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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미국 대사관에 돌을 던집시다 2

by 미니 posted Jul 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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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개입과 석유

1997년에 ‘중앙아시아 가스 파이프라인(Centgas Pipeline Ltd.)’이라는 기업이 설립됩니다. 이 기업은 버마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켰던 미국의 석유 기업 유노칼(Unocal)이 46.5%의 지분을 갖고 주도합니다. 덧붙여 사우디아라비아의 델타오일(Delta Oil)이 15%,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7%, 일본의 이토추가 6.5% 그리고 한국의 현대건설도 5%의 주식을 가지고 참여합니다. 그리고 미국 의회는 카스피해 연안과 코카서스 지역을 미국의 이해에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1998년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합니다. 그러자 유노칼 주도의 수송관 건설 계획도 중단 되구요. 하지만 1999년에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정부는 수송관 건설 사업을 계속하기로 합의 합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도 9.11이 있기 얼마 전인 2001년 8월까지도 탈리반과 수송관 건설에 관한 협상을 계속합니다. 탈리반이 말을 듣질 않으면 폭격을 하겠다는 협박도 물론 빠트리지 않았구요.

그 다음이 9.11에 관한 것인데요, 미국은 마치 9.11이 일어나고 이것을 응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미국의 침공 의지는 이미 9.11이전에 드러나고 있었죠. 예를 들어 전 파키스탄 외무장관이었던 니아즈 나이크(Niaz Naik)는 이미 2001년 7월 중순에 미국 정부 고위 관리로부터 10월쯤에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것이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영국 언론 BBC에게 말했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횡단 수송관

2001년 10월7일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시작되고 12월에는 하미드 카르자이(Hamid Karzai)가 주도하는 임시정부가 들어섭니다. 하미드 카르자이는 대소 전쟁에도 참여했었던 CIA의 다정한 친구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앞에 나왔던 석유기업 유노칼에서 일을 했었다는 겁니다. 또 조지 부시는 잘메이 칼릴자드(Zalmay Khalilzad)를 아프가니스탄 특사로 임명하는데 이 사람도 유노칼에 있으면서 탈리반 정부와 수송관 협상에 참여했었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오른쪽)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2002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횡단 수송관(Trans-Afghanistan Pipeline) 건설을 합의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또 탈리반이죠.

지금이 2007년 7월이니깐 미국은 벌써 7년 가까이 점령 전쟁을 벌이면서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다국적 점령군을 투입하여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중북부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남부를 중심으로 탈리반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구요.

아니, 그토록 민중들을 억압했던 탈리반의 영향력이 어떻게 커질 수 있냐구요? 복잡한 얘기인 것 같지만 단순한 얘기입니다. 외국군이 들어와서 우리 가족과 이웃들을 괴롭히고 2006년 한 해만해도 4천 명 가량이 죽었으며, 올해도 변함없이 미군과 나토군의 폭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거냐는 겁니다.

또 북부동맹과 같이 미국이 권력을 나눠준 사람들은 과거에도 온갖 살인과 폭력을 자행했던 인물들일뿐만 아니라 지금도 부정부패로 세상을 뒤엎고 있으니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의 반발이 거센 것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겠죠.

또 미국과 언론들은 탈리반이 마약 산업에 깊이 관여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하지만 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관련된 인물들도 역시나 마약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구요. 게다가 원조자금이라고 해외에서 들어간 돈은 고스란히 현 정부 관료들의 호주머니로 쏘옥 들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련에 대한 적대감으로 무자헤딘을 키웠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그들의 동맹국들이 저지르는 온갖 살인과 폭력 그리고 현 정권의 부정과 부패가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적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탈리반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구요.

미국 대사관에 돌을 던지자

19세기부터 계속된 영국․ 소련․ 미국 등 제국주의 침략 그리고 군벌들과 이슬람주의자들 사이의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한국 정부도 침략 동맹국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군홧발을 디뎠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우리는 의료와 재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한국군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현지에서는 다른 전투국들과는 조금 다른 위치로 평가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떼강도가 남의 집에 들어가 그 집 사람들 다 죽이고 패물과 현금을 뺏어 나올 때 밖에서 망만 봤다고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니깐요.
그리고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한국인들이 붙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벌써 1명이 사망했구요.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여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만나는 등 움직이고 있고, 한국인들도 집회를 여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만약 ①한국인들을 붙잡고 있는 것이 탈리반이고 ②그들의 요구가 포로교환이고 ③또 그들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 의사가 있다면 ④이제 한국인들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①미국은 탈리반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②전쟁에서의 승리를 해서라도 ‘테러리스트와의 협상 불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③또 협상에 나서는 실무 작업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하게 될 텐데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미국이 통제하고 있고 ④마지막으로 자기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한국인들을 구해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이 한국정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면 자국민들의 죽음 정도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그동안의 모습이었습니다. 김선일씨를 붙잡은 사람들이 ‘철수해라. 안 그러면 죽이겠다’고 했을 때 한국정부가 곧바로 ‘철수 못 한다’라고 했고, 이 말은 직접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래 죽여라’와 같은 말이었죠. 돌아가는 내막이야 다 알 수 없지만 한국정부가 지금 실제로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수도 있고, 거꾸로 언론에는 협상을 하고 있는 척 흘리면서 미국의 은혜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는 거구요.

아무튼 미국이 ‘테러리스트와의 협상불가’가 아니라 포로교환이든 뭐든 한국인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한국인들의 죽음이 얼마나 미국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좋든 싫든 우리가 제국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증거이구요.

지금이 제국의 시대라는 건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도 백악관을 바라보고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일으키느냐 마느냐에서부터 한국인이 죽느냐 사느냐까지 크게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작게는 부시의 말 한 마디에 달려있는 거죠. 만약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포로교환불가, 테러리스트 소탕’을 내세우며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인다면 그건 곧바로 ‘죽여라!’와 같은 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을 살리고 싶으면 차라리 미국 대사관에 돌을 던지자고 하는 겁니다. 애걸보다는 압박이 미국을 움직이는 더 큰 힘이 될 거구요. 지금 붙잡힌 사람을 살리자는데 웬 정치적 행동이냐구요? 정말 사람들을 살리고 싶으면 지금 상황을 변화시킬 수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봐야겠지요.

그러고 하나 덧붙이고 싶은 얘기는 ‘무고한 목숨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붙잡혀 있는 한국인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하는 말이겠지요. 그리고 이 말은 2001년 미국의 침공 이후 죽어간 수 만 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말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 사진 : 아시아평화인권연대

무고하기는 잡혀있는 한국인들이나 그동안 죽어간 아프가니스탄인들이나 마찬가지죠. 한국인들이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하듯이 아프가니스탄인들도 제 나라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국적이 다르다고 목숨의 가치가 다르지는 않으니깐요.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의 무사생존을 기원하는 마음까지 함께 담겨 있기를 바랍니다.

- 글 :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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