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포럼] 샬리트 병사 구하기의 진실
2006/7/20
김또또 기자
지난 6월25일, 자신의 아버지가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있는 팔레스타인 여성 이만(Iman)은 샬리트 상병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샬리트 상병의 억류는 이스라엘 감옥에 무고하게 수감된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문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며칠이었던 당신의 고통과 20,30년 이상 지속된 우리의 고통을 비교해 보세요. 결국 이 고통을 끝낼지 말지는 당신 나라의 손에 달렸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2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이어 7월12일에는 레바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스라엘 군대는 샬리트 상병 외 2명의 군인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을 구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공격을 일삼고 있다.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 다리, 정부청사 등의 사회 기반시설과 수많은 집을 파괴했다.
사람들은 피난을 떠나거나 폭격을 피해 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가자 지구의 전체 인구 150만 명 중 70여 만명이 전기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채 지내고 있다. 발전소 파괴로 수돗물을 먹을 수 없음은 물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냉장고에서는 음식물이 썩어가고 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어 환자들이 죽어 가지만, 발전소 수리에는 반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언론은 ‘중동 전쟁’을 운운하며 자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중동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스라엘과 부시의 입장일 뿐이다. 첨단무기로 군사공격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상황에서 팔레스타인과의 화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스라엘은 지난 58년 동안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불법적으로 영토를 점령해 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암살, 사법 체계를 무시한 처형, 법적인 절차도 생략된 행정 구속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 전용 도로를 만들어 차별하고 사람들을 고립장벽에 가두기 위해 끊임없이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의 ‘샬리트 병사 구하기’는 하마스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구실이다. 지난 1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하마스 정부가 큰 지지를 받으며 들어섰지만, 하마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전 정부의 협상 결과들에서 많은 것을 잃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뜻이었다.
샬리트 상병을 억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조직은 이스라엘에 납치된 수감자들 중 여성과 청소년에 한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대다수 의견 또한 수감자들이 석방되기 이전까지 이스라엘 군인 또한 석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군인의 억류는 무고한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유와 존엄을 되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구하기 위해 150만 명의 가자지구 사람들을 위협한 이스라엘의 논리는 국제 사회로부터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이스라엘의 감옥에는 1천여 명의 여성과 3백여 명의 청소년을 비롯해 약 9천여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갇혀있다. 이스라엘은 이들 대부분에게 인권유린과 학대를 일삼고, 가족 면회를 금지하고, 법정에 설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감금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이스라엘인들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친이스라엘 유럽국가들, UN은 이스라엘의 공범 국가이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을 ‘자위(self-defense)’라 하며 정당화하고 대이스라엘 제재결의안에서 거부권을 던져 채택되지 않도록 했다. 또한 레바논 공격 역시 헤즈볼라에 책임을 돌리며 정당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납치된 수천 명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던 EU가 이스라엘 군인 세 명을 석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UN 역시 무차별적인 군사공격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의 민간인을 향하는데도 양측의 자제를 요청한다는 실효성 없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화해 분위기는 이스라엘의 손에 달렸다. 부당한 점령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정부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감옥에 갇혀있는 18세 미만의 청소년 수감자들만이라도 조속히 석방해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지난 7월10일 광화문의 이스라엘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하고 집회를 열었으며 앞으로도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을 규탄하기 위해 대사관 앞 1인 시위와 거리 영상전 등 저항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 팔레스타인에는 국제사회와 한국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 터키, 이집트, 카타르, 예멘, 시리아 등의 국가에서도 이스라엘의 반성을 촉구하는 시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양심과 연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또또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006년 7월 19일 오후 16시 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59호 5면에 게재
반다
또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