개도 넘게 돌아 다녀야 되지 싶다.
아침에 그 일을 하고 나면 점심 시간이 될 것이다.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간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과 학살을 중단하라고 캠페인을 벌인다.
(어제 한국에 잠깐 와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만났는데 제일 섭섭했던 것은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거다. 그 사람은 다시 팔레스타인을 나오기 어려울 것이고 나는 들어가기 어렵고...)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면 난 다시 컴퓨터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컴퓨터와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깨와 손목이 아플때가 있다.
하지만 남들은 자유와 평화를 얻기 위해 삶의 많은 것을 버리고 있는데 이쯤이야.
내일 회의 준비도 하고 자료도 읽고 그럴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올 것이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난 도시락을 까 먹을 것이다.
도시락을 까 먹고 나서 나는 광화문으로 갈 것이다.
사무실이 광화문에 있어서 제일 좋은 것은 촛불집회에도 가기 좋고 이스라엘 대사관도 가기 편하다는 거다.
촛불집회가 끝나면 나는 지하철을 몸을 실을 거다.
하루 중에 출퇴근 지하철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니 지금 읽고 있는 [9월이여 오라]를 펴거나 얼마전에 산 '무기거래통제운동'에 관한 책을 펼 것이다.
물론 피곤함에 따라 어느 정도 책이 눈에 들어 올지는 그때 가 봐야 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나는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담배를 한대 필 것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별과 달과 북한산을 바라보며 담배 한대 피는 것이 나에게는 습관이자 기쁨이다.
평소에는 담배를 잘 안 피는데 자기전에 우리집 마당에서 한대씩 핀다.
(나는 마당이라고 부르는데 남들은 옥상이라고 부른다. 우리집이 옥탑이어서...)
그냥 어스름한 북한산을 바라보며 담배 한대 빨면 왠지 하루의 피곤이 풀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게 해도 별로 기분이 안 좋을 것이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죄 없는 아이들을 죽이는 전쟁이 멈추지 않으니 요즘은 계속 기분이 안 좋다.
하루에도 몇번씩 눈물이 난다.
오늘도 지하철에서 전단 나눠 드리며 울었다.
그냥 자꾸 총에 맞아 죽고 폭탄에 맞아 죽는 애들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누울 것이다.
늘 나보다 늦게 자는 친구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
그리고 나서 꿈을 꿀 것이다.
어쩌면 친구와 같은 꿈을 꿀지도 모른다.
한 20년 같이 붙어 다녔더니 이젠 같은 꿈을 꿀때도 있다.
이렇게 해서 나의 2004년 7월 6일은 지나게 될 것이다.
전쟁은 멈추지 않았지만 나는 잠에 들게 될 것이다.
전쟁으로 시작한 하루가 전쟁으로 끝이 날 것이다.
미니
아프가니스탄 갔다 왔다고.
그리고 나 지금 어디 있냐고.
팔레스타인 대신해서 이라크에 간 것은 아니냐고.
한국에 있다고 했다.
요샌 맨날 눈물이라고 했다.
머리속은 온통 '전쟁''평화'라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인도, 이라크, 팔레스타인
이들의 공통점은 수많은 사람이 전쟁과 죽음과 빈곤속에서 살아가는데
또 어떤 일들은 전쟁과 죽음과 빈곤을 이용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거다.
그냥 그렇다.
우리 사는 세상.
밍밍
그래도 끼니 잘 챙기고 다니세요.. 큰 일 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되요...
▩조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