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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아랍
2008.09.08 16:39

슬라예보 지젝의 [이라크]를 읽고

(*.49.92.193) 조회 수 3146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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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은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에, “대테러 전쟁”의 결과로서 어떤 종류의 사회가 여기서 출현하고 있는가에 두어져야 한다. 숨겨진 음모적 의제에 대해 얘기하는 대신에, 우리는 지금 여기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종류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가로 초점을 이동시켜야 한다. 전쟁의 궁극적인 결과는 우리의 정치적 질서 내에서의 변화일 것이다. - 31~32쪽
 
많은 사람에게서 이미 잊혀져 가는 전쟁이 되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폭격, 죽음, 사망자수, 가난, 한국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이라크에 대해 정말 생각해 봐야할 것들일까요? 과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라크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요? 달리 생각해 보면 이라크 침공은 이라크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이라크의 석유뿐만 아니라, 미국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모든 국가, 모든 집단, 모든 사상들에 대한 공격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니깐요. 그리고 이라크는 그 과정에 벌어진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으니깐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저항하는 이유는 이라크인들의 생명과 자유에 관한 것일 수도 있지만 더 크게 보면 지구 사회 모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다시 국가보안법이 고개를 들 때 그 피해는 사회운동을 하는 몇몇에게서 나타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점점 한국인 모두의 사상을 옥죄는 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마저 잃어버린 민주주의
 
저는 이런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이라크에 전쟁 대신 민주주의를!’ 이 구호를 외치면서 든 생각 가운데 하나는 ‘이라크에 전쟁 대신 평화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평화’라는 것이 자칫 뜬 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을 한답시고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고 나온 겁니다.
 
그러면 제가 말했던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예를 들어 이명박은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는 서로를 적대시할 것 같은 이념도 선거를 통해 경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민주주의를 통해 당선된 이명박은 자신의 이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을 동원해 사람들을 붙잡아 갑니다. 민주주의를 통해 권력을 잡은 집단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거지요. 이런 경우 민주주의라는 것은 자신조차 지키지 못하는 허술한 제도입니다.
 

 
얘기를 돌려보면 ‘이라크에 전쟁 대신 민주주의를!’이라고 외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지금은 미국과 소수의 권력자들이 이라크를 헤쳐 먹으려고 하고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사회의 변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으니 다수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민주주의를 통해 보수적인 이슬람 집단이 권력을 잡게 된다면 어떨까요? 이란 ‘혁명’이라고 했지만 결국 보수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뒤 사회를 억압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이라크를 생각지 않고 있던 사람들은 이라크를 생각해야 하고, 이라크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라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멈추고 이라크에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이들은 ‘전쟁 반대, 점령 반대’는 기본이고 자신의 세계관 속에서 인간이 보다 살기 좋은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찾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과 답은 멀리서 관찰하는 사람의 눈이기 보다 사라져 가는 목숨들을 살기고 싶은 절박한 마음에서 나오기를 바랍니다.
 
유토피아가 실제 삶을 추상한 이상적 사회에 관한 꿈꾸기와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유토피아”는 가장 내밀한 곳에 있는 절박함의 문제이며, “가능한” 것의 매개변항들 내에서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때 생존의 문제로서 우리가 떠밀려 들어가게 되는 어떤 것이다. - 160쪽
 
이 책은 미국이 언제 이라크를 공격 했고, 무슨 거짓말을 했고, 지금 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에 관한 책은 아닙니다. 이라크를 생각하며 다시 민주주의에 대해서, 지배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래서 책 내용에 헤겔이 어떠니, 라캉이 어떠니, 정신분석이 어떠니 하는 잘 알아듣지 못할 말들도 나옵니다.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 책의 좋은 점은 이라크 죽음과 숫자로만 말하지 않고 다른 방면으로도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리고 지배자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등에 관해  금기를 설정해 두고 있다면 그것을 넘어 보자는 겁니다. 지배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이 그어둔 선을 넘으려는 시도니깐요.
 
아마도 우리가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우리가 상처에 반응하는 방식 속에 있을 것이다. - 67쪽
 
과학 또는 철학이 해야 할 일은 현실을 해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에서, 부정의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분노일 겁니다. 또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연민과 분노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겠지요.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잡아야겠지요. 뭉뚱그려 ‘이라크’일 수도 있지만 정치면 정치, 인권이며 인권, 반점령이면 반점령, 석유면 석유, 보건이면 보건 등 각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로 쳐들어간 것이 2003년이고, 그로부터 지금 5년이 지나고 있지만 앞으로 이라크 민중들과 미국의 싸움은 5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20세기 초 영국과 이라크인들이 그렇게 싸웠듯이 말입니다. 50년이든 100년이든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이라크인들의 친구가 되어 보시면 어떨까요?
 
- 글 :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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