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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아랍
2006.03.12 22:57

가슴에 눈물이 맺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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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난민 아부 아홋메드씨 가족과의 만남

세계에서 언론의 기능이 멈춘 곳 가운데 하나가 이라크입니다. 자유로운 현지 취재가 불가능하고, 그나마 흘러나오는 정보도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관리하는 정보가 마치 진실인양 거대 언론사들을 통해 세계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이라크에 대해서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이라크인들에게는 조국의 해방을 위해 싸우는 전사가 언론사들을 한번 거치면서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리는 거죠.

외국인이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가 점령과 전쟁의 땅 이라크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이라크 밖에서 이라크인들을 직접 만나는 것입니다. 오늘은 먼저 2년 전 난민이 되어 요르단 수도 암만으로 온 아부 아홋메드씨 가족을 만났습니다.

아부 아홋메드

아부 아홋메드씨가 바그다드를 떠나 암만으로 오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고 싸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미국과 새롭게 권력을 쥔 이라크인들이 과거 싸담 시절에 정부에서 일을 했거나 바아쓰당에 관련되었던 사람들을 죽이고 감옥에 가두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부 아홋메드씨도 그 가운데 한명으로 싸담 시절 경찰로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고 아이들을 납치하겠다는 위협이 계속 되어 어쩔 수 없이 암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라크에서 죽었던 게 암만에서 사는 것보다 나아요.”

얘기를 하다가 아부 아홋메드씨가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서 깜짝 놀랐습니다.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한달에 120JD(한국 돈으로 175,000원쯤)을 벌어요. 그리고 집세로만 65디나르를 내구요. 오늘이 3월1일인데 가게 주인이 아직 월급을 안 줘요. 그래서 언제 줄 거냐고 물으니깐 3월5일에 주겠다고 해요. 원래 월말에 줘야 하는데 말이에요.”  
  
120디나르를 받아서 65디나르를 월세로 내고, 물 값으로 5디나르, 전기료로 10디나르쯤 내고 나면 40디나르가 남습니다. 여기에 가스료, 식료품비 등을 지출해야 하니 어린 꼬마들이 있어도 추운 겨울에 난로를 켜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야 몇 만원 며칠 일찍 받거나 늦게 받거나 별 상관없겠지만 없는 사람에게야 하루하루가 급한 일입니다.

“만약 제가 돈을 받을 권리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아마 해고 될지도 몰라요.”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부당한 대우를 받기 십상입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나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똑같은 일을 해도 더 낮은 임금과 각종 부당 대우를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여기 살기 전에 다른 집에서 살았었는데 이웃들이 제가 싸담 후세인 시절에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 우리를 싫어했어요. 그래서 집을 옮길 수밖에 없었죠. 요르단 사람들이 저를 싫어해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요르단을 떠나게 만들겠다느니, 감옥으로 보내겠다느니 해요. 이라크 사람들이 암만으로 와서 요르단 사람들이 직업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거나 암만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식이에요.”

아부 아홋메드씨가 경찰로 있으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싸담 후세인 정권 아래서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죄인이 되어야하겠습니까.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이 도둑질을 하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그건 나쁜 짓이라고, 그러지 말라고 그랬죠. 그랬더니 그 사람이 ‘여긴 당신 나라가 아니다. 당신 일이 아니니 상관하지 말라. 당신은 일하고 돈만 받으면 그만이지 않느냐. 나에게 뭐라고 할 권리가 당신에게는 없다’식으로 말을 했어요.”

아부 아홋메드씨가 느끼는 울분은 가난에서 오는 힘듦도 있지만 요르단인들이 “당신은 이라크인이잖아.”라며 손가락질하는 것도 참기 힘든 어려움입니다. 한 개인의 경험을 가지고 전체 사회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비록 지금은 이라크를 떠나 암만에 살고 있고, 한국이고 어느 나라고 자신과 가족을 난민으로 받아주면 좋겠다던 아부 아홋메드씨지만 자신에겐 이라크가 세상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옴 아홋메드와 히얌

아부 아홋메드씨의 아내인 옴 아홋메드씨는 남편이 얘기를 하는 동안 연신 눈물을 닦았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학적부를 이라크에서 가져와야 해요.”  
  
옴 아홋메드씨에게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학교 갈 나이가 된 아이들도 학교를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친구도 없는데다 밖에 나가면 차들 때문에 위험해서 거의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살람이 옴 아홋메드씨에게 바그다드에서 암만으로 오던 그 순간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옴 아홋메드씨는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살람도 울었습니다. 저도 울었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할 때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듣고 있는 사람조차도 눈물이 난다는 점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옴 아홋메드씨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고, 자신은 그저 남편이 하는 대로 따라 가겠다며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어떤 때는 빵을 사지 못할 때도 있다며……. 평소에 아부 아홋메드씨와 친분이 있던 셀림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집에 가면 밥을 먹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라고.

옴 아홋메드씨와의 얘기가 끝나고 다섯 아이 가운데 큰 딸인 히얌(만14세)과 얘기를 했습니다. 먼저 살람이 요르단에서 생활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전까지는 싱글생글 웃으며 차도 가져다주고 동생들과도 놀던 히얌이 갑자기 얼굴을 감싸 쥐며 서럽게 울었습니다. 살람은 크게 한숨을 쥐고, 저도 눈물이 나고……. 왜, 누가 14살 이 아이에게 이렇게 서러운 눈물을 줘야 하는지…….  
  

▲ 히얌

“처음 이라크를 떠날 때는 기뻤어요. 요르단에 가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금 암만에 살고 있지만 암만이 어떤 곳인지 몰라요. 그저 우리집과 이웃집을 아는 정도에요. 아빠는 바빠서 가족들을 데리고 나갈 시간이 없구요.”

살람이 이라크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이라크에서는 학교를 다녔지만 지금은 그냥 집에만 있어요. 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폭격만 없고 안전하다면 이라크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해서 아부 아홋메드씨 가족과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옴 아홋메드씨가 저희에게 과자를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서려고 하니 옴 아홋메드씨가 자꾸 과자를 가지고 가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싫다고 하고 집을 나서는데 옴 아홋메드씨가 억지로 제 호주머니에 과자를 넣어 주었습니다. 어린 꼬마들이 부산하게 노는 동안, 나머지 모두의 가슴에 눈물이 맺힌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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