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아랍

세계 각국서 밀려나는 ‘코카콜라’

by 뎡야핑 posted Sep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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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06-09-09 13:11]  

(::인도 ‘살충제 콜라’ 파문속 번지는 이슬람·중남미권 저항 움직임::) 지난달 시작된 인도의 ‘살충제 콜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 다.
당초 한 환경단체의 폭로로 코카콜라에 기준치의 24배가 넘는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콜라 파문이 시작 됐지만, 파장은 안전성 여부를 넘어서 코카콜라로 상징되는 외국 거대기업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면서 자존심싸움으로까지 비화됐 다.

#코카콜라는 가라! ‘콜라민족주의’의 반격 코카콜라가 반대론자들의 공격을 받은 것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와 함께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 여지는 코카콜라에, 문화제국주의의 첨병이라는 비난은 언제 어 디서나 따라다닌다. 건강에 나쁘다는 비판과 별개로 코카콜라는 하나의 ‘정치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 도 많은 것이 코카콜라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서 반미정서가 고조되면서 코카콜라는 더 큰반격을 받고 있다.

과거에 코카콜라를 공격하는 이들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집중 공격한 시민단체들이었던 반면, 지금은 콜라 산업 자체에서 코카 콜라를 향한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반미 정서가 높은 이슬 람권이나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는 자기네 지역과 문화를 상징하 는 콜라들이 시장을 공략하면서 반란의 주역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말부터 이슬람권 전역을 휩쓸었던 이란 산 잠잠(Zamzam) 콜라. ‘잠잠’은 유대·기독교·이슬람 모두가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과 관련된 지명에서 따왔 다. 아브라함의 한 아들 이삭은 유대인들의 조상이 되고 또다른 아들 이스마일은 무슬림들의 조상이 됐는데, 이스마일이 이삭에 게 밀려 쫓겨나 사막을 헤맬 때 잠잠이라는 샘물을 마시고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다. 잠잠콜라라는 이름에는 서구문명과 다른 이슬람의 역사가 들어있는 셈이다.

#이슬람권의 ‘반미콜라’ 잠잠콜라는 유럽에 무슬림 인구가 늘면서 유럽으로도 진출, 프랑 스와 독일 등지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 또다 른 이란산 콜라인 파르시(Parsi·페르시아)콜라도 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 바그다드에서는 진짜 전쟁 이 면에서 ‘콜라 전쟁’이 일어났다. 이슬람권 여러 나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코카콜라 제품의 판매를 금지 시켜 왔다. 그 대신 이슬람 콜라시장은 또다른 미국 기업 펩시가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라크전쟁 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졌다 . 아랍 브랜드인 메카(Mecca)콜라와 아랍콜라가 펩시에 맞서 공 세를 펴기 시작한 것. 메카콜라는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가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기 위해 2003년 내놓은 제품이다. 역시 이슬 람권인 터키에서는 콜라 투르카(Turka)가 인기를 끌고 있고, 파 키스탄에서는 암라트(Amrat) 콜라가 팔린다.

#세계 곳곳 콜라 열전 라틴아메리카에는 유명한 노란색 잉카(Inca)콜라가 있다. 페루 리마에 본사를 둔 호세 린들리사(社)가 1935년부터 생산해온 유 서 깊은 콜라다. 반미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쿠바에는 투콜라 (tuKola)라는 브랜드가 있다. 유럽에는 더 다양한 콜라가 있다.

야자수 로고로 장식된 독일제 아프리콜라는 미국으로도 수출된다 . 중국에는 차이나콜라가 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 00% 천연미네랄워터로 만든다고 주장하는 영국산 에보카(Evoca) 콜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에서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게에서 코카콜라를 찾아보 기 힘들었다. 캄파(Campa) 콜라라는 인도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 하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1991년 당시 인도 정부가 시장자유화 정책을 쓰면서 수입규제를 완화, 코카콜라의 물량공세가 시작됐 다. 결국 캄파콜라는 2000년 생산이 중단됐다. 3년 뒤 다시 투자 를 받아 생산을 재개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번 인도 코카콜라 파문 뒤에는 콜라를 둘러싼 ‘민족감정’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건강을 해친다는 비판이 많지만, 때로 콜라 는 민족 정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