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아랍

재건속에 가리워진 대량학살, ‘탈 아파르’

by 올리브 posted Sep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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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9월이 지나는 동안, 이라크 탈 아파르 지역은 또 다른 세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집을 찾기 위해 10Km 이상을 걸었는데도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다는 한 탈 아파르 시민과의 인터뷰(이슬람온라인)를 통해 우리는 현재의 탈 아파르가 미 군사작전 이후 어느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비록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더라도 충분히 상황파악이 가능해졌다.

일 만 여 명에 가까웠던 미 점령군과 이라크정부군은 순식간에 그 지역 내 불특정한 신변의 사람들을 모두 사살해 버리거나 포로로 잡아 가두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수색한 뒤 아예 집을 무너뜨려 버렸으며 그 외에도 담벼락이든 도로든 도시 전체에 닥치는 대로 공중폭격을 가했다. 21일이 지나면서 군사작전이 잠잠해 지는 기미를 보이자, 대량학살을 피해 그 지역을 벗어났던 주민들은  다시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다시 난민 캠프로 돌아가는 어쩔 수 없는 길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도시는 이미 그들이 알고 있던 이전의 ‘탈 아파르’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이내 집, 음식, 전기, 물 등 모든 기본적 생활조건을 잃은 채로 또 다시 생존을 박탈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학살이 남긴 지옥 속으로 던져진 시민들이 무려 50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반해, 지난 주 바그다드 시에서는 후세인 시절보다도 더 높은 전력량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소식이 타고 나왔다. 전쟁 이후 하루에 2시간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 이제는 세 시간 만에 한 번씩 정전이 있을 뿐이라는 소식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으로 귀를 당길지 모른다.  

미국 국제 개발처(USAID)는 2005년 12월까지 400MW를 추가로 들여오는 고압송전선망을 설치할 것이라 선전했다. 그들은 여기에  늘상 덧붙이는 말이 있다. 기반시설 재건사업을 늦추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이 바로 저항군들의 공격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 만에 온 도시를 초토와 시켜 삶 자체가 불가능한 곳으로 만든 일을 진두지휘했던 그들의 뛰어난 능력에 비해, 점령 2년이 넘는 동안 바그다드 수도의 전기 시설 하나 제대로 못 갖추게 만든 그들의 무능력을 보라. 그들의 능력은 ‘건설’보다는 ‘파괴력’에 치우친 폭력의 힘이 전부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또한 그들이 세운 친미 지도자들이 이라크의 질적 민주주의를 높여주고 있다는 콧대높은 자신감과는 달리 탈 아파르 시 학생들은 그들 정부군 때문에 9월의 새학기에 학교에 나가 수업을 받을 수조차 없었던 현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의 학교는 모두 점령군이 주도하는 폭격 속에 무너져 내렸고, 어린이들은 오히려 더 이상 살 수가 없는 유령의 도시와 맞닥뜨릴 뿐이었다.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전쟁과 점령지에서 일어나는 이라크의 진짜 양분화 된 모습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들은 이라크가 종파나 종족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이라크의 ‘위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쪼개려는 수니니 시아니 하는 것을 떠나서 진정 이라크에서 양분화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친미 정권에 안착한 이라크 고위 관료들이 사는 안정된 그린 존과 무차별 폭격, 빈곤, 혼란으로 전쟁이 계속되는 레드 존, 이 두 곳으로 나뉘어져 가는 것이다. 그들은 그린 존 내부의 일들인 이라크 총선과 헌법초안 합의경과, 포로석방, 전력량 증가 등등과 같은 것들은 속보로 전달하지만, 탈 아파르에서의 미군의 학살이 자행되는 레드 존 소식들은 철저하게 가로막고 있다.

탈 아파르 학살에 대한 사진은 유일하게 미군 프레스에서 찍은 것들 뿐이며, 심지어 그 곳 취재를 하려던 17명의 기자들은 카메라를 압수당한 채 모두 잡혀가 버렸다.

한 때 한국군은 탈 아파르를 파병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선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이 곳을 비켜가 아르빌을 택했다. 그리고 나서 2004년 8월 미군은 이 곳에 심한 공격을 퍼부어 수 백명이 목숨을 잃고 수 천명이 집을 잃게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또 다시 일 년 만에, 점령군은 아예 이 도시를 폐허의 잔재들만 뒹구는 곳으로 싹쓸이 시켜 버렸다. 여기 시민들을 위한 구호단체의 손길도 소용 없었다고 한다. 통신이 완전히 두절된 공포 속에서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던 탈 아파르 시민들은 그렇게 버려지고 죽어야만 한 채로 점령의 폭력아래 사라졌다.

우리는 점령이 가져다 준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그린 존 내부의 번쩍이는 대리석과 그 곳을 향해 돌진하는 자살폭탄공격만으로 이라크를 바라보아선 절대 안 된다. 점령이 만들어낸 프로파간다에 속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탈 아파르가 외국인 저항자들이 몰려들어 테러리스트 소굴이 되었다면서 그 지역민들의 삶을 통째로 말살시켰다. 그러나 실제 탈 아파르는 그저 수니 투르크인들이 타 지역에 비해 더 많이 거주하는 특성을 지닌 이라크 변두리 지역일 뿐이며, 다만 전쟁초기부터 미국의 불법 침공과  점령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던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의 외국인들이 과격테러리스트들이란 설득력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탈 아파르 주지사는 이번 미 군사공격을 비난하며 사임해 버린 가운데 미군은 이번 학살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는 없다며 통계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나 당시 병원에서 실려오는 환자들을 진료했던 수르카시 아흐메드 의사는 사상자 중에서  분명히 여성들과 어린이들, 노인들의 시체를 수없이 보았다고 전했다.

탈 아파르에는 여전히 검문소가 세워진 채, 집을 찾으러 온 주민들의 마지막 생존까지 억누르고 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그 곳, 탈 아파르에선 앞으로도 영원히 ‘재건’이란 없을 것이다.

:: 출처 - http://blog.ifis.or.kr/oversm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