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하다가 똥을 싸러 지하철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요즘 지하철 화장실의 좋은 점은 휴지가 준비되어 있다는 거지요.
그래서 화장실 입구에 있는 휴지걸이로 향했습니다.
휴지를 쭈욱 뽑아서 손에다 가볍게 힘을 주고 빠른 속도로 휴지를 뜯는 순간 제 앞으로 두 얼굴이 스쳐갔습니다.
하나는 제 몸을 잘라서 휴지가 된 나무였구요, 또 하나는 제 몸을 움직여 휴지를 걸어준 노동자였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동안 땅이며 물이며 햇빛이며 바람이며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까요.
휴지 한통이 화장실로 오는 동안 나무를 자르며 가공해서 휴지로 만들고 운반하고, 맨 마지막에는 최저임금을 오락가락하는 나이든 여성 노동자의 손길이 있었겠지요.
제가 몸에 묻은 똥을 한번 닦아 내는데 참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늘 별 생각 없이 휴지를 쓰고 버려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정말로 더러운 것은
실컷 처먹고 뱃속에 넣고 다니는 똥이 아니라
귀하게 쓰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저 자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