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돌베개 출판사 인문사회팀에서 일하고 있는 편집잡니다.
올리브나무에 가입한 지는 얼마 안 됐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많지는 않겠지만
힘 닿는 데까지 미력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얼마 전에 작업한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글 올립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뭔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글논그림밭에서 나온 존 사코의 <팔레스타인>이라는 만화를 보고
분노에 치를 떨게 되었지요.
그리고 얼마 전에 저희 출판사에서 관련된 책 한권을 작업하게 되면서
좀더 관심이 커졌고요.
책의 제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입니다.
부제는 "시오니즘 지식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했나?"이고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주된 내용은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나
저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친이스라엘계 보수파들이 퍼뜨린
허위 사실들, 불순한 이미지 조작들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것입니다.
실은 우리나라에 시오니즘과 관련된 정보들이 많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라
처음엔 번역출간의 가치도 확신이 안 서고 시기가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이라크 파병 등의 현안과 맞물리면서 이 지역 문제가 더이상 우리와 무관한 문제일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결정적으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막는 다양하고 복잡한 힘과 논리의 그물망을 이만큼 선명한 기준으로 투명하게 드러내고 근본적으로 비판한 책은 또 없겠다는 판단에
출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노먼 핀켈슈타인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마이다네크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생존자인, 유대계 지식인입니다. 올해 초 한겨레신문사 출판부에서 나온 <홀로코스트 산업>도 이 사람이 쓴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쫀쫀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엄밀한 비판 속에서도 내내
(정당한) 분노가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준만 씨를 연상시키는, 분투적인 글쓰기라고나 할까요.
특히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중첩시키면서
현재 팔레스타인 갈등의 본질을 드러내는 방식도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되고요.
시오니즘이 기대고 있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문제를 초기 시오니즘 역사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규명해내는 책의 1장도 좋았고요.
오슬로협정을 아파르트헤이트 및 반투스탄화와 조목조목 비교하는 대목이나,
팔레스타인 대중들이 (다른 대안이 없기에) 공식적인 지도부보다는 무력투쟁을 지지하는 상황을
영국 위임통치 시절 시오니스트 테러리즘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부분,
또 이스라엘의 정복 논리(점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긴 합니다만)를
나치스의 동유럽 정복, 청교도들의 북아메리카 정복, 그리고 네덜란드의 아프리카 정복과 중첩시키며
이들 정복이 활용하는 이미지와 논리 들이 단어 하나까지 얼마나 똑같고 진부한가를 보여주는 부분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통상 담론 분석이라고 하면 현실과 담론 간의 복잡한 관계와
객관적 현실에의 접근 불가능성을 전제하기 마련인데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고 명확한 만큼 상식적이기도 해서 좋았습니다.
물론 핀켈슈타인 역시 현대 세계에서 다양한 윤리적 정치적 규범과 가치 기준들이 경합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리고 그도 충분히 그런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지금 우리가 다루는 이 사안만큼은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윤리와 정치 규범만으로도
충분히 시비를 가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게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핀켈슈타인이 하고 싶은 말은,
복잡한 언술, 복잡한 성찰 모두 좋지만
세계에는 여러 가지 진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또 그 모든 진실 중에 우리가 궁극의 하나를 뽑아낼 수도 없고,
누구도 그만큼 충분히 안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안에서 무엇이 정의로운 것이고 그렇지 못한가를 판단할 수 있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인 듯합니다.
그러면서 핀켈슈타인이 인용했던 히틀러의 오른팔 알베르트 슈피어의 최종 변론도
다시 한 번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듯합니다.
“내가 알았건 몰랐건 혹은 내가 얼마나 많이 알았건 얼마나 적게 알았건
그것은 내가 알았어야 하는 일의 끔찍함과 내가 조금이라도 알고 있던 것들로부터
당연히 끌어내야 할 결론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내게 질문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는 내가 변명을 늘어놓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게는 아무것도 없다. 어떠한 변명도 할 수가 없다.”
또 초기 시오니즘 운동에서 소수의 비판적 이견 그룹들의 목소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오니즘 운동이 유대인 국가의 건설을 추구하면서 영국 제국주의와 결탁하고
아랍 세계의 억압받는 민중에 대항하는 전선을 그었다고 비난했던 브리트 샬롬 편집진.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게르숌 숄렘의 말도요.
"그것(유대인만의 배타적인 국가)은 제국주의 국가와 함께 사라져버리든가
동방에서 다시 소생하는 혁명의 불구덩이 속에서 타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은 시오니즘 운동이 혁명 세력과 동일시될 수 있도록 그 기획을 재편성하는 길뿐이다.
만약 패배할 수밖에 없다면 바리케이드의 올바른 편에 서 있는 자들과 패배하는 편이 낫다."
으, 책의 내용이 워낙 여러 겹의 이야기를 전제해야 하는 까닭에
제대로 소개하기가 쉽지 않네요.
제가 이전에 썼던 보도자료를 첨부합니다.
장별 내용 소개가 약간 되어 있거든요.
책을 읽어보고 싶은 회원분들, 그리고 회원분이 아니더라고
이 게시판을 자주 보시는 분들 중에서 책을 읽고 싶은 분들은
우선은 한테 말씀하시면 책을 빌려보실 수 있고요.
(그런데 제게도 소장용 책은 한 권뿐이니 조금 기다리셔야 할지도 몰라요,)
책을 구입하고 싶으신 분들도 저한테 말씀하시면 정가의 70%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분들은 서점에서 정가에 사주시면 제일 좋고요. ^^
참, 그리고 책을 제대로 소화해서 출간을 하기에는 에너지와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100% 만족스럽게 작업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번역하신 분도 국내에 소개 안 된 책들 다 찾아보느라 고생 많이 하셨고
또 외주로 교정을 보신 분도 문장 하나하나를 일일이 원문대조 하며
3개월을 꼬박 이 책만 붙들고 고생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마지막 손질을 하는데 오류가 많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렇게 수많은 오류들을 수정하고 고생해서 책을 냈는데
보도자료 쓰면서 오역을 다시 두 군데서나 발견했어요. ㅠㅠ
혹시 책을 보시다가 오류가 보이면 주저 말고 말씀해주세요.
오늘은 이만 물러갑니다~
저는 돌베개 출판사 인문사회팀에서 일하고 있는 편집잡니다.
올리브나무에 가입한 지는 얼마 안 됐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많지는 않겠지만
힘 닿는 데까지 미력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얼마 전에 작업한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글 올립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뭔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글논그림밭에서 나온 존 사코의 <팔레스타인>이라는 만화를 보고
분노에 치를 떨게 되었지요.
그리고 얼마 전에 저희 출판사에서 관련된 책 한권을 작업하게 되면서
좀더 관심이 커졌고요.
책의 제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입니다.
부제는 "시오니즘 지식 권력은 어떻게 진실을 왜곡했나?"이고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주된 내용은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나
저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친이스라엘계 보수파들이 퍼뜨린
허위 사실들, 불순한 이미지 조작들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것입니다.
실은 우리나라에 시오니즘과 관련된 정보들이 많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라
처음엔 번역출간의 가치도 확신이 안 서고 시기가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이라크 파병 등의 현안과 맞물리면서 이 지역 문제가 더이상 우리와 무관한 문제일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결정적으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막는 다양하고 복잡한 힘과 논리의 그물망을 이만큼 선명한 기준으로 투명하게 드러내고 근본적으로 비판한 책은 또 없겠다는 판단에
출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노먼 핀켈슈타인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마이다네크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생존자인, 유대계 지식인입니다. 올해 초 한겨레신문사 출판부에서 나온 <홀로코스트 산업>도 이 사람이 쓴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쫀쫀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엄밀한 비판 속에서도 내내
(정당한) 분노가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준만 씨를 연상시키는, 분투적인 글쓰기라고나 할까요.
특히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중첩시키면서
현재 팔레스타인 갈등의 본질을 드러내는 방식도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되고요.
시오니즘이 기대고 있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문제를 초기 시오니즘 역사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규명해내는 책의 1장도 좋았고요.
오슬로협정을 아파르트헤이트 및 반투스탄화와 조목조목 비교하는 대목이나,
팔레스타인 대중들이 (다른 대안이 없기에) 공식적인 지도부보다는 무력투쟁을 지지하는 상황을
영국 위임통치 시절 시오니스트 테러리즘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부분,
또 이스라엘의 정복 논리(점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긴 합니다만)를
나치스의 동유럽 정복, 청교도들의 북아메리카 정복, 그리고 네덜란드의 아프리카 정복과 중첩시키며
이들 정복이 활용하는 이미지와 논리 들이 단어 하나까지 얼마나 똑같고 진부한가를 보여주는 부분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통상 담론 분석이라고 하면 현실과 담론 간의 복잡한 관계와
객관적 현실에의 접근 불가능성을 전제하기 마련인데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고 명확한 만큼 상식적이기도 해서 좋았습니다.
물론 핀켈슈타인 역시 현대 세계에서 다양한 윤리적 정치적 규범과 가치 기준들이 경합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리고 그도 충분히 그런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지금 우리가 다루는 이 사안만큼은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윤리와 정치 규범만으로도
충분히 시비를 가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게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핀켈슈타인이 하고 싶은 말은,
복잡한 언술, 복잡한 성찰 모두 좋지만
세계에는 여러 가지 진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또 그 모든 진실 중에 우리가 궁극의 하나를 뽑아낼 수도 없고,
누구도 그만큼 충분히 안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안에서 무엇이 정의로운 것이고 그렇지 못한가를 판단할 수 있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인 듯합니다.
그러면서 핀켈슈타인이 인용했던 히틀러의 오른팔 알베르트 슈피어의 최종 변론도
다시 한 번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듯합니다.
“내가 알았건 몰랐건 혹은 내가 얼마나 많이 알았건 얼마나 적게 알았건
그것은 내가 알았어야 하는 일의 끔찍함과 내가 조금이라도 알고 있던 것들로부터
당연히 끌어내야 할 결론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내게 질문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는 내가 변명을 늘어놓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게는 아무것도 없다. 어떠한 변명도 할 수가 없다.”
또 초기 시오니즘 운동에서 소수의 비판적 이견 그룹들의 목소리도 기억에 남습니다.
시오니즘 운동이 유대인 국가의 건설을 추구하면서 영국 제국주의와 결탁하고
아랍 세계의 억압받는 민중에 대항하는 전선을 그었다고 비난했던 브리트 샬롬 편집진.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게르숌 숄렘의 말도요.
"그것(유대인만의 배타적인 국가)은 제국주의 국가와 함께 사라져버리든가
동방에서 다시 소생하는 혁명의 불구덩이 속에서 타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은 시오니즘 운동이 혁명 세력과 동일시될 수 있도록 그 기획을 재편성하는 길뿐이다.
만약 패배할 수밖에 없다면 바리케이드의 올바른 편에 서 있는 자들과 패배하는 편이 낫다."
으, 책의 내용이 워낙 여러 겹의 이야기를 전제해야 하는 까닭에
제대로 소개하기가 쉽지 않네요.
제가 이전에 썼던 보도자료를 첨부합니다.
장별 내용 소개가 약간 되어 있거든요.
책을 읽어보고 싶은 회원분들, 그리고 회원분이 아니더라고
이 게시판을 자주 보시는 분들 중에서 책을 읽고 싶은 분들은
우선은 한테 말씀하시면 책을 빌려보실 수 있고요.
(그런데 제게도 소장용 책은 한 권뿐이니 조금 기다리셔야 할지도 몰라요,)
책을 구입하고 싶으신 분들도 저한테 말씀하시면 정가의 70%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분들은 서점에서 정가에 사주시면 제일 좋고요. ^^
참, 그리고 책을 제대로 소화해서 출간을 하기에는 에너지와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100% 만족스럽게 작업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번역하신 분도 국내에 소개 안 된 책들 다 찾아보느라 고생 많이 하셨고
또 외주로 교정을 보신 분도 문장 하나하나를 일일이 원문대조 하며
3개월을 꼬박 이 책만 붙들고 고생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마지막 손질을 하는데 오류가 많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렇게 수많은 오류들을 수정하고 고생해서 책을 냈는데
보도자료 쓰면서 오역을 다시 두 군데서나 발견했어요. ㅠㅠ
혹시 책을 보시다가 오류가 보이면 주저 말고 말씀해주세요.
오늘은 이만 물러갑니다~
미니
근데 어제 '평화카페' 안 오셨어요? ^^
테러리스트
이런 책을 팔레스타인 사람이 아닌 유대인이 썼다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