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촛불집회를 가는 길에 책방이 있어서 들렀다 시집 한권을 샀습니다.
베트남 전쟁에도 직접 참전 했던 베트남 시인 휴틴의 [겨울편지]라는 시집이었습니다.
책을 펴고 잠깐 있으려니 촛불집회가 시작 되었고 여러 노래와 말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저는 노래도 춤도 몰라 한 발 뒤에서 박수치며 즐겁게 바라만 보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시의 말 같았습니다.
한 몸짓 한 몸짓이 글에 모여진 마음 같았습니다.
어깨 걸고 즐겁게 웃는 것이 역사는 사람을 가지고 시를 쓰는구나 싶었습니다.
거리에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으로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묻는다
휴틴
땅에게 묻는다:땅은 땅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존경하지.
물에게 묻는다:물은 물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채워주지
풀에게 묻는다:풀은 풀과 어떻게 사는가?
-우리는 서로 짜여들며
지평선을 만들지
사람에게 묻는다: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에게 묻는다: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2.
두보가 살던 시절에는 전쟁이 많았나 봅니다.
전쟁터로 끌려가서 전투를 벌이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고향으로 돌아 왔지만 황폐해진 마을을 지켜봐야 하는 병사들의 심정이 글에 많은 걸 보면...
집 없는 이의 이별 (無家別)
두보
천보의 난리 후 쓸쓸하고 황폐하여
밭과 오두막집에는 다만 쑥과 명아주뿐.
우리 마을 백여 가구
세상 난리에 동과 서로 흩어져서
산 사람은 소식 없고
죽은 사람은 먼지 진흙이 되었는데,
미천한 이 몸은 싸움에 패하여서
돌아와 옛 길을 찾는다.
오래 걸어서야 텅 빈 골목을 보았는데
햇빛은 시들고 공기는 처참하며,
오직 여우와 살쾡이만이
털을 곤두세우고 나에게 으르렁거린다.
사방 이웃에 누가 있는가?
과부할멈 한둘뿐.
자는 새도 본래 살던 가지를 그리워하는 법,
어찌 떠나겠는가? 잠시 궁색하게나마 살아가리라.
봄이니 혼자라도 호미 메고 나가고
날이 저물어도 밭두둑에 물을 댄다.
현의 관리 내가 돌아옴을 알자
다시 불러 전고戰鼓를 익히게 한다.
비록 고을 안으로 일하러 가는 것이지만,
집 안을 돌아보니 작별할 가족이 없다.
가까운 데에 가도 한 몸뿐인 신세,
먼 곳에 가면 끝내 더욱 떠돌 것이다.
집과 고향 이미 다 없어졌으니
머나 가까우나 이치는 매한가지.
길이 애통하리라, 오래 병들어 돌아가신 어머니
오 년 간이나 진구렁에 버려둔 것이.
날 낳으시고 도움도 못 얻으시고
평생 우리 둘은 쓴 눈물로 지냈다.
사람이 살면서 이별할 가족도 없으니
어찌 백성이라 말할 수 있으리요?
3.
체 게바라는 산속에서도 괴테를 읽었다지요?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더니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는 펼쳐지는가 봅니다.
새로운 인간
체 게바라
진정한 혁명은 인간 내부에 있다
이웃에게 탐욕을 부리는 늑대 같은 인간은
혁명가가 될 수 없다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사랑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제는
'새로운 인간'의 시대다
도덕적인 동기에서 일을 시작하고
끊임없는 실천으로 모범을 보여야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질 때까지
자신의 목숨마저도 바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